A young Korean woman puts the Major’s dancing skill to test. Pyongyang, December 1960

 

우연히 이 사진 한 장을 만났다.

내가 아직 이세상에 오기 전, 그 사내, 체 게바라가 평양을 방문한 한 때의 모습.....

그는 어리고 여린 조선 처자의 전통 춤사위 한 자락을 따라하며 활짝 웃고 있다.

 

몇 달 전 서점을 하는 절친한 벗이 서점 광고 카피(라디오 광고)를 부탁한 일이 있다.

몇 가지 안 중에서 낙착된 것은 이런 문구.......

'체 게바라'를 기억하시나요?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보르헤스'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진짜 스승" 이라구요
내 인생의 꿈을 가꾸기 위해 오늘 나는 책방으로 갑니다

내 인생의 책방-- * * 문고

 

그러나, 이 광고 카피는 광고 사전 심의에 걸리고 말았다. '부적절한 용어 사용'이라는 것이 그 사유였다.

'리얼리스트'란 단어가 문제의 단어였다. 부적절하다니, 무엇에...? 

리얼리스트/ 현실을 바로 보고 현실에 발 디디며 살아가려는 자세가 우리 사회의 기존 질서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인식,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리얼리티'이다!

1960년 평양을 방문했던 체 게바라,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던 체 게바라....

그 후 반 세기가 흘렀어도 우리 사회의 걱정 근심 많은 숱한 규율과 심의는  '체 게바라'를, '리얼리스트의 희망'을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솔레다드 브라보, 그림자들(Somb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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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22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얼리스트, 좋구만. 로맨티스트라고 쓰면 사람들이 좋아라 하죠.
우와, 저 사진 처음 봐요.
추천하고 퍼갑니다.^^

에레혼 2004-10-2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우와'는 '화이팅!"이나 '으쌰 으쌰'처럼 힘을 내게 해주는 귀여운 주문 같아요^^

리얼리스트와 로맨티스트, 사실 같은 선 위에 놓여 있는 것 아닐까요?

stella.K 2004-10-2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왔어요. 이 사진, 그리고 밑에 쓰신 글, 참 마음에 듭니다. 추천하고 퍼갈께요.^^
체 게바라가 우리나라에도 왔었다니, 놀랍네요.^^

2004-10-22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4-10-2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께요!

에레혼 2004-10-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님이 먼저 제게 말을 걸어 주셨군요, 님을 다른 분들의 서재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젠가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정식으로(?) 만나게 될 때가!

귓속말님, 죄송함은 돌려드리고 감사만 받을게요. 그 설왕설래(!)가 저에게도 또 다른 배움의 과정이었어요. 은근히 뿌듯하기도 했구요. 분명 보람은 있었어요!

스트롱베리님, 제 방에서 다시 보니 반가워요.

잉크냄새 2004-10-23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 체게바라 평전 > 에 이 사진이 수록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구절이 되었죠. 아~ 저도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이 사진 보고 왔어요. 퍼갈께요.^^

stella.K 2004-10-2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아는 체 할 걸. 제가 성격이 좀 내성적이라 웬만해서 먼저 아는 척 하지 않는 도도함이 있답니다. 근데 님의 저 사진 한장이 나를 굴복시키셨습니다. 흐흐. 앞으로 자주 뵈어요.
좋은 주말 되시구요.^^

에레혼 2004-10-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반갑습니다. 우리 처음 만나죠?
실천문학사의 <체 게바라 평전>이 세기말에 베스트셀러가 된 현상은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요..... '웰빙'이 삶의 지향점이 되고 있는 시대의 혁명가라......

스텔라님, 먼저 아는 척 안 하고 못하기로는 저도 만만치 않답니다^^
뭐, 굴복까지는 하실 필요 없고, 우리 재미있게, 이런저런 마음들을 나누며 같이 놀아요.
어쨌든 체 게바라가 맺어 준 인연이네요, 우리...... 님도 좋은 시월의 주말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