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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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미키7 속편 반물질의 블루스 소식을 듣고 엄청 놀랐다. 봉준호 영화는 아직 개봉도 안했는데, 벌써 속편이라니? 복제되어 기억/인격을 다운로드함으로써 우주 개척지의 위험하고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 하는 익스펜더블 미키(7)은 그 삶/죽음의 굴레에서 내려오지 않았던가? 물론 대체로 생각이 없고 우유부단한 미키(7)이 과연 수습 가능할까 싶은 일을 벌여 놓긴 했지만, 이거 정말 어떻게 하려는 걸까? 그런데 제목이 여전히 (6도 8도 아닌) 미키7인 건 또 뭘까 궁금했다. 전작이 익스펜더블로서의 사연과 고뇌, 딜레마, 위기를 다뤘다면 이번 속편은 하나의 단독자(프라임, 또다른 의미의 프라임으로서도)로서 소중하고 사연 있는 동료들과 함께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어떻게 수습하는지를 보여준다. 전작이 그랬듯 묘하게 기대를 저버리는 독특한 서술 리듬, 똑똑하지도 강하지도 심지어 매력도 별로인 것 같지만 그래서인지 더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성의 복제남 미키7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이번엔 우주 개척지 활극으로서도 모험이 꽉 찬 느낌이고, 익숙한 여러 인물들의 조금씩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좋았다. 미키와 동료들, 그리고 뜻밖의 인물의 활약으로, 이 개척지는 무사히 개척되길 바라면서도 뭔가 일이 남아서 (8, 9가 아닌) 7의 이야기를 한 번쯤 더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봉준호의 미키17은 어떤 웃기고 얼빠진 모습들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SF와 시트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겨울 연휴 독서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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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총2권)
고수고수 / 황금가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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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웹툰에서 큰 인기를 얻고 TV 드라마까지 진출한 '빙의물'을 접한 경험이 적다. 뭔가 배경과 인물을 쌓아올리는 대신 다른 세계에서 가져온 것을 그대로 활용하게 하는 점이 일종의 반칙처럼 느껴졌는데, 트릭이 무엇보다 중요한 '본격 추리소설'과 어울릴 거라고는 상상도 안해 본 것 같다.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되어버렸다]를 읽고 난 지금은, 꽤 유쾌하고 유효한 만남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 애독자인 주인공 화자가 갑자기 최근 완결된 웹 연재 추리소설 명탐정 윌 헐트 시리즈 '밀른 가문의 참극' 속 사건 현장에 있다는 걸 깨달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작가/신과의 대화가 이어지며 협박/청탁을 받게 되는데, 다소 틀에 박힌 소설의 내용(동요 가사에 맞춘 연쇄 살인)을 참신하고 재미있게 바꿔 달라는 것. 문제는 주인공이 빙의한 인물 레나 브라운이 단역인 수다쟁이 하녀이자 살해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전 내용을 아는 독자로서 다른 결말을 내리라 다짐하지만 상황이 이미 읽었던 내용과 달라졌음을 알게 되고, 1) 원래의 이야기에서 뭐가 어떻게 바뀐 것인지 2) 연쇄 사건의 범인은 누구이고 어떤 트릭을 썼는지 3) '더 나은 추리소설이 되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여러 층의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빙의물을 덧댄 추리물로서 (내가 전에 반칙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세계의 지식/능력을 상쇄하고 활용하는 방법으로 수수께끼를 더한 점이 매력적이다. (너 잘하니까 두어 문제 더 풀 수 있지?) 그리하여 독자로서는 여러 층에서 이 추리소설을 즐길 수 있게 되는데, 앞에서 번호를 붙인 문제들이 각각 1) 일반적인 독자: 고전 후더닛 추리소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2) 주인공/탐정: 주어진 단서에 따르면 범인과 트릭, 동기는 무엇인지? 3) 작가: 더 참신하고 나은 다른 이야기가 가능한지? 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자칫 어려워서 주저할 수도 있을 텐데 짧게 이어지는 웹 소설의 특징처럼, 수다스러운 혼잣말/생각과 '제 4의 벽'을 넘은 농담을 활용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다. 친절하게 요모조모 짚어주느 덕분에 이야기 전개가 다소 느리게 느껴진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돌아보면 각 층의 문제를 풀기에 충분하고 재미있는 단서들이 곳곳에 눈에 띄게, 또는 '뭔지 모르게 거슬리는 느낌'으로 심어져 있어 무척 즐겁게 읽었다.

연재 과정에서 생각이 달라진 것일지 몰라도 작가/신과의 대화 느낌이 초반과 종반에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데, (어쩌면 살인 사건 진행 중에 뚝 떨어진 초반의 긴장감과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고 편안해진 종반 분위기 덕일 수도 있겠다) 주인공이 작가/신의 청탁을 완료한 대가로 뜻밖의 것을 요구해 받음으로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속편에 대해 기대할 수 있게 한 점도 귀엽고 좋았다. 추리소설에 관심을 가진 웹 소설 독자, 요즘 웹 소설이 궁금한 추리소설 애독자, 이 둘의 만남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추리소설속피해자가되어버렸다 #고수고수 #빙의물 #이세계 #명탐정 #후더닛 #고전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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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블루버드, 블루버드
애티카 로크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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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부극에서나 들어 본 것 같은 ‘텍사스 레인저’ 대런 매슈스가 주인공인데, 흑인이다. 익숙하지 않은 세계이지만 다 읽은 지금은 이 주인공 설정만으로 얼마나 부글부글 위태위태한 갈등이 이 이야기에 들어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작은 텍사스 마을에서 연이어 백인 여자, 흑인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고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 정직 중인 텍사스 레인저 대런이 문제를 느끼고 사건에 뛰어든다.

흔히 섞어서들 부르는 미스터리/스릴러 요소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작가 애티카 로크는 TV 시리즈 작가 출신이라니 긴박한 장면 묘사의 출처가 짐작되고, 큰 줄기는 챈들러-해밋으로부터 이어지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인데 공권력이지만 소외받는 흑인 정체성이 더해져 묘한 재미를 준다. 본 사건에 곁들여 대런을 정직 상태로 몬 사건의 이야기도 계속 궁금하게 한다. 정말 좋은 점은,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기이면서 훌륭한 파일럿이라는 건데 마지막 장면을 읽은 후로 속편을 안 기다릴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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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여우 - 숫자로 만든 스릴러 그림책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66
케이트 리드 지음, 이루리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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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세 살 때인가 출판사의 광고를 보고 혹했다. 숫자를 세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인데 무려 스릴러라고? 한 마리 배고픈 여우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로 시작해 차례로 숫자를 세면서 닭과 달걀을 잡아먹을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그림책이다. 그림은 귀엽게 과장되어 아이가 매 페이지마다 관심을 보였고, 색깔도 다채롭고 따스하다가도 어둡고 놀래키는 장면들이 있어 또한 흥미롭다.

이제 집에 두고 읽은 지가 일 년 반을 훌쩍 넘었다. 아이는 아직 한글을 못 읽지만 하도 좋아해 여러 번 함께 읽었더니 이젠 마치 읽는 것처럼 외우는 수준이 되었다. 가끔 자려고 불을 껐는데도 안 자려는 아이가 책 읽어 달라 조를 때면, 마음 속에서 한 마리 여우를 돌아가며 읽어 보자고 꼬드기기도 한다. 세 마리 통통한 암탉을 읊을 때쯤 아빠의 음모를 눈치채고 금세 딴짓을 하지만 장난치며 연기하듯 책을 외는 아이를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스릴러라는 홍보 문구는 다소 과장이라 생각해 속았다 싶었지만 아이가 이만큼 좋아하면 더 바랄 게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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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테이트 오브 테러
힐러리 로댐 클린턴.루이즈 페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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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과 루이스 페니가 함께 쓴 정치 스릴러 소설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무척 궁금했다.
열린책들에서 책이 나왔다는 소식엔 조금 놀랐다. 스릴러를 자주 내는 데가 아닌데… 비슷하게
루이즈 페니와 스릴러도 익숙한 조합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페니 선생님은 우리 시대의
애거서 크리스티랄까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온갖 희로애락을 미스터리로써 보여주는
분이라서. 하지만 이 정도 미스터리 선생님이면 옆 동네 스릴러도 과락은 면하시겠지 생각했고
정말 준수한 정도. 스리 파인즈의 인물들을 슬쩍 나오는 것도 반갑다.
반면 힐러리의 참여는 정치 스릴러의 정치 부분에 엄청난 현실감을 덧입혀 준다. 힐러리의
이름만으로, 꽤 많은 인물들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래저래
전후관계는 다르지만 오바마의 얼굴을 한 더그의 모습이 그 중 가장 재미있었다.)
정치 스릴러로서는 걸작이라긴 어렵지만 (다소 작위적이고 메인 빌런, 주인공 일가에 몰린 활약상
등이 특히 그런 느낌…) 빠른 전개와 자잘하게 이어지는 반전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성 인물들의 연대와 활약이 주로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페니와 힐러리가 남긴 작가의
말이 본편 못지 않게 인상적인데, 주조연 인물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들에 대한 추억과 그로써
맺은 우정이 인상적이었다. 또 마음에 남은 건, 이 소설을 소설로만 남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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