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작품 제목을 보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베니스의 상인>말이다.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제목을 이렇게 정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 내용에서처럼 유대인도 등장하고 샤일록같은 고리대금업자도 등장하니 말이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은 그 시대의 어떤 나라보다 유대인에게 관대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의 박해를 피해 유대인들이 네덜란드로 몰려들었고 그 중심지가 암스테르담이었다. 그 안에 상인으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미후엘 리엔조가 있다. 그리고 그를 증오하고 파멸로 몰아넣으려는 파리도가 있고 거대한 유대인 조직의 상부인 마아마드가 그들을 감시하고 쫓아내는 규율로 다스린다. 여기에 미후엘의 관점에서 작품이 쓰이는 사이 잠깐씩 알페론다의 회고록이 덧붙여진다. 그 회고록이 덧붙여지는 이유는 결말에 가서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형보다 파리도를 더 따르는 동생 다니엘과 그의 부인 한나, 미후엘과 커피 사업을 하려는 네덜란드 여성 게이트라위드가 등장한다.
모든 것은 커피로 시작해서 커피로 끝난다. 이미 이 시대에 뉴욕의 증권거래소같은 북적이는 상거래소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들이 이미 그 시대에 현대처럼 사업, 장사를 했다는 사실에 읽다보면 빠져들게 된다. 장사는 반은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한다. 정직한 장사는 없다고도 한다. 장사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루머를 퍼트리고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고 거짓말도 서슴없이 한다. 그 가운데 살아남는 소수만이 부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몇 세기 전에 이런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또한 유대 사회와 유대인의 삶을 통해 그들이 박해받은 종교재판소와 다르지 않은 마아마드라는 위원회를 통해 종교와 권력과 부가 결합했을 때는 남는 것은 권력뿐임을 알게 된다.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의 부를 지배하는 상인은 유대인이지만 그 유대인을 지배하는 이들은 네덜란드인이라는. 이 작품에서는 유대인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그 배경이 네덜란드라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경제에 대한 추리소설이 있었다. 마샬 제번스의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보다 이 작품이 백배는 낫다. 그리고 훨씬 재미있고 기발하다. 이제 우리는 커피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미후엘의 공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커피를 처음 마실 때는 뭐, 이런 맛이 다 있나 싶지만 이내 그 맛과 향기에 중독되듯이 이 작품도 어느새 다 마셔버린 커피처럼 고개를 들었을 때는 다 읽은 후일 것이다.
커피 하나만을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니 작가의 글솜씨와 자료 조사가 대단했음이 느껴진다. 내가 마치 그 시대, 그 장소에서 커피를, 그 검은 알맹이들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성공하려고 몸부림치는...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이 작가의 <종이의 음모>가 더 읽고 싶어진다. 그 작품도 출판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