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존 르 카레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존 르 카레의 스마일리 시리즈 1편이자 조지 스마일리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려주는 작품이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이 작품을 먼저 보았다면 좋았겠지만 대개 그렇듯이 존 르 카레의 최고의 작품이자 스파이 소설의 명작으로 꼽히는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먼저 봤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스마일리 시리즈라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거기에 등장하는 스마일리는 첩보부의 고위 간부이자 냉혹하게 스파이를 부려먹기만 하는 인물로 잠깐 등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 잠깐 등장한 문트가 그 작품에서는 오히려 스마일리보다 더 비중 있게 더 많이 등장한다.


조지 스마일리란 어떤 인물인가? 그는 전쟁 전에는 첩보원으로 활동했고 전쟁 후에는 일선에서 물러나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했지만 아내가 카레이서와 도망을 가는 비참함을 겪었고 조용하고 작고 뚱뚱한 누구나 보면 어느 기업의 간부 스타일의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스마일리가 헤세의 <안개 속에서>의 한 부분을 생각하듯이 안개가 낀 영국, 그리고 2차 대전 후 냉전 시대라는 안개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늘 일했던 스마일리의 삶과 생각을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그 시대와 같이. 또한 이 시는 이 작품의 내용을 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기이해라, 안개 속을 헤매노라면!

덤불과 돌들 저마다 홀로 있고

나무는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하네.

모든 것 홀로 있을 뿐.

 

내 인생 아직 밝았을 때

세상은 벗들로 가득했으나

안개가 내린 뒤로는

보이는 이 아무도 없구나.

 

하릴없이 그리고 조용히

우리 모두를 갈라놓는

그 어둠 알지 못하는 자

진실로 현명한 이라 할 수 없으리.

 

기이해라, 안개 속을 헤매노라면!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아무도 다른 이를 알지 못하고

모든 사람 홀로 있네.

 

그런 그가 공산주의자라는 제보가 들어 온 외무부의 인사를 심문하게 되는데 그가 그 심문 후 자살을 한다. 스마일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서 그의 집을 직접 찾아가고 거기서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인 줄 알고 받은 전화가 자살한 남자가 전날 요청한 모닝콜임을 알아낸다. 거기다 집으로 갔는데 집 안에서 수상한 남자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이미 자신의 일에 염증을 느낀 스마일리는 사표를 낸 상태라 국방부의 길럼과 정년퇴직을 앞 둔 멘델과 함께 사건의 조사에 나서다 죽을 고비를 맞이한다.

스파이 소설치고는 짧은 분량이지만 스마일리의 스파이 소설, 존 르 카레라는 걸출한 작가의 스파이 소설의 서막을 알린다는 면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시리즈이기 때문에 맨 처음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에 나오는 작품에서 비록 스마일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시리즈 안에서 읽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너무 슬퍼서 스파이 소설을 읽지 못하게 만들었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출판사에서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시리즈는 제발 순서대로 출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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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9-1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요...ㅜㅜ 제발 시리즈는 순서대로. 넘 헷갈려요..;;

물만두 2007-09-17 10:59   좋아요 0 | URL
그렇게도 주장을 하건만 출판사에 씨알도 안먹히니 답답합니다 ㅡㅡ;;;

mong 2007-09-1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이책 언제 나왔어요?
저도 순서를 거슬러 읽어야겠군요 ㅡㅡ;;;

물만두 2007-09-17 10:5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스마일리 시리즈는 그나마 접점이 덜하니 불행중 다행이라고 봐야죠.

2007-09-17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17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몬향기 2007-09-17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이 먼저였군요.. 몰랐습니다; 순서에 불만이 많지만 출판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자라고 혼자 생각합니다..ㅎ

물만두 2007-09-17 20:2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기왕이면 또 이런 욕심이 생기네요^^

프레이야 2007-09-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제목만으로 전 오싹해요. 죽은자에게서 걸려온 전화.. 와달달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