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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평점 : 
오늘도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영화 광고를 본다. 어벤져스...
음,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이 뭉쳤군.
사실 슈퍼 히어로들의 영화를 열심히 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아마 웬만한 건 다 본 것 같다. 그냥...미국의 덩치 좋거나 덩치 좋게 변신하는 잘생긴 백인 남자가 지구가 어려울 때 지구를 구출해 내는 것.
음, 그런 영화를 보다보면, 사실 음, 저렇게 미국이나 다른 세계가 난리났을 때 한국에 사는 나는 뭘하고 있을까? 저 영웅이 구하는 무리에는 못 속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은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슈퍼 히어로들과 한국의 연관 관계, 연결을 지은 소설이 있다. 무려 2003년에 나온 박민규 소설. 박민규의 삼미 슈퍼 스타즈를...정말 좋아하기에...읽은 그의 소설. 첫 소설은 아니고, 처음 상 받은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상상력이 기발하고 절묘하다.
노란 껍질에 속살이 하얀 바나나같이 겉모습은 황인종이지만 뼛속까지 백인이 되고 싶어하는 바나나맨. 아니 바나나맨은 특별히 백인이 되고 싶어했다기 보단 영웅이 되고 싶은데, 영웅은 백인이니 그들과 닮아가려 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바나나맨은 영웅으로 활약은 못하고 버려지지만, 그래도 한국은 그 잘난 영어좀 하면 먹고 살 길은 있으니...한국에서 영웅들 사이에서 익힌 영어로 먹고 산다.
68쪽
"힘은 곧 '정의'와 같은 것이란다. 소련의 가장 나쁜 점이 무엇인지 아니? 더럽고 추잡한 빨갱이들의 사상? 아니, 그건 두번째에 불과해. 뭐니뭐니해도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건 나와 맞먹는 힘을 가지려 드는 것이란다.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지."
"서로 의논을 해 보는 건 어떤가요?"
"절대 안 돼. 그건 타협의 문제가 아니란다. 왜? 내가 가진 힘을 한번 생각해보렴. 그건 이 지구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나 외의 존재가 그런 힘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거야. 나라면 안심할 수 있지. 왜? 내가 곧 이 세계의 '정의'니까."
배트맨에 대해 이야기하며...83쪽
"놈은 절대로 싸우거나 하지 않아. 정말이야. 놈의 싸움은 DC의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낸 프로파간다에 불과해. 하기야 놈이 그럴 수 있는 건 다 슈퍼맨이 있기 때문이지.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거야. 예를 들자면, 어떤 나라가 있다. 우선 슈퍼맨이 나서서 우리의 뜻을 거스르는 무리들을 싹 쓸어 버리는 거야. 왜? 정의를 모르는 나쁜 무리들이니까. 그리고 싸움으로 궁핍해진 그 나라에 당분간 주둔하며, 구호물자를 보내주는 거야. 왜? 우리는 정의의 사자니까. 그러고나면 놈이 나서는 거지. 한 무더기의 돈을 들고."
영웅들을 통해 지금 현 세계의 힘 관계를 보여준다.
사실 박민규의 다른 소설보다는 덜 잼미있었는데, 뒤의 하성란과의 인터뷰가 재미있다.
179쪽
"글쓰는 일은 격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수환씨가 어느 경기의 해설에서 그런 말을 했어요. '예전의 복서들은 맨 먼저 파괴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즈음의 복서들은 승리만 생각한다.' 파이팅이 전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인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권투가 재미없어진다고 불평합니다. 제가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진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파이팅-격투가들의 대부분이 몸이 기형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이에요. 모든 근육이 골고루 발달하지 못했죠. 어떤 근육이 가볍지 않으면 다른 어떤 근육에 힘을 실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체형을 갖춘 작가란, 글쎄요. 전 파이팅이 아니라 헬스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몸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데미지를 생각하는 분들은 없어요. 상대편을 꼼짝 못 하도록 끌어안고만 있으려 할 뿐이죠. 제가 하고 싶은 것은 파이팅이에요. 계속 쓸 생각입니다. 욕을 먹을 때도 있고 질 수도 있겠죠. 전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 힘을 쓰고 몰두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