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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파산 - 장수가 부른 공멸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홍성민 옮김 / 동녘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가족의 파산 : 장수가 부른 공멸」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 홍성민 옮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수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일본
그런데 장수가 가족이 함께 공멸하는 친자파산을 불러일으킨다니 제목부터가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가 되고 있으니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책이었다.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때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왜 함께 파산하는 일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책의 앞날개에서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취업란, 워킹푸어, 비정규직 사회, 고독사, 노후파산 등 일본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상들이었다.


NHK 스페셜 제작팀의 구성원들이 그간 다룬 프로그램들 중에서 고령화사회에 대한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들이 많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에 알려 해결책을 모색해보려는데 있었을 것이다.
"성실히 일해 가정을 일구면 노후에는 검소하지만 가족과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은 이제 '환상'에 불과한 바람일까. 프로그램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현실을 이 책에 자세히 남기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느끼는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일본과 시차를 두고 비슷한 사회 현상이 일어나는 우리 사회인만큼 이 책의 내용이 남일 같지 않았고, 도대체 왜 부모와 자식이 동거를 하면 파산을 하는지 그것을 막을 해결책은 없는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1장 가족이 있어도 노후파산을 피할 수 없다.
2장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노후파산 예비군
3장 간병이직 ㅡ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비극
4장 친자파산을 막는 세대 분리
5장 취업이 초래한 일중독거
책은 총 5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야스다 씨, 가케가와 씨, 사토 씨, 스즈키 씨와 다른 두 가족(다나카 씨, 하시모토 씨)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친자파산의 문제점과 사회 제도의 문제에 대해 다루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첫 번째 야스다 씨의 가족은 45세 비정규직 파견 일용직 아들 아키오, 그의 아들과 뇌경색으로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고령의 아버지 요시아키 씨 이야기였다. 연금을 받아 생활하던 요시아키 씨는 아들 아키오와 살면서 생활보호 중지가 되었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필요한 병원 진료 역시 중단했다. 아프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어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다. 이 와중에 아들 아키오 씨가 일자리를 잃게 되며 상황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나이 든 부모와 동거할 경우 자녀는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동 시간을 늘리고 그것으로 부모는 혼자 집에 남겨지는 시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가족을 위해서다. 그러나 일하면 일할수록 집에 있는 시간은 줄기 때문에 부모 곁을 지킬 수 없다. - 본문 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인원을 조정하기 쉬운 이점이 있다. 그 말은 뒤집으면, 노동자가 언제 잘릴지 모를 불안 속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 본문 중에서
두 번째 가케가와 씨의 가족은 4인 가족인데, 엄마인 사치코는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고, 38세 아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다. 36세 딸 역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성인의 두 자녀가 있지만 자립할만한 수입이 되지 못해 결국 68세 요시하루 씨는 가장으로서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처지이다.
세 번째 사토 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2015년 1월, 90대 노모와 노모를 돌보던 40대 아들이 사체로 발견되었는데, 그게 바로 사토 씨였던 것이다. 노모를 돌보기 위해 간병이직을 하면서 점점 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도 친척들도 그 누구도 그가 아프거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몰라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경우였다.
친자파산은 가정 문제를 외부에 알리기 싫어서 주위의 도움을 꺼려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본문 중에서
마지막 스즈키 씨는 자신이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평생을 살았던 편안하고 안락한 집을 떠나 아들들과 세대를 분리하며 시설로 들어간 사례였다. 몸이 불편해서 가족의 도움과 보살핌을 받고 싶지만 친자파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배가 고파도 배불리 먹을 수 없고,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것마저 요청할 수 없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거꾸로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차단해서 사회적 약자로 내몰리게 되는 현실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리고 함께 살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와 생활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허덕이며 죽기만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사회가 바람직한가. 책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이러한 제도의 모순을 바탕으로 사회제도를 정비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일본의 비정규 고용은 전체 고용의 약 40퍼센트로, 2000만 명에 이른다. 앞으로 연금으로 생활할 부모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자녀의 조합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책에서 언급된 문제들이 이제 사회 전반에 걸쳐 점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고, 어느 순간이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 계속해서 또 다른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고, 각각의 문제들은 서로 얽혀서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족이 붕괴되고 사회 기반이 흔들려 국가가 무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실 그동안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저 사회적인 문제일 뿐 나의 문제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이 내게 닥칠 수도 내 이웃에게 닥칠 수도 있는 문제들이겠다 싶었다.
청장년층의 비정규직 문제는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비정규직은 4대 보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근무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연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연금이나 노후를 위한 저축을 따로 하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비교해서 연봉의 차이가 있고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이다 보니 당장 내일의 내가 불안한데 어떻게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겠는가. 게다가 연금을 내고 있지만 받을 수가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을 정도로 연금 또한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되어 왔기 때문에 어쩌면 현재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후파산, 친자파산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큰 사회문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자녀와 연금조차 나오지 않는 노부모가 함께 생활한다. 자녀는 일자리를 잃고 노부모는 이제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한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최저 생계유지조차 되지 않는 그들은 어떤 인생의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제발 허리띠를 졸라매다 목을 졸라맨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역시 미래를 내다보며 차근차근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우리의 제도와는 다른 점들이 있었지만, 청년 실업, 비정규직, 고용 불안정, 고령화사회 등 우리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좀 더 피부에 와 닿았다. 일본과 시차를 두고 비슷한 사회 현상이 일어나는 우리이기에 이 책의 내용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 제도가 더 잘 갖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일본에서 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또 다른 다양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두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의 모순과 결함을 잘 파악해서 우리나라의 제도를 좀 더 튼튼하게 구축해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입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