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의료 - 우리 동네 주치의, 의료생협 이야기
임종한 지음 / 스토리플래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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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의료와 진료를 차이를 아시나요?

 

우리는 사실 조금만 아파도 의료기관을 찾습니다. 요람에서 무던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죠.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장례또한 병원에서 치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건 OECD국가 평균의 2배라고 하네요. 조그만 상처가 나도,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을 가자는 말을 들으며 자랐으니까요. 하지만 병원에 가보면 의사들은 확진이라는 미명아래 지나치게 많은 검사를 하고, 수입을 위해 과다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있습니다. 성인아토피로 엄청 고생을 하게 되었을때 유명하다는 병원을 다 찾아다녔죠. 30분넘게 기다렸다가 권위 팍팍 의사선생님과 단 3분도 대화를 나누지못하고 나와야할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다른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께 용기를 내서 내가 겪은 증상을 얘기하면서 얼마 전 TV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이게 성인아토피 아닐까요?’라고 물었더니 의사선생님은 근엄하게 도대체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왜 믿는거냐고 걱정 말라고 딱 잘라 말하시더군요. 그런 말을 들으면 난 마치 죄인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의사선생님도 그런 경험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겠지만, 도대체 총비용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각종 검사와 진료비에 불안해져서 점점 저는 작아져만 가더군요. '이건 아닌데'싶지만 대안도 없었지요.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줄곧 한의사 아니면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고 말하곤 했었습니다.뭐, 싱어송라이터야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창작과 노래를 통해 무대에서 직접 팬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으로 보여서 그렇고요.(물론 한번 터지면 로열티가 꾸준하니, 노동대비 효율적이라는 응큼한 생각도 한몫했을지도 몰라요^^) 한의사는 왜 부럽느냐. 아프면 치료해주는 것에서 확대하여 건강과 예방, 섭식에 이르기까지 생활전반에 스며들어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근데 이 책<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읽으며 저의 갑갑함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와 진료의 차이에 대해 빨리 말하라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진료'는 외상이나 질병이 발생했을때 받는 치료이고, '의료'는 개인,가족 및 지역사회를 위한 건강증진, 질병예방, 치료 및 재활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거래요.그러니까 사람이 웅덩이에 빠져 있을때, 위에서 약만 던져주는 의료인의 모습만 생각했던 저는 웅덩이에 빠진 사람이 땅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줄을 내려주는 이런 착한 의료인들이 우리땅에 있었구나 하는 안도와 희망을 보았다고 할까요? 이 책<가장 인간적인 의료>는 우리나라에서 태동한 '의료생협(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FTA 발효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축산업과 의료분야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다들 우려하고 있잖아요. 이 천박한 자본주의 끝자락에서 '협동조합'은 제대로 된 대안이라고 말하는 책<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를 동시에 읽고 있어서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의료생협은 조합원 스스로가 건강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병의원과 약물, 건강보조식품이나 값비싼 월빙 상품으로부터 독립하여 더욱 튼튼한 생활습관을 지니도록 도와줍니다. 아플때나 안아플때나 만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의료생협과 그속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그러니까 건강과 관련한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아닐까요? 그리고 안성,안산,천안,인천,광주등 전국의 의료생협에서 몸바쳐 일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스토리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분은 안산의료생협의 이재광의사입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오툐일 오전 9시부터 오루 5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2시까지 혼자서 진료를 했다네요. 제가 의료인에 대해서 가졌던 선입관이 정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동네 주치의,의료생협이야기'입니다. 정말 전국 곳곳에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만들고 소유한 병원과 동네주치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에 소개된 여성주의의료생협,채식의료생협등 다양한 생협중에 한 곳에 가입을 해야겠어요,당장!! 그리고 이 책에서 권했던 다큐멘터리 '식코(SICKO)'와 '하얀 정글'도 꼭 봐야겠습니다.의료가 상업화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반 일리히의 이 말로 서평을 줄이고자 합니다.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은 언제나 먹고,마시고,일하고, 호흡하고, 사랑하고,

정치하고, 운동하고, 노래하고, 꿈을 꾸고, 고통받는 것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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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한 다스 지식여행자 1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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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서 마리여사를 만났습니다. 마리여사의 책들중에는 <팬티 인문학>처럼 속옷을 소재로 한 경우에서 보듯이, 통역과 음식, 책, 반려동물등등 하나의 컨셉으로 화려한 만찬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 <마녀의 한 다스>는 그런 의미에서 소재를 정해보자면 '서로 다른 문화가 부딛혔을때 겪는 웃지못할 이야기' 정도로 함축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은 국제 정의와 집단 이기주의, 선입관과 이질적인 문화관습에 대한 키워드가 전체적인 고갱이를 이룹니다. 이 책을 통해 나라마다 다양한 문화적 특징을 배울 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저는 상식을 뛰어넘고 편협한 경험주의, 다른 문화나 역사적 배경에 대해 빈곤한 상상력을 지니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 충분히 이해하게 된 듯합니다. 그외에도 '누드 해변에서 발기되는 남자는 없다는 현상처럼 계율이나 법령으로 공급이 금지될 경우 욕망은 오히려 커지게 되더라는 '희소가치'의 법칙과 가까울수록 멀리 보고, 멀수록 가까와지는 '거리두기' 법칙이 얼마나 지혜로운 것인지 인상에 남더군요. 약점을 강점으로,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 수 있는 이런 사고의 낙차를 제대로 꿰뚫어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슬기가 아닐까요? 유머를 써먹고 싶을 때도 그렇고, 정치 삼권분립에서도 적용되는 보편적인 것이니까요. 사소한 데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그녀에게 혀를 내두릅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고 하죠. 질문하는 사람과 추측하는 사람.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여사는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어려서부터 다문화에 익숙한 환경에 있어서 그런지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비위가 그다지 약하지 않습니다. (언어감각과 아울러 굉장히 부러운 부분이죠.) 무엇보다도 그녀는 속상하면 징징거리는 인간적인 모습과 현실사회에 대해 어깨동무를 하고서 꿋꿋하게 비판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세계의 깡패국가 미국'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잔혹한 일본 파시즘' '신문은 친구를 사귀어선 안 된다' 등의 짧은 글들에서 마녀(?)의 진면목을 실감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근데, 잠깐! 비핵화 문제를 거론할 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네마네로 난리지만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미군의 핵무기가 배치되어있다'고 쓰셨더군요. 진짜일까요? 저는 91년이후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또 아쉬웠던 부분은 그 문화에서는 이미 퍼져 있는 일반'유머'를 수집해서 곳곳에 배치하고 있는데 이 책이 유머집이 아닌 마당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녀의 유머는 영하 59도에서 추위조차 능가하는 강렬한 욕구, 배설욕에 대한 성토가 오히려 더 리얼하고 재미있습니다.또 하나는 목차를 보면 소제목들이 로마의 중국인, 교토의 베트남인, 마닐라의 스위스인, 모스크바의 미국인,우주의 일본인등으로 뽑아냈는데 그게 이상하게 전체 소재와 일맥요연해 보이면서도,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집중력을 잃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살짝 비틀어보면서 비판하고 심지어 약간의 거리를 둠으로써 때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리는 그 재주는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재미있었던  몇몇 부분들을 발췌해 봅니다.

 

#1

“저요, 오르가즘에 도달했을 때, 본능적으로 아, 아이가 생겼으면, 하고 생각한답니다.”

이 무방비할 정도의 솔직함, 세상사람 눈치 보지 않는 말투, 구김살 없는 정신과 자신감이여, 더불어 여자의 몸과 마음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

“장하다!”

‘아아, 역시 선생님도 나처럼 A씨의 대담함과 솔직함, 여자의 신비한 에너지에 감탄하셨구나.’ 이렇게 이해하고 은근히 기뻤다. 그런데 도쿠나가 선생은 “그 얼굴을 상대로 오르가즘에 이를 때까지 용을 쓰다니, 어떤 남자인지 진짜 장하다!” 하고 말을 이었다. 취기가 확 달아날 것 같은 충격. 이런 것을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라 하지 않을까. 같은 말에 대해 이리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니. 천동설과 지동설만큼이나 다르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가까우면서도 다른 문화요, 다른 우주다.

 

#2.

"아이 당신, 손가락을 넣을 땐 반지는 빼라고 했잖아요."

"어, 이거 시계인데."

 

#3.

영어나 프랑스어에서 여성을 나타내는 말은 미혼, 기혼에 따라 나뉘지만 , 남성을 나타낼 때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일본어에는 그런 관습이 없지만, 옛날에는 남편 있는 여성의 치아를 검게 칠하는 풍습이 있었으니 언어로 기호화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일까.

 

#4.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영화소개 TV프로그램을 잠깐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있었던 고래살리는 미국 환경론자들의 실화가 곧 개봉한다네요. 요네하라 마리여사가 비판할 때마다 등장하던 '고래'만 살리자 하고 '죽어가는 인간'은 나몰라라 하는 어떤 집단, 고래를 먹는 건 야만이요, 돌고래를 죽이는 건 잔혹하다고 매도하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직접 눈앞에 나오니 일순간 당황했죠. 생태주의에 관심이 많은 저이지만 어떤 것이 이율배반적인 태도일까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화두네요. 미하일 바흐친의 말로 서평을 줄이겠습니다.  '이문화가 교차하는 순간에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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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인문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옷 문화사 지식여행자 10
요네하라 마리 지음, 노재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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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빤쮸 색깔은 몬가요?

 

제가 살포시 웃으면서 여러분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절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누구랑 같이 사러 가기도 애매하고, 혼자 갔다한들, 입어보고(?) 사기에도 애매한 패션의 마침표, 속옷! 오늘은 뻔뻔하게 속옷 이야기를 같이 해볼까 합니다. 누구랑? 바로 요네하라 마리여사랑 함께요^^ 폴란드에 화학과 물리학의 대가인 퀴리부인, 마리여사가 있다면, 일본에는 에세이와 통역계의 대가인 요네하라 마리여사가 있습니다. 작년에 <수컷은 필요없어>를 통해 알게 된 그녀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러시아통역사이자 작가입니다. 어릴 때,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체코의 소비에트학교를 다녔고, 일본에 다시 돌아와 공산당에 가입하고 도쿄 외국어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합니다. '일본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러시아인이면서 러시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일본인'으로 알려진 그녀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개와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고요.  '밥을 빨리 먹는다고 참견하는 이는 있어도, 책을 빨리 읽는다고 참견하는 이는 없기에 하루 평균 일곱 권씩 읽었다'는 다독가이며, 세계의 맛있는 음식은 거의 다 먹어보았다는 욕심쟁이미식가였고, 강의와 방송, 작가생활을 하면서  30여권의 책을 낸 에너자이저입니다. 덧붙여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고종석과 최성일이 팬을 자처할 정도로 매니아층이 두터운 문필가이기도 하지요.

 

 




 

 

이 책<팬티 인문학>은 잡지 ' 치쿠마'에 연재되던 글을 수정하여 단행본으로 낸 것입니다. 그녀가 악성 난소암으로 죽기 1년전에 출판되었죠. '이 속옷 이야기에 모든 인생을 걸고싶었으나 시간이 많지 않아서 일정 정도 미완'이라며 아쉬워하는 그녀의 에필로그는 가슴이 짠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초반의 가볍고 경쾌한 에세이가 후반부로 가다보면 스케일이 커지고 역사와 문화,세계사를 아우르는 대 서사시로 변모합니다. 우선 표지를 한번 보시지요. 저 밑의 어르신은 아마도 레닌아저씨인 것 같은데 팬티를 입으신 모습이 비장하시네요.

 


 

볼세비키혁명의 아버지인 레닌이 표지에 나온 것처럼 이 책<팬티 인문학>은 일본과 러시아의 속옷에 얽힌 풍속과 역사를 주로 다룹니다. 그외에도 인류 최초의 아담의 팬티,기독교 예수의 팬티, 팬티를 입지 않고 볼 일보고 휴지도 쓰지않았던 100년전의 러시아, 민족의상을 입을 때에는 속에 아무 것도 입으면 안되는 핀란드와 아일랜드이야기. 영국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그래서 아마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 때, 황태자는 물론이고 두 왕자 모두 스커트 속은 그냥 알몸이었을 거라는 야릇한 얘기도 나오나 봅니다. 이렇듯 이 책은 단순히 개인적인 물건으로 치부되었던 속옷을 통해 세계 각국의 시대상과 문화적 특성을 투영하고 이야기로 풀어가지요. 또 <죄와 벌>, <안네의 일기>등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문학작품에서 인터넷의 속옷커뮤니티의 글까지 요네하라 마리가 찾아낸 방대한 자료에서는 마치 고고학적인 향기와 왕성한 에너지를 전해줍니다. 그녀의 발품과 글품, 그리고 그 치열함과 꼼꼼함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요. 덧붙여 인상적이었던 구절들을 발췌해 봅니다. 

 

서양인은 온천에 들어갈 때에는 수영복을 입지만 사우나에 들어갈 때에는 알몸이다. 일본인은 사우나에서는 수건으로 몸을 감싸지만 서양인은 알몸으로 들어간다. ..결국 동성에게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알몸을 보여도 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일본과 서양 각각 관습적으로 다른 것이다.

 

(프라하에서 일본에 돌아왔을 때) 친구 사이가 되면 함께 화장실에 따라가 준다고 하는 풍습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혼자서 가면, 일 보러 화장실에 간다는게 다 들통이 나 버리지만, 여러 명이 가면, 누가 볼 일을 보고, 누가 따라가는 건지 주위 사람들은 알아 차릴 수가 없다. 웃긴 점은, 일부러 화장실까지 따라가는 동성에게, 볼 일을 보고 있을 때 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극단적으로 창피하게 여겨서, 볼 일을 보는 동안 계속해서 물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 미궁과도 같은 복잡한 일본인 여성들의 수치심에는, 놀라움을 넘어 오히려 감격하고 말았다. 이런 경향은 그 뒤, 더욱 강해지고 확산 돼, 지금은 물을 아끼기 위해서 물 내리는 소리가 나는 장치가 상품화 되었다.  이 제품은 절대로 수출은 불가능 하겠지.

 

우리나라 여성과 일본 여성의 부끄러움이 닮아있다니 신기했습니다. (물내리는 벨소리 기계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수입했어요, 마리여사님~) 속옷과 연결되는 수치심과 체면에 대한 부분이 특히 저에게는 흥미로웠는데 '누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알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며,'부끄럽기 때문에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감추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생긴다'는 요네하라 마리여사의 통찰력은 예리합니다. 또, 코스모폴리탄으로 보였던 그녀가 '팬티'라는 기성제품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때문에 일본 전통의 ‘훈도시’ 문화를 파헤치는대요. 일본의 남성 속옷이던 훈도시는 마치 처녀가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해야 할 경우 입술만은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지듯, 일본 남성에게는 그런 존재였다네요. 아, 훈도시는 아시다시피 스모선수들이 중요부위만 가린 그 끈이예요. 일본 남성들은 겉옷은 양복을 입더라도 속옷은 훈도시를 해야 남자라는 인식이 많았대요. 웃음이 나오지만 새누리당처럼 훈도시당이 생길 정도였다는 군요. 하지만 결국 그녀는 치열한 연구끝에 '훈도시가 내셔널한 가치이기는 커녕 팬티보다 더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는 글로벌한 것”이더라고 결론을 맺습니다.

 

그 외에도 팬티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살짝 속옷이 보이는 상황에 대처하는 이야기와 애인과의 첫날밤에 입는 속옷이야기, '남자는 바지, 여자는 스커트'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했을 무렵에는 잔다르크가 화형당했을 때,  여자가 바지를 입었다는 죄목도 추가했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조르주 상드가 남장을 했을 때에는 마치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처럼 사회전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 일본에서 여성의 속옷은 치마처럼 밑이 트여있었다는 이야기등등..그리고 여기에서 여성팬티와 뗄레야 뗼 수 없는 생리대 이야기가 펼쳐지죠. 일본이나 러시아나 심지어 중국과 북한에도 제품형태로 만들어진 생리대는 없어서 직접 솜이나 천으로 만들어서 썼다네요. 지금도 전세계의 20%만이 화학섬유의 1회용 생리대를 쓸 수 있는데, 이게 편하긴 하지만 여성의 몸에는 별로 좋지는 않잖아요.캄보디아의 고아원에서는 버려진 모기장으로 생리대를  만들어서 쓴다던데..(얼마전에 제가 쓴 관련 글  http://mypurple.blog.me/70129307737)

 

하여간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남성들이 훈도시만 걸치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여성들은 아예 치마처럼 밑동이 없는 속옷을 입고 다닐 때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 궁금해져서 찾아보았어요.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부터 남녀가 모두 큰반바지같은 속옷을 입었네요.'속곳'이라 불리는데 아래처럼요.문화적으로 굉장히 앞서갔던 거 같네요.

 


 

하여간 이 책<팬티 인문학>은 '사회와 개인,집단과 개인,개인과 개인 사이를 분리하는 최후의 물리적 장벽'인 속옷을 가지고 별의 별 질문과 호기심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의 40년 속옷 콜렉션을 다시한번 더듬어보면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그녀의 열려있는 시선과 다정다감한 문체, 통통튀는 재치를 음미해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 처음에 돌발적이고 음흉한 제 질문에 부끄러우신 분들은 답변 안하셔도 되요. 당신의 팬티 색깔은 그냥 자비로운 제가 나름대로 추측만 할께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오늘 제 팬티 색깔은.........음... 레이스가 달린 표범무늬 프린트예요.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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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의 기막힌 대결 - 미국영어 VS 한국영어
백선엽 지음 / 랭컴(Lancom)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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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새벽마다 영어공부를 하는데 이 책<백선엽의 기막힌 대결>은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해 흥미를 끄는 효과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하루에 한 챕터씩 공부하기에 적당하더군요. 특히 왠만한 정규 영어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좋고요. 일정정도는 문법과 기본단어들을 아는 수준에서 시작하면 더 좋을 듯 합니다. 우선 출판사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mp3를 다운받은 뒤에 챕터별로 먼저 오디오로 지문을 듣고. 그 다음에는 내 맘대로 추측해서 영작을 해보고, 이것을 실제 현지영어와 비교해서 유의어와 새로운 단어들, 그리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표현들을 익히는 과정을 반복해서 거치면 됩니다. 눈과 귀는 물론 직접, 작문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고요. 새로운 미국 영어표현을 공부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영어민들의 사고방식과 최신 문화에 어렴풋이나마 익힐 수 있어서 더 좋더라구요.    

 

우선 이 책의 장점은 교과서 위주의 딱딱한 영어에서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는 영어, 최신 인기있는 영단어들과 표현, 약자를 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국물이 맛있습니다."라고 하는 경우와 "국물이 참 끝내주네요" 할 때를 떠올려보면 정말 다르잖아요? 내가 이 책을 통해 '배운 표현들을 써먹으면 센스있는 외국인으로 보겠지?' 하는 상상만으로도 공부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더군요. 또 하나의 장점은 공짜로 아이스크림가게에서, 레스토랑에서. 화장실과 야구장에서 심지어는 섹스를 할떄와 고속도로에서 순찰에게 잡혔을때에 쓸만한 표현들도 mp3로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를 100개의 주제로 분류한 상황표현들을 보고있으면 진짜 유용합니다. 그리고 이건 좀 웃기지만 실제로 쓰이는 영어라서 그런지 말들이 참 짧습니다^^.외우기에 더 적합하다고나 할까요?

 

실생활에 쓰이는 표현들을 배우기 위해 미드나 영화를 보곤 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더욱 생생한 표현을 모았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영어사전을 찾아도 찾아도 알 수 없는 표현을 가르쳐주겠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여기에 골라뽑은 표현들은 미국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표현인데 한국의 영문과학생들은 모른다면서 말이죠. 공부를 하다보니 정말 확실하게 구어체 표현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그동안 문법에만 치우쳐서 딱딱해진 제 대뇌피질이 이번 기회에 사사삭 말랑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냥 슬랭만 있고 비교를 할 수 없었다면 우리나라 식의 정중한 표현과 비교를 하니 훨씬 암기도 잘됩니다.

 

곳곳에 '백선엽의 에소프레소'라는 타이틀로 섹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쉬어가는 페이지의 개념인데 미국에서의 생생한 체험과 에피소드와 상식이 될만한 정보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책의 판형도 시원시원하고 상황별로 삽입되어있는 일러스트 또한 명랑한 느낌이 묻어납니다. 우선 상황별로 쭈욱 읽어보고, 책의 내용대로 살짝살짝 포인트만 암기해본 다음, 2번째 반복할 때에는 오디오만 들으면서 귀와 입을 익숙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A: What's up?

B: I'm just chilling. waiting for a film.

A: Mind if  I cut?

B: No prob.

 

자아,,다음의 대화를 한번 보시고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않으시면 이 책으로 공부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빨리 열심히 공부하여 영어실력 쑥쑥 그날까지! (주먹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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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에 배우는 글쓰기 - Visual Writing
강병재 지음 / 북포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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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전에 욕심부터 버릴 것!

 

제목 자체가 아라비아의 마법의 주문입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정규시간만 따져보아도 국어공부를 12년이나 했는데, 우리는 글로 무언가를 써달라고 하면 왜이리 움찔움찔하는 걸까요. 이 책<두시간에 배우는 글쓰기>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 유혹적입니다. 영화한편보는 사이, 그 2시간안에 글쓴답시고 머리를 쥐어 뜯지 않아도 된다면야 으라차챠!. '이 책을 씹어먹고 말테야!'라며 가열찬 결심을 하면서 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법칙이란게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사심 가득 욕심을 내면 언제나 실망이 앞서는 법이죠. 역시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저자가 '두 시간안에 글쓰기 비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장담한 들 저는 겸허히 '하루에 두시간씩 6개월을 꼬박꼬박 투자하겠습니다'고 다짐하면서 이 책을 읽었어야 했습니다.

 



 

우선 이 책은 '글쓰기'라는 게 머릿속의 무언가를 잘 정리해서 내뱉으면 되는 게 아니라 구조화시킬 줄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내가 하고자 하는 주제를 위해 단어와 단어가 말이 되게 연결되어야 하고, 문장과 문장,단락과 단락, 결국 본문으로 잘 연결되어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바로 "서감도'이고요. 이상의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은 '사감도'는 책을 저 하늘위에서 전체적으로 조감하는 구조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책은 철저히 하나의 글을 환원주의적 시각아래서 쪼개고 구조화하는 연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아래서 통일감있게 일관성을 유지하는라! 는 거죠. 모든 문장과 단락은 부모문장과 자식문장으로만 분리됩니다. 저자의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문장은 주제와 세부주제에 따라 나누어진 단락, 문단에서 문장 이어쓰기로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묘사가 필요하면 요사를 하고, 설명이 필요하면 설명을 하고, 서사가 필요하면 서사를 하고, 논증이 필요하면 논증을 하면 된다. 또 정의,예시,비교,분석, 유추 등을 사용하여 그 뜻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면 된다. 또 직유법, 은유법 등 수사법도  곁들이면 좋다.

 

아, 글쓰기가 이렇게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같은  경우 이 단락을 읽었을때 사실 좌절했습니다. 저에게는 좀 더 구체적인 '디테일'이 필요했거든요. 이 부분에서 내가 설득력있게 하려면 예시를 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유추를 활용해야 하는 걸까? 그런 갈등이 되는 순간 판단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기준과 테크닉이 필요했는데 그 부분은 끝까지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물론 일관된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삼천포로 빠지지 않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는 얼개를 매끄럽게 짜는 것보다는 그 맥락과 맥락사이에 '글의 힘'을 보여주는 방법을 더 상세히 알려줬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처럼요. 오죽하는 글쓰기 책을 사서 읽을까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좋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글을 바라보게 하는 방법에서는 강점이 있으나 반면 글쓰기에 대한 꼼꼼한 얼개가 너무 거칠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 후반부에 여러 광고 카피들을 통해 일리에 맞는 글쓰기의 사례는 설명하셨는데 사실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논문과 설명문 쓰기에 국한된 글쓰기 교육이 아니라면 시나 광고카피가 주는 그 전달의 맥락은 좀 더 복잡한 함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요?

 

수학처럼,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위하여!

 

사실 이 책<두시간에 배우는 글쓰기>는 너무도 바른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인상적인 부분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잘 정리못했던 어떤 '가치' 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위에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도 지당하신 말씀들인지라 누구라도 반론을 피지 못할 듯합니다. 제가 위의 단락을 가져온 것은 (사실 딴 길로 샌 감은 있지만) 개인적 취향에 따른 '책의 가치'에 대해 같이 공유하고자 함입니다. 우선 저자의 마지막 구절을 보면 책의 가치는 '재미가 있든지, 정보가 있든지,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씀이예요. 심지어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유명개그맨조차 파트너가 넘 썰렁하면 이렇게 구박하더라구요.

 

"이건,뭐...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그렇다고 교훈도 없고,.,,!"

 

많이 듣던 얘기입니다. 저자와 똑~같은 잣대로 얘길 하고 있죠. 그렇다면 나는 어떤 잣대를 가지고 책을 읽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살짝 다른 게 있더군요. 제 머릿속에서는 감동과 교훈이 하나의 교집합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라고 해서 교양과 상식이 될 만한 사실과 근거자료에 충실한 것을 높히 평가하여 독립된 범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재미'란 부분은 분리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재미'는 밀고 당기는 플롯과 신선한 소재가 뭉쳐진 '흡인력'이 독립된 하나의 요소이고, 독특한 문장과 상황에 가장 명료하고 적확한 단어가 주는 '형식미'가 따로 분리되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제가 책에 별점을 매길려면 감동/정보/흡인력/형식미 그리고 플러스 알파의 어떤 특별한 매력, 이렇게 구조적으로 나누어서 평가하면 되겠다 싶더군요.별점 평가에 있어서 이제 자신감이 붙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감동도 없고 교훈은 병아리 발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어떤 책을 읽었을때, 읽은 시간이 아깝구나 싶다가도 나도 모르게 별 반개라도 주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서 기쁩니다. 그것은 '정보' 부분에 기인해서 그렇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했습니다. 제가 잘 몰랐던 어떤 계층의 문화를 알게 되었으니 '쓰레기'는 아닌 셈인거죠. 이렇게 이 책<두 시간에 배우는 글쓰기>는 저에게 좀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사고를 하는 밑절미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사실 이 책<두시간에 배우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자꾸 생각난 책이 바바라 민토의  <논리적 글쓰기>입니다. 비즈니스 글쓰기에 있어서 연역법과 귀납법을 도형화한 체계적인 글쓰기 트레이닝을 위해서는 아주 괜찮은 바이블입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도 무언가 더 구체적이고 더 꼼꼼하게 구조적인 글쓰기의 체계를 알고싶은 분은 민토여사의 책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좌우당간 나중에 제 시(詩)가 유명해졌을 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서감도 형식으로 분석되어 나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해 봅니다. 문학작품이란 게 해부를 하면 오히려 죽이는 것보다 못하지 않나 하는 거만한 생각도 해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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