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 2
진해림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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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내려진 축복.. 망각.

 

사람은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만약 살아온 날들을 전부 잊지 못하고 기억하게 된다면 삶은 훨씬 더 고통스럽고 무거워질 것이다. 그래서 도유에게 내려진 저주는 실로 처절하고 끔찍한 일이었다. 저주는 무참했다. 기억해야 할 사랑하던 순간들은 배신의 상처로만 기억될 뿐. 잊혀지지 않고서 말이다.

 

사랑하였기에 행복했건만, 행복을 가르쳐 준 사랑은 놀리듯이 행복을 빼앗아버렸다. 사탕이 단 줄 모르고 살던 그에게 사탕이 얼마나 달콤한지 맛을 보여주고 각인시켜 놓고 욕심내게 해놓고 사탕에 독을 발라놓다니... 독이 든 사탕을 삼킨 까닭에 도유는 련을 찾아 헤매이며 그녀를 죽이기 위해 칼을 간다.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을 타고 났지만 스스로를 숨기며 살던 련은 달콤한 사탕이었다. 움켜쥐고 있어도 사라질 것만 같던 분위기를 가진 그녀는 극단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가뒀다. 기억하리라. 사랑하는 그 사람만 아프게 하지는 않을거라고.

 

삼백 년의 시간을 돌고 돌면서 사랑은 잊혀져 갔다. 그 애틋하고 아름답던 순간들은 배신감으로 인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대체되어 먼지처럼 날아갔다. 남은 것은 사랑하던 순간들이 아니라 사랑을 배신했다는 잘못된 진실의 잔상들 뿐...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어그러지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련은 진심을 다해 도유를 사랑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몸에 화인을 새겼다. 사랑하는 이를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과 그를 혼자 두고 싶지 않다는 절실한 마음이 담긴 화인을.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죽임을 당할 때마다 기억해냈고, 사랑하는 이를 눈에 담고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이제 그가 편안해지기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내던 련의 이복오빠의 집착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물론 누구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는 게 좀 맥이 빠지긴 했지만.

 

역경과 고난으로 담금질 되지 않아도 빛이 날 그들의 사랑이건만, 시련은 계속된다. 오해는 풀리지 않고, 이유가 있는 배신 아닌 배신으로 괴로워한다. 결자해지라 했던가. 이런 안타까운 상황들의 당사자들은 모두가 매듭을 풀기 위해 희생하게 되고...

 

그들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삼백년의 복수가 끝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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