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누구나 읽어야 할 면역에 대한 모든 것


#1 우리의 몸은 우리의 은유를 결정한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은유를 결정한다.> 제임스 기어리는 은유를 다룬 책 『나는 타자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은유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우리가 세상에 대한 이해를 자신의 몸에서 끌어낸다면, 백신 접종은 상징적 행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늘이 피부를 찌르는 광경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절할 정도로 인상적이고, 그로 인해 외부 물질이 살 속에 직접 주입된다. 이 행위에서 우리가 읽어 내는 은유는 압도적으로 두려운 것들, 거의 늘 침해와 타락과 오염을 암시하는 것들이다.


영국인들은 <한 대 맞는다jab>고 표현하고, 총을 좋아하는 우리 미국인들은 <한 발 맞는다shot>고 표현한다. 어느 쪽으로 부르든, 백신 접종은 폭력이다. 그리고 백신 접종이 성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일 때, 그것은 성폭력이 되는 듯하다. 2011년 공화당 대선 후보 미셸 바크먼은 사람 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이 일으키는 <참상>을 경고하면서 <순수한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들을 정부가 강제로 접종시키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바크먼의 경쟁자였던 릭 샌토럼도 그 말에 동의하며, <어린 여자아이들을 정부가 억지로 접종시켜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전부터도 일부 부모들은 백신이 <그렇게 어린 여자아이들에게는 부적절하다>고 불평했으며, 또 다른 부모들은 백신 때문에 아이들이 난잡한 성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백신은 19세기 내내 흉터가 지는 상처를 남겼다. 그것을 <짐승의 낙인>이라고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느 영국 성공회 대주교가 1882년에 했던 설교를 보면, 백신은 죄를 주입하는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타락, 악덕들의 앙금, 못된 욕구들의 찌꺼기가 뒤섞인 고약한 혼합물로서 사후에 영혼에게서 부글부글 솟아올라 그 속에 지옥을 발달시키고는 끝내 그 사람을 잡아삼킬 것>이라고 했다.


백신 접종이 대개 흉터를 남기지 않는 지금도, 그 때문에 우리에게 영구적인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백신이 자폐증을, 혹은 오늘날 산업화된 나라들을 괴롭히는 여러 면역 장애 질병들(당뇨, 천식, 알레르기)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B형 간염 백신이 다발 경화증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이 영아 돌연사를 일으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여러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 면역계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전체 백신 접종 수가 많으면 면역계가 압도되어 버릴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일부 백신에 든 포름알데히드가 암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다른 백신에 든 알루미늄이 뇌를 오염시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독사의 독, 쥐와 박쥐와 두꺼비와 젖 빠는 강아지의 피, 내장, 배설물>은 19세기 사람들이 백신에 들어간다고 상상했던 재료였다. 그것은 당시 대다수 질병의 원인으로 여겨졌던 유기물, 즉 오물과 비슷한 물질로 보였다. 또한 마녀의 묘약의 레시피라고도 할 만했다. 그때만 해도 백신 접종은 상당히 위험스러웠다. 다만 어떤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아이의 머리에서 소뿔이 자라나기 때문은 아니었고, 어떤 사람들이 의심했던 것처럼 팔에서 팔로 전달하는 백신은 매독 같은 다른 질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팔에서 팔로 백신을 전달하는 방법이란 얼마 전에 백신을 맞은 사람의 팔에 돋은 농포에서 고름을 채취하여 딴 사람에게 백신으로 주입하는 방법이었다. 백신 접종이 체액을 직접 전달하는 방법을 쓰지 않게 된 뒤에도, 세균 오염은 여전히 문제였다. 1901년에는 파상풍균에 오염된 백신 때문에 뉴저지 주 캠던에서 아홉 아이가 죽었다.



요즘의 백신은 매사가 제대로일 경우 무균 상태다. 어떤 백신에는 세균 증식을 막기 위한 보존제가 들어 있다. 그래서 요즘 우리가 백신에서 걱정하는 건 활동가 제니 매카시의 말마따나 <끔찍한 수은, 에테르, 알루미늄, 부동액>이다. 오늘날 마녀의 묘약은 화학적이다. 실제 백신에는 에테르나 부동액 따위는 전혀 들어가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물질들은 우리가 산업 사회에 대해서 느끼는 불안을 증언한다. 그것들은 요즘 우리가 나쁜 건강의 원인으로 비난하는 화학 물질들과 요즘 우리의 환경을 위협하는 오염 물질들을 환기시킨다.



_ 『면역에 관하여』 출간 전 연재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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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수영이 2016-11-11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또 새로운 연재가 시작되었다!! 정말 소설도 좋아하지만 이런 역사외 관련된 이런 류의 작품도 무지 좋아하는데 앞으로 연재기간동안 무지 기분 좋을거 같아요. 백신이 처음 등장 했을때 이런 우여곡절과 헤프닝이 있어다니.. 진짜 뭐든 처음은 어렵고 오해를 받기 쉽상이죠. 진짜 다음화도 기대되요~

conman 2016-11-11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믿고 보는 김명남 번역가님!

샛별투 2016-11-11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11월의 기대작이 나오는군요. 과학이란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합리적 의심을 잊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라 들었습니다. 기대됩니다

시소 2016-11-1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고 있던 책입니다. 출간 전 연재 반가운 소식이네요! 비과학자가 면역에 대한 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11-1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twitter.com/hogook42/status/798420313310720002

열린책들에서 좋은 책이 연이어 나오는 군요. 빌게이츠, 저커버그 추천이라니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면역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말끔하게 해소하고 싶습니다.

비니루 2016-11-1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이야기에 골치가 아픈 적이 있었는데 면역에 대한 역사-사회적 접근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stillmyhero 2016-11-1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쉽지 않은 내용일텐데 좋은 역자에 좋은 출판사라 믿고 볼만 할 것 같습니다. 기대 할게요! 연재 고맙습니다.

성현주 2016-11-1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역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내용이 깊어 호기심이 가는 주제지만 쉽게 읽혀지기 어려운 내용이예요. 평소 ‘질병‘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여러 책을 읽으려 노력했지만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도중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연재물을 접했을 때 흥미있는 내용이라 어려운 주제임을 전제하고 읽었는데 무리없이 술술 읽어지네요!
출간이 되면 꼭 한 번 읽고 싶은 책입니다. 흥미롭지만 어려운 주제를 쉬운 문체와 예시로 잘 풀어냈네요. 기대됩니다!

클로이 2016-11-1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말에 출간되는군요. 쭈욱 기다리고 있습니다 :)

ICE-9 2016-11-18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주제고 이야기 입니다. 현대인은 태아 때부터 이런 저런 백신을 참 많이 맞고 있는데 그것에 따를 수 있는 사이드 이펙트에 대해선 아직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 신종플루 때도 그 때는 무조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했었지만 훗날 꼭 그래야 했었는지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고 WHO도 어느 정도 과장과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죠. 최근에도 오히려 예방 접종을 받으러 갔다 더 큰 병에 걸리는 일이 더러 있는 것을 보면 지금 연재되는 이야기가 그리 멀어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논의가 펼쳐질지 계속 지켜보고 싶네요

옹헤야 2016-11-2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주옥같은 연재글을 이제야 봤네요. 아는 것도 있고 모르던 것도 있지만 글의 전개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Chloe 2016-11-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은 골고루 참 괜찮은 책만 이리♥
면역력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잘 풀어나간 글을
읽다보니 금방 첫연재가 끝. 다음을 기대하며 읽으러 가요.

Nabisch_T 2016-11-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도 주사를 ˝맞는다˝라고 표현하잖아요. 다른 문화권인 영국과 미국에서도 비슷한 표현을 쓰다니 신기하네요 :) 여전히 백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아요. 늦게 읽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네요.

https://www.facebook.com/hanabi.tschoe/posts/1869539979999366

carpe diem 2016-11-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맞아야 한다는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지... 예방이라고 해서 맞는데도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지...옛날의 무지함으로 인한 상상력... 이 책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carpe diem 2016-11-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맞아야 한다는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지... 예방이라고 해서 맞는데도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지...옛날의 무지함으로 인한 상상력... 이 책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labarca 2016-11-3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꼭 읽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