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파산 - 장수가 부른 공멸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홍성민 옮김 / 동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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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족의 파산 : 장수가 부른 공멸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홍성민 옮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수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일본
그런데 장수가 가족이 함께 공멸하는 친자파산을 불러일으킨다니 제목부터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가 되고 있으니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책이었다.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때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왜 함께 파산하는 일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책의 앞날개에서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취업란, 워킹푸어, 비정규직 사회, 고독사, 노후파산 등 일본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상들이었다.

 

 

 

 

NHK 스페셜 제작팀의 구성원들이 그간 다룬 프로그램들 중에서 고령화사회에 대한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들이 많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에 알려 해결책을 모색해보려는데 있었을 것이다.

"성실히 일해 가정을 일구면 노후에는 검소하지만 가족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은 이제 '환상'에 불과한 바람일까. 프로그램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현실을 이 책에 자세히 남기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느끼는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일본과 시차를 두고 비슷한 사회 현상이 일어나는 우리 사회인만큼 이 책의 내용이 남일 같지 않았고, 도대체 왜 부모와 자식이 동거를 하면 파산을 하는지 그것을 막을 해결책은 없는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1장 가족이 있어도 노후파산을 피할 수 없다.
2장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노후파산 예비군
3장 간병이직 ㅡ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비극
4장 친자파산을 막는 세대 분리
5장 취업이 초래한 일중독거


책은 총 5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야스다 씨, 가케가와 씨, 사토 씨, 스즈키 씨와 다른 두 가족(다나카 씨, 하시모토 씨)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친자파산의 문제점과 사회 제도의 문제에 대해 다루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첫 번째 야스다 씨의 가족은 45세 비정규직 파견 일용직 아들 아키오, 그의 아들과 뇌경색으로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고령의 아버지 요시아키 씨 이야기였다. 연금을 받아 생활하던 요시아키 씨는 아들 아키오와 살면서 생활보호 중지가 되었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필요한 병원 진료 역시 중단했다. 아프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어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다. 이 와중에 아들 아키오 씨가 일자리를 잃게 되며 상황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나이 든 부모와 동거할 경우 자녀는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동 시간을 늘리고 그것으로 부모는 혼자 집에 남겨지는 시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가족을 위해서다. 그러나 일하면 일할수록 집에 있는 시간은 줄기 때문에 부모 곁을 지킬 수 없다. - 본문 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인원을 조정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 그 말은 뒤집으면, 노동자가 언제 잘릴지 모를 불안 속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 본문 중에서


두 번째 가케가와 씨의 가족은 4인 가족인데, 엄마인 사치코는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고, 38세 아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다. 36세 딸 역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성인의 두 자녀가 있지만 자립할만한 수입이 되지 못해 결국 68세 요시하루 씨는 가장으로서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처지이다.


세 번째 사토 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2015년 1월, 90대 노모와 노모를 돌보던 40대 아들이 사체로 발견되었는데, 그게 바로 사토 씨였던 것이다. 노모를 돌보기 위해 간병이직을 하면서 점점 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도 친척들도 그 누구도 그가 아프거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몰라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경우였다.

친자파산은 가정 문제를 외부에 알리기 싫어서 주위의 도움을 꺼려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본문 중에서


마지막 스즈키 씨는 자신이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평생을 살았던 편안하고 안락한 집을 떠나 아들들과 세대를 분리하며 시설로 들어간 사례였다. 몸이 불편해서 가족의 도움과 보살핌을 받고 싶지만 친자파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배가 고파도 배불리 먹을 수 없고,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것마저 요청할 수 없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거꾸로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차단해서 사회적 약자로 내몰리게 되는 현실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리고 함께 살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와 생활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허덕이며 죽기만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사회가 바람직한가. 책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이러한 제도의 모순을 바탕으로 사회제도를 정비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일본의 비정규 고용은 전체 고용의 약 40퍼센트로, 2000만 명에 이른다. 앞으로 연금으로 생활할 부모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자녀의 조합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책에서 언급된 문제들이 이제 사회 전반에 걸쳐 점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고, 어느 순간이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 계속해서 또 다른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고, 각각의 문제들은 서로 얽혀서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족이 붕괴되고 사회 기반이 흔들려 국가가 무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실 그동안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저 사회적인 문제일 뿐 나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이 내게 닥칠 수도 내 이웃에게 닥칠 수도 있는 문제들이겠다 싶었다.
청장년층의 비정규직 문제는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비정규직은 4대 보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근무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연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연금이나 노후를 위한 저축을 따로 하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비교해서 연봉의 차이가 있고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이다 보니 당장 내일의 내가 불안한데 어떻게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겠는가. 게다가 연금을 내고 있지만 받을 수가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을 정도로 연금 또한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어 왔기 때문에 어쩌면 현재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후파산, 친자파산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큰 사회문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자녀와 연금조차 나오지 않는 노부모가 함께 생활한다. 자녀는 일자리를 잃고 노부모는 이제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한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최저 생계유지조차 되지 않는 그들은  어떤 인생의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제발 허리띠를 졸라매다 목을 졸라맨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역시 미래를 내다보며 차근차근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우리의 제도와는 다른 점들이 있었지만, 청년 실업, 비정규직, 고용 불안정, 고령화사회 등 우리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좀 더 피부에 와 닿았다. 일본과 시차를 두고 비슷한 사회 현상이 일어나는 우리이기에 이 책의 내용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 제도가 더 잘 갖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일본에서 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또 다른 다양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두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의 모순과 결함을 잘 파악해서 우리나라의 제도를 좀 더 튼튼하게 구축해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입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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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 앤 구떼 스타일 - 스타일리시 카페 데코레이션 & 레시피
조정희.이진숙 지음, 문복애 사진 / 비타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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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 앤 구떼 스타일
조정희이진숙 지음


꽃과 맛있는 음식이라니!
내가 꿈꿔왔던 카페였다.
요즘에는 특정 꽃만 키우는 카페도 많이 생겼고 카페가 아니더라도 이게 꽃집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식물들을 키우는 식당이나 가게도 많아졌는데 처음 내가 그 생각을 하게 된 건 벌써 십여 년 전..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는 그런 장소가 없었다.
차와 커피를 좋아하게 되면서 카페에 가는 걸 즐겼고 꽃도 좋아하게 되면서 이 두 가지를 같이 보면 참 좋겠다 싶었던 나에게, 하지만 이제 이런 종류의 카페가 많아져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는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은 너무나도 좋은 선배의 조언이었다.

 

 

 

인연이란 이런 것일지도..
같은 곳에서 일하던 기자였던 두 사람이 어떻게 파티시에와 플로리스트로 변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함께 동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사실 난 블룸앤구떼를 알지 못한다.
커피와 차를 좋아하고 카페에서의 시간을 즐기지만 이곳은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책을 넘기자 블룸앤구떼의 멋진 전경이 펼쳐졌다.
참으로 아름답다. 사진만으로도 그곳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실제로 가보면 얼마나 멋질까.
2004년 블룸앤구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길 짧게 담고 있던 Intro에서 그녀들이 왜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카페가 아닌 어떤 일을 하더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더 좋아 보이고, 더 근사해 보이는 것에 휩쓸리지 않는 고집과 나만이 선보일 수 있는 독창성이 필요하다." - "Intro 카페 블룸앤구떼의 시작, 그리고 지금" 중에서

 

 

 

책은 블룸앤구떼만의 스타일과 그간 그녀들의 경험, 그리고 그녀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이 담겨있었다.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블룸앤구떼의 13년간의 경영 노하우와 함께 식물 인테리어에 대한 팁과 다양한 음식 레시피까지! 와우!

 

 

 

다양한 블룸앤구떼만의 스타일이 담겨 있었지만 유독 자연을 담은 포장법에 눈이 갔다.
선물 포장만을 위해 블룸앤구떼를 방문하는 손님도 있다는데, 선물 받은 이는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은 그녀들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바구니든 상자든 어느 포장재를 사용하든 완충재는 자연으로, 꽃과 잎 그리고 열매들이 그 자릴 대신한다. 센스 있는 작은 꽃다발로 마무리하면 선물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블룸앤구떼는 다양한 꽃과 식물이 함께 있어 내추럴하고 편안한 카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다. 물론 절화를 이용해 포인트가 되는 플라워 디스플레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크고 작은 초록색 식물들이 많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향기 좋은 허브들과 작고 예쁜 야생화들이 함께 있으니 작은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작지만 예쁜 테라스가 있다는 것도 블룸앤구떼만의 매력 포인트다.
플로리스트로서 카페를 꾸밀 때 어떤 점들을 유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제2장 Blooming Everyday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인데, 다른 장소에서도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다.

 

 

 

2장에서의 눈 호강과는 다르게 보면 볼수록 책을 먹고 싶고 배고파지는 3장의 내용은 Goute Cuisine, 블룸앤구떼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한 내용이다.

 

 

 

감사하게도 블룸앤구떼에서 판매되고 있는 많은 음식들의 레시피가 공개되어 있었다.
물론 다른 요리책에도 레시피가 공개되어 있지만 이 책은 실제 지금 운영되고 있는 카페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음식들의 레시피라는 점에서 더더욱 관심이 갔다.
내가 좋아하는 타르트와 당근 케이크, 밀크레페, 티라미수도 있고 청이나 브런치 샐러드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 레시피도 가득가득 들어있으니 집에서 하나씩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도 해보고 가족들과 즐거운 주말 오후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마지막 4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녀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구례로 이사 간 친구를 찾은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무심하게 자란 구례의 풀숲이 우리의 주방이다. 들꽃을 모아 근사한 센터피스를 만들고 텃밭에서 수확한 당근과 버슷이 식재료로 쓰이는 우리가 꿈꿔온 자연 식탁." - "자연의 레시피로 만드는 재충전의 시간" 중에서

결국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것들은 다 자연에서 오는 것들인데, 정말 자연에서 이런 만찬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 무슨 요리를 할지, 테이블은 어떤 것으로 꾸밀지 계획하지 않고 시작했지만 재료를 구하고 다듬고 근사하게 완성이 되었을 때, 과정부터 완성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고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도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쁜 꽃도 한가득, 맛있는 음식도 한가득,
한 장 한 장 책을 넘길수록 점점 빠져드는 책이었다. 보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하지만 블룸 앤 구떼 스타일」을 그저 스타일리시한 카페의 데커레이션과 레시피만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13년을 한 길을 걸어왔지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모색해봐야 한다는 그녀들의 말과 함께, 그녀들의 경영관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차리고 싶은 카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카페여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입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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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경제 공부 - 월급쟁이 재테크부터 일자리 정책까지, 경알못을 위한 경제상식 몸풀기
박유연 지음 / 알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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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경제 공부」
박유연 지음


얼마 전 대출과 관련된 이야길 하는데 '아. 내가 이리도 경제를 몰랐나.' 싶은 생각에 안되겠다 싶었다.
나름 만기시 세전이자 세후이자 따져가며 이율 높은 예적금 상품도 가입하고, 신용카드도 혜택 높은 상품이 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는데.. 우물안 개구리도 이런 개구리가 없을 듯. 내가 알고 있는 건 경제에 ㄱ자도 못 될 정도로 아주 소소한 내용이었고 나와 관련없는 내용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개인 경제활동에 국가나 세계가 미치는 영향이 없을 수가 없는데 말이다. 국내시장에 대한 이해도 없고, 나아가 국가 경제, 세계 경제에 대한 트렌드도 모르니 투자와 재테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나였다.
경제뉴스를 막힘없이 듣고 경제지를 술술 읽어내려가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픈데 현재 경제에 대해 아는 바가 미비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경알못 왕초보가 읽기에 딱일 것 같은 책 발견!
제목부터가 날 위한 것 같았다. ㅎㅎ

 

 

 

 

저자는 13년간 경제분야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경제서를 집필한 경력이 있었다.
독자들이 경제 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하니 그간 경제는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쉽게 알리고 이해시키려 애쓴 것 같았다. 이 책 역시 같은 이유에서 출간된 것이겠지.

 

 

 

 

책의 뒷날개에 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테스트가 있어 나도 확인해보았다.
나는 3개. 경알못 지수 70점.
아이고.. 심각하다.

 

 

 

 

처음 책을 받고 두께에 깜짝 놀랐었다. '423쪽이나 되는 경제서를 내가 과연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세금, 연봉, 임금, 물가, 재테크, 연금, 부동산, 실업 등 조금은 나와 가까운 내용에서부터 시작해 한국경제, 시장경제, 분배 등의 국가 경제 및 세계경제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경제 내용이 담겨있었다. 다행히도 목차를 보며 관심가는 주제들을 찾았고, 차근차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관피아 낙하산을 배격하면서, 공공기관과 금융사의 지배구조가 개선된 게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정피아가 내려와 더 왜곡되고 말았다.
전문성이 없는데도 정권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정피아를 요직에 내려보내는 게 더 문제다. 이를 막으려면 공공기관마다 독립적인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능력 있는 인사를 영업하거나 내부 승진을 시켜야 한다. 정권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을 굳이 챙겨야 한다면, 사전에 아예 그런 자리를 정해놓는 게 낫지 않을까.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 "일한 만큼 월급 받고 있습니까? : 임금결정요인과 고액연봉" 중에서


"인구정책의 핵심은 출산율 관리다. 정부는 보육수당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한 달에 20만원 정도의 보조금은 출산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하고 재정건전성만 해칠 수 있다." - "젊은이도 노인도 불행하다 : 저출산과 고령화" 중에서


"상속목적이 아니더라도, 총수일가의 부를 늘리고자 총수일가의 개인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수많은 소액주주로부터 이익을 빼앗아 총수집단에게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일감 몰아주기는 경제 전반에 큰 부작용을 낳는다. 우선 재벌 계열사가 아닌 기업은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잃는다. (중략)
일감 몰아주기가 문어발식 확장과 겹치면,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재벌 계열사만 존재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중략)
산업경쟁력도 떨어진다. 물량을 몰아서 받는 대기업은 경쟁 없이 성장하니 혁신노력을 할 필요가 없고, 결국 해당 산업의 경쟁력저하로 이어진다." - "10대 재벌의 매출이 전체 기업매출의 절반이라니 : 양극화와 경제민주화" 중에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교과서적인 경제 원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고 있다며 뉴스를 통해 한 번쯤 들었던 내용들, 현실적으로 우리 피부에 와 닿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었다. 그만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전문용어들이 있었지만, 경제상식이 부족한 내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게 쓰여 있었다.  

 

 

 

 

전문용어들은 주석이 달려있어 책을 읽는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쓰여 있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영어공부할 때 어려운 단어가 많으면 단어 찾다가 끝나기 일쑤인데, 경제서도 혹시 어려운 말들이 많아서 단어 찾다가 끝나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재정부, 통계청, 한국경제연구원 등의 다양한 자료와 표를 활용하였는데,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긴 글로만 쓰여 있는 것보다 표를 보니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책에 쓰인 전문용어는 맨 뒤에 "용어설명 찾아보기"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수 있다. 앞쪽에서 보았던 전문용어가 뒤쪽에도 나오는데 뜻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이 페이지를 활용하면 좋겠다.

 

 

 

 

딱딱한 경제서가 아니라 경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을 위해 쉽게 쓰인 책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경제서 한 권 읽었다고 경제를 다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금융, 부동산, 연봉, 세금, 일자리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경제 상식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이 어떻고, 앞으로의 모습은 어떠할지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혹시라도 나처럼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알고 싶어 하는 경알못 왕초보자들은 이 책을 시발점으로 경제상식을 쌓고 경제에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길 바란다.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입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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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토익 RC PART 5&6 강의노트 - 토익, 생각의 순서를 잡아주는 유수연 토익
유수연 지음 / 사람in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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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생각의 순서를 잡아주는
유수연 토익 RC PART 5&6 강의노트
유수연 지음


취준생들의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영어, 그것도 토익 점수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몇 달 전 토익 접수를 하려 인터넷을 켰다가 시험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고 창을 꺼버렸던 기억이 있다. 토익공부를 해왔던 것도 아니고 그냥 경험삼아 보자니 그럴만한 가격도 아니고... 책이라도 한 번 펴보고 공부한 후에 시험을 봐야겠다 싶었다.
도대체 시험 비용이 왜 자꾸 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렇잖아도 취준생들 얇은 지갑을 더 얇게 만들어주는데 한 몫하는 ETS.. 에효.

ETS에 계속 토익 접수비 가져다바칠 순 없으니 공부하고 시험보러 가야지때마침 토익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스타강사 유수연 씨의 따끈따끈한 신간이 출간! 굳굳-!!
토익은 토익만의 접근법과 풀이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17년 강의 경험과 노하우를 책에 다 쏟아부었다고 하니, 그 내용이 궁금하다. 

 

 

 

초기 토익 문제부터 20165월 신토익으로 바뀐 후 치러진 토익 문제까지 전 토익 문제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분석해 최신 출제 경향에 맞는 문제 풀기 방식을 혼자 공부하기 딱 맞게 구성하여 담았다고 하니, 나처럼 학원을 가자니 좀 부담스럽고 그냥 집에서 틈나는 대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딱인것 같다.

 

 

 

워낙 유명한 스타강사라 소개가 필요없을 것 같다.
실전 토익 강의를 17년간 해오면서 토익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 분야에서도 이름을 널리 알린 저자는 나 역시 텔레비전에서 영어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잠깐 비춰진 그녀의 수업에서 체구는 작지만 많은 학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는가.
책의 제일 앞부분에는 토익이 어떤 시험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출제 범위 및 기준"을 보면서 토익을 시험으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며 이후 내가 그 분야에서 사용하게 될 영어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에 성적을 위한 영어공부라는 조급한 마음은 사라지고 영어공부에 대한 각오도 다시 다질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생각의 순서"이다.
책 부제에도 나오고 공부를 하는 매 페이지마다 "생각의 순서"가 나온다. 이 부분을 중요시 한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이 부분을 지키지 않아 오답을 고르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과거 학생들을 가르칠 때 많이 틀리는 것은 강조에 강조를 했으니 저자가 왜 이리 "생각의 순서"를 강조하는지 알 것 같다.

 

 

 

책의 전체 구성과 활용법, 그리고 매 페이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PART 5는 크게 명사, 동사, 대명사, 접속사, 관계사, 준동사, 형용사, 부사, 비교급과 최상급/가정/도치, 전치사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PART 6는 구조와 품사를 묻는 문제, 동사의 수와 태를 묻는 문제, 연결어를 묻는 문제, 어휘를 묻는 문제, 문맥을 추가하는 문제로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실력 확인을 해볼 수 있도록 실전 모의고사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럼 PART 5부터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PART 5는 크게 총 10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3~6개의 소챕터로 나뉘어져 있다.


명사파트를 예를 들어 보면,

 

 

역시나 이 책에서 중요시하는 "생각의 순서"가 가장 먼저 나와있다.
어떤 순서로 생각을 하고 문제에 다가가야 하는지를 안내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을 먼저 파악해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결국 문제에 좀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챕터마다 (품사에 따라) "생각의 순서"의 내용은 바뀌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매 챕터마다 출제빈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볼 수 없다면 출제빈도가 높은 챕터부터 내용을 정독하고, 그 후에 다른 챕터의 "생각의 순서"라도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명사 챕터의 구성은 총 6개의 작은 챕터들로 나뉘고, 각각의 소챕터들은 또 3~7장으로 나뉘고 있다.
맨 위에 QR코드가 있는데, 책의 앞부분에서 안내하고 있듯이 저자는 동영상을 먼저 보지 말고 책을 보고 혼자 공부를 한 다음에 QR코드로 연결된 강의를 보고, 다시 책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즉, "독공(예습) - 수업 시청 - 독공(복습)"의 방법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보고 내용을 파악(예습)하니 강의를 들을 때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혹은 내가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헷갈렸던 내용이 나오면 집중해서 내용을 볼 수 있다. 수업을 시청한 후 부족했던 부분들을 책에 적어두면 벌써 같은 내용을 3번이나 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페이지마다 기출문제가 나오고, "생각의 순서"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간다.
해석/어휘/정답은 매 페이지 아랫부분에 나와있어 해설/정답을 보기위해 책을 앞으로 뒤로 넘길 필요가 없다.

 

 

 

PART 5의 내용 사이사이 알아두면 좋을 표현들이 보기 쉽게 표로 정리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기에 같이 다니는 자동사/타동사 빈출 24 list, 상태 동사 vs. 동작 동사, 유사 의미를 가진 동사들의 분류, 명사절 접속사 활용 가이드, 한눈에 보는 관계대명사 출제 패턴 1,2, 시험에 출제되는 도치구문 총정리, 두 단어 이상으로 구성된 전치사 list, 빈출 접속부사 list 등 이 내용들만 파악해도 영어실력이 쑥쑥 향상될 것 같다.



PART 5의 구성을 확인했으니 PART 6의 구성을 확인해보자.

 

PART 6은 PART 5에 비해 내용이 적은 편이다. PART 6의 문제 유형이 PART 5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품사나 문법과 관련된 문제들은 PART 5의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면 될 것이다.
PART 6의 내용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PART 6을 풀기에 앞서 어떤 생각으로 문제에 다가가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생각의 순서"가 나와있다. PART 6 역시 QR코드가 있으니 공부를 먼저 한 후에 수업을 시청하도록 하자.

 

 

 

왼쪽에 문제가 나오고, 오른쪽에 해당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생각의 순서"에 따른 풀이방법이 나와있다.

 

 

 

책의 제일 뒷부분에는 실전 모의고사 1회 분량(PART 5, PART 6)과 해설이 나와있다.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책에서 강조하는 "생각의 순서"라는 것이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일텐데, "생각의 순서"는 마치 선생님이 옆에서 "이 문제는 이렇게 풀어라~"하면서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선생님하고 함께 공부할 때는 선생님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방식대로 문제를 풀어서 마치 내가 잘 알고 푸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한다. 하지만 혼자 풀어보려하면 멍-해지는 상태가 되는 걸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지금 이 책은 선생님 없이 나 혼자서 공부하는데 초점을 맞춘 책이고 그렇기 때문에 책에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잘 나와있다는 것은 영어를 독학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QR코드를 인식하면 바로바로 관련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특히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동안 뭐 좀 보려고 하면 회원가입해야 하고, 무슨 자료 좀 다운받으려고 하면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깔아야 되고, 왜 이리 오류는 많이 나는지 그 과정에 지쳐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또 동영상을 보며 공부할 수 있다고 해서 구매한 토익책인데, 알고보니 시청가능한 기간이 정해져있어 나는 아직 공부가 안끝났는데 더이상 동영상 시청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부하다 모르면 바로 선생님과 만날 수 있도록 학습자를 생각해줬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혼자 공부하는 학습자를 생각해서 만들어진 유수연 토익 RC PART 5&6 강의노트
LC PART 1,2,3,4와 RC PART 7 그리고 VOCABULARY 역시 시리즈로 나온다고 하니 그 내용이 참 기대된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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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야행
모리미 도미히코 장편소설
김해용 옮김


우연히 보게 된 책 소개글만으로도 왠지 뒷골이 서늘해지면서 숨겨진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순식간에 빠져들 것 같은 이야기
여름밤에 혼자 읽다보면 동이 틀 것 같은 이야기
그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교토의 천재 작가'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들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니 더더욱 천재 작가의 서늘하고 기묘한 밤의 여행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10년 전 영어회화 학원 동료들과 함께 갔던 '구라마 진화제'를 다시 가보기 위해 동료들을 기다리는 오하시,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모습을 보이는 동료들(나카이, 다케다, 후지무라, 다나베),10년 전 '구라마 진화제'에서 사라진 하세가와 이렇게 6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기시다 미치오라는 동판화가의 연작 <야행>이 있다.


유백색의 벽에 군데군데 걸려 있는 동판화는 한결같이 어두운 색조여서 마치 하얀 벽에 뚫린 사각형 창문 너머로 밤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중략)
하나하나의 작품을 보다 보니 모두 같은 밤이 한없이 펼쳐져 있는 듯한 신비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왜 야행일까."
내가 중얼거리자 화랑 주인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행 열차(밤에 다니는 열차)의 야행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백귀 야행(온갖 귀신이 밤에 나다닌다는 뜻)의 야행일지도 모르죠." - 본문 중에서

 

 

 

 

 

'구라마 진화제'를 보기 위해 모인 5명은 각자 경험했던 기시다 미치오의 동판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노미치, 오쿠히다, 쓰가루, 덴류쿄 각 지역에서 겪었던 이야기들과 마지막 다시 구라마에서의 이야기
그들은 모두 열차를 이용해 여행을 했었고, 기시다 미치오의 <야행>을 본 적이 있었으며, 밤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지명과 배경은 바뀌지만 비로드 같은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 농담만으로 그려놓은 것과 이리로 오라는 듯 손을 들고 있는 얼굴 없는 한 여자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마치 각 멤버들이 겪은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했고, 얼굴 없는 한 여자는 때론 아내이기도 했고, 때론 선배의 여자친구이기도 했으며, 때론 자신이기도 했다. 게다가 쓸쓸함과 아련함이 느껴지는 그림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치 검은 구멍같아서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기시다 씨가 하세가와 씨를 발견했던 그 밤은 우리가 하세가와 씨를 놓친 밤이기도 했다. 그것은 「서광」이 시작된 밤이기도 했고, 또 「야행」이 시작된 밤이기도 했다. - 본문 중에서


기시다 미치오의 연작 <야행>과 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자를 만났다는 것이 각 이야기의 공통점이 되어 서로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지만, 그것 말고도 작가는 여기저기에 다양한 요소를 배치해둬서 이야기는 마치 실타래처럼 얽혀있었다. 밤의 밑바닥을 달려가는 것 같은 전차, 언덕의 단독주택, 빨간 머플러에 작은 스누피 인형이 달린 가방을 갖고 있는 여고생 등 책을 읽다보면 앞쪽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게다가 하세가와가 사라진 것도 기시다 미치오가 <야행>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도 10년 전의 일이다. 이런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읽다보니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언덕의 단독주택이라든가, 하세가와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의 경험에 다양하게 반영되어 있어 마치 내가 했던 경험이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이 다른 누군가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서로 다른 기억으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나니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어둠과 밝음이라는 명암을 서로 다른 세계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어둠의 세계에서는 사라진 하세가와와 죽은 기시다 미치오가 반대의 세계에서는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둠의 세계라는 것, 밝음의 세계라는 것이 존재할까. 그저 시간적인 표현일 뿐, 서로 다른 공존하는 세계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어둠은 죽음을, 밝음은 삶을 의미한다고들 하는데, 죽음이 있는 인간 세계와 죽음이 없는 신의 영역(혹은 사후 세계)을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카이는 왜 아내를 구한 후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그 집으로 되돌아갔을까. 호텔직원의 도와주겠다는 말이 진심이고 아내처럼 보인 그녀가 귀신은 아니었을까. 미시마의 기분 나쁜 예언은 들어맞았을까. 예언이 현실이 되었다면 어느 쪽이 살아남았을까. 이야기에서 남겨진 쪽일까 아니면 사라진 쪽일까. 집을 향해 달려간 후지무라와 귀신을 만난 다나베는 어찌되었을까. 책을 덮고 난 후 혼란 속에 빠져 계속해서 책의 내용이 생각이 났고 다시 꺼내 보고 또 보게 되었다. 생각할수록 이야기는 마치 생(生)과 사(死)를 오가는 것 같았다. 모두가 매료됬던 하세가와는 인간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다시 찾은 구라마에서 홀로 남겨진 오하시, 혹 오하시만이 인간의 세계에 남겨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른 세계 사람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떠오르는 이야기들.


게다가 작가는 사라진 하세가와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고 그 세계를 연결하는 구멍 또한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세계에 없다고 해서 죽은 것이 아니고 이 세계와 다른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모리미 도미히코는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 건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유일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공존하는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작가는 왜 이리 밤에 초점을 맞추었을까. 기시다 미치오의 작품은 <야행>과 <서광>이라고 했지만, 책은 마지막 장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야행>에만 초점을 맞춘 듯 했다. 그리고 밤의 여행이 끝나갈 무렵 <서광>을 보게 되었다.
밤이 지나가야 아침이 찾아온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어둠이 없으면 밝음 또한 없고 밝음이 없으면 어둠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 서로 갖는 이미지는 대조적이지만 함께 공존하는 것. 어쩌면 우리가 밤이라는 이미지를 확대시켜 다른 것들은 볼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신기하게 여겨질 만큼 그것들은 요란한 아침의 소리였다.
(중략)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때만큼 아침이 아침답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딱 한 번뿐인 아침ㅡ
그 말을 떠올리면서 나는 히가시야마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산 너머에서 비치고 있는 것은 서광이었다. - 본문 중에서

 

 

 

 

유려한 글과 탄탄한 구성, 긴장감 넘치며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사각형 창으로 연결된 밤의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스릴러라고 생각하며 첫 장을 펼쳤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과 심오함이 남았다.
작가가 왜 교토의 천재 작가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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