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야기의 시작 자체가 눈길을 확 끌어 당긴다. 한 여자가 차를 타고 가다 접촉 사고를 내고 도망을 가다 경찰에 잡힌다. 여자는 경찰에게 순간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만다. 30년전에 일어난 베서니가의 실종 사건의 헤더 베서니가 바로 자신이라는. 그러고 그녀는 변호사없이는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기를 거부한다. 경찰은 그녀를 믿지 않는다. 그녀의 말을 믿기에는 그녀가 너무 비밀을 많이 갖고 있고 교묘한 거짓말장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녀는 도대체 누구고 베서니가의 사건은 30년만에 해결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제목 '죽은 자는 알고 있다'는 무슨 말일까? 

작가는 작품을 단순한 실종 사건, 그에 따르는 잔인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과거와 현재의 비교를 통해 달라지지 않은 점과 달라진 점을 보여주고 각각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조각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의 사건과 두 자매의 삶의 발자취, 남은 사람들의 인생까지 돌아보게 한다. 그로 인해 또한 아무 관련없어 보이는 이의 삶까지 관심을 갖게 만든다. 마치 그때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끼어들었듯이 말이다. 인간의 삶이란 이렇듯 혼자 만들고 감당할 수 없고 고립되기도 쉽지 않고 그 반면 고립당하기 또한 쉬운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30년전 서니와 헤더가 실종되던 날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슬로우 비디오를 보여주듯, 비가 내리는 흑백 영화를 보여주듯이 설명을 한다. 그 관점이 모두 제각각이다. 그날 동생 헤더를 데리고 가야 했던 서니의 심정과 언니를 따라 가고 싶고 언니의 우둔함을 비웃는 영악한 헤더의 심술굿음이 잘 묘사되어 있고 그날 하필이면 바람을 피우던 엄마 미리엄과 장사가 안되서 괜히 아내 탓만 하며 이상한 종교에 더 몰두하는 데이브의 서로 다른 행보, 아이들의 실종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끝까지 아이들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한 나이 든 경찰의 허무함과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볼티모어의 경찰들의 현재의 모습까지 각 인물들을 생생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발로 뛰어 다니는 인판티가 인상적이다.  

실종 사건은 가장 가족을 힘들게 하는 사건이라고 한다. 살아 있는 지 죽었는 지 알 수 없어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자니 거기에만 매달리기에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 그들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한 가족에게 일어난 실종 사건은 그들 가족의 시간을 아이들이 실종된 시점에서 멈추게 만든다. 그렇게 그들은 고인 삶속에 황폐화되고 서로 어긋나게 된다. 물론 이 작품에서 미리엄과 데이브의 이혼이 아이들과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사건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작품은 이렇듯 실종 이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실종된 후 아이들만을 기다리며 살다 죽은 데이브, 아이들이 죽었다 생각하고 멕시코로 떠나 새 삶을 산 미리엄,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실종된 뒤 혼자 살아남은 헤더가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읽다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가 툭툭 튀어 나와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 모두가 합쳐져서 하나의 현실성을 띤 작품을 만들어 냈다. 정말 희생자의 삶이 얼마나 처절한 지 교묘하게 요소 요소에 배치해두고 있어 마지막에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된다. 정말 열다섯, 열둘이라는 나이는 삶을 빼앗기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작가는 그것을 독자가 공감하게 하면서도 침착하게 읽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스릴과 서스펜스, 속도감있는 작품을 원한다면 이 작품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은 뒤 많이 생각하게 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이 작품은 분명 만족을 줄 것이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 찾아내는 단서와 반전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아주 단순한 사건 -실제 있었던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에 대한 작가의 폭 넓은 관점과 사회의 문제점, 가정의 문제점,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기 자신, 인간 개인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모두가 너무 늦게 깨닫게 되는 잘 되거나 잘못 된. 많은 추리 마니아들의 입소문이 무성하던 작품이다. 읽게 되어, 작가를 알게 되어 영광이다. 볼티모어 경찰 시리즈만이라도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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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1-1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는 늘 저로 하여금 보관함을 누르게 만든다는..흑!
추천도 함께 꾸욱입니다~

물만두 2009-11-19 13:55   좋아요 0 | URL
헤헤헤 그게 제 목표일지도 몰라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또 땡투 보관함에 쓱~

물만두 2009-11-20 10:11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어요^^

stella.K 2009-11-3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연속 2주 마이리뷰 당선이라!
이런 일도 있군요. 이런 일 알라딘은 절대 안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알라딘이 그대만 좋아하는가 봅니다.
암튼 잘된 일입니다. 축하해유!^^

물만두 2009-11-30 15:02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제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군요^^
저도 깜딱 놀랐답니다.
감사합니다^^

요구르트소녀 2009-12-1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는 너무 재미있게 쓰셔서 꼭 책을 사고싶게 만들어요..
만두님께서 리뷰를 계속 잘 쓰셔서 저의 우상이 되어주세요~~! ^^

물만두 2009-12-17 10: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