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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 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으려 해도 하루종일 더위에 지친 탓인지 금세 졸음이 쏟아진다. 역시 여름은 책읽기에 좋은 계절은 아닌 듯 싶다. 얼른 더위가 수그러들길 바라며 이번 달에는 지금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중심으로 골라본다.

 

 

 1. 우리나라만큼 남의 뒷말을 즐기는 사회가 또 있을까? 셋 이상이 모여 수다를 떠는 자리라고 하면 어김없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주 소재로 테이블에 오르는 경험을 누구든 해보았을 것이다. 이런 습성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친다. 몇몇이서 나누는 뒷말에 그치지 않고 온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명목으로 떠도는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 에피소드들, 신상털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현대식 인민재판 등. 정치인,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루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책은 그러한 루머의 메카니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된다. "이 책은 왜 루머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지, 도대체 루머란 무엇인지, 루머가 가진 엄청난 위력과 루머를 통제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과연 통제가 가능할까?

 

 

 

 2. 지난달에 나온 책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또래압력, 즉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고 동화되는 과정에서 이탈할 경우 발생하는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눈높이를 맞추려는 무의식"의 긍정적 차원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남들도 이 정도 하니까 나도 그 정도 해야 되지 않겠어'라는 태도, 즉 자기 자신의 기준에 의해 살아가기보다는 타인의 눈높이에 맞춰 살아가려는 태도에 대해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가진 나로서는, 이러한 또래압력이 과연 어떤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3. 이 책은 그 유명한 카뮈와 사르트르의 논쟁을 다룬 책이다. 한때 절친한 친구사이였던 두 사람은 공산주의에 대한 입장-구체적으로 당시 소련에 대한 입장-의 차이 때문에 서로 결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이 책은 두 사상가의 철학적 기반을 분석함으로써 '두 사람의 결별'이라는 사건의 필연성을 해명해 보려는 책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히 과거의 에피소드를 다룬 책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한국은 증오가 정치의 동력이 되는 정치 양극화 구도에 사로잡혀 있다"는 최근 강준만의 지적처럼, '진보적 폭력'과 '사회적 화합'이라는 두 사람 간의 입장 차이가 지금 우리 사회에도 유효한 설명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카뮈와 사르트르의 논쟁은 바로 이 공산주의에 대한 입장 때문이었다. 공산주의는 한 세기 넘게 전세계인들을 사로잡았던 이상향이었으나 결국 실패한 기획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미완성의 기획으로 변화된 현실 조건에 맞추 더욱 전시켜야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공산주의의 역사를 일별하고 있는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전자라고 한다면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무엇이 전세계인들을 그토록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을테고, 후자라고 한다면 미완성의 기획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공산주의 사상가들이 제시한 새로운 사회상과 그러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실제로 실행된 제도들, 그리고 그 제도가 가진 현실적 한계들을 차근차근 검토해 봄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유용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5.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이 책을 고른다. 두 시간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왕복 여덟 시간이라는 교통지옥을 뚫고 지산에 갔다. 1993년 데뷔 앨범 <Pablo Honey> 이후로 20년 가까이 기다려왔던 공연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두 시간의 황홀한 경험. '영접했다'던 누군가의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실 "~로 철학하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라디오헤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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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8-05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력에서 전체주의로, 와 코뮤니스트의 연결이 절묘하네요. 샤르트르와 카뮈의 논쟁 관련 책들은 많기는 한데.. 저 책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려나, 확인해봐야겠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