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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적의 화장법>을 읽고 간절히 이 작품이 번역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그 작품과 같이 읽었던 작품이 <마스카라>였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가면에 대한 것을 제목으로,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적의 화장법>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글을 짧고 간단하며 재치 있고 재미있게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도 했다. 우습게도 난 이 작품을 읽으며 그것을 느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책을 덮으며 내가 제일 먼저 뱉은 말이다. 처음 기자들의 등장과 그들과의 이야기는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냥 그대로 끝까지 끝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미스터리적으로 전개되는 듯 선을 보여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더니 마지막에 내 허리를 휘청하게 만들었다. 이래서 미스터리를 기법으로 사용하는 작가들을 싫어하게 된다. 놀림을 당한 기분이다. 그래도 빨리 읽게 되는 작품이다. 군더더기는 없으니까...
이 작품의 후반부의 살인자의 건강법이 등장할 때 나는 상상을 했었다. 내 상상은 얘기할 필요가 없다. 역자가 후기에서 이 책이 어떻다고 말한 것을 읽고 나서야 그렇게 해석해야 하나 했으니까... 하지만 난 그렇게 해석하고 싶지 않다. 내가 내 식대로 작가와, 작가의 작품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그건 내 책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작가가 바라지 않는 일이겠지만 난 내 식대로 살련다. 아멜리 노통이 뭐라고 하던 간에...
책이란 개개인의 독자가 알아서 느끼면 그만이다. 누군가의 평론이나 책읽기에 따라 읽는다면 다양한 책이 존재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이 책을 통해 <적의 화장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게 좀 아쉽다. 그 책과 이 책에서 아멜리 노통의 패턴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읽지 않았으면 좋았을 책이지만 읽었으니 할 수 없고 그저 ‘나도 읽었다.’로 만족하련다.
읽다 보면 깜냥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 처음 보는 단어다. 뜻은 <일을 해내는 얼마간의 힘>이란다.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말은 우리말이고 있는 말이라도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이란 사회성이 있어 사회가 쓰지 않는 말을 애써 쓸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내가 무식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쓰다 보니 책에 대해서보다 사견이 더 많았다. 어쩔 수 없다. 쓸 말이 별로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해도 못했고 마지막은 참 너무했다 싶을 정도다. 다시 아멜리 노통의 책을 읽게 될 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 작품이라면 이 작품보다 같은 프랑스 작가인 다니엘 페낙의 <산문 파는 소녀>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