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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평생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한 사람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다가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했습니다."로 시작하여 "~전 그냥 들풀처럼 살래요." 로 끝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내가 인터뷰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속내를 슬쩍 캐내기도 하고 그들과의 우정을 살짝 드러내기도 하며, 시종일관 인터뷰어의 자리를 지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김제동은 역시 김제동이다. 겸손함이 돋보인다고 할까. 그에게 스님이 되라고 하는 법륜 스님의 말씀이 그는 "공부는 안했어도 번뜩번뜩하는 것"이 있다는데 내가 보기에 김제동은 알게모르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다. 표면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행간에서 읽히는 그에게서는 사람됨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인터뷰이로 나오는 사람들 중에 가장 인상깊은 사람들은 역시 연예인이다. 그중 고현정의 인상이 강렬하다. "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 것, 그게 다 내가 한 일이고 나에게서 나온 거야.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그들이 판단하는 건 그들의 자유야. 남들의 생각까지 내 의도대로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권력욕이지." 그리고 또 말한다." 연예인에게 가십이 없다는 건 직무유기야. 누릴 것 다 누려놓고 얼마 안 되는 질타와 비난에 힘들어하다니 말도 안 돼. 질타도 관심이거든. 그러니까 불평 말고 견뎌야 해." 솔직히 나는 이 인터뷰를 통해 고현정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이에 비하면 유인촌과의 인터뷰에 대해선 다음의 한 구절로 그 속내를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지만 사실 그거면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유인촌에게서.
" ...'장관 유인촌'에게 '배우 유인촌'을 기대하고 왔지만, 답변은 '장관의 언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
배우 황정민. 그는 촬영 때 호텔보다 스태프들이 있는 모텔만 고집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이렇다." 늘 좋은 것, 좋은 음식, 좋은 잠자리만 찾다보면 몸이 썩어. 진짜 귀한 게 없어지는 거지." 이런 숨은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숨은 모습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시인 김용택이나 정호승과의 대담에서는 아름다운 시가 흐르고, 소설가 조정래와의 대담에서는 그에 걸맞는 이야기가 또 흐른다. 그가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에게서 그 사람의 깊이를 끌어내는 김제동의 저력에 감탄하면서 책 한 권을 금방 읽어버렸다. 김제동이 인터뷰를 한다면 그 누구라도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 한 가닥쯤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
좀 아쉽다면 글이 길지 않다는 것.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면 어쩔 수 없는 한계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