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택한 목표가 얼마나 멀리 있느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목표를 향해 걷고 있을 뿐이다. 쉬지 않고 말없이…… (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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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안에서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12,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실크로드의 옛길을 옛날 방식대로 낙타와 함께 '카라반'이 되어 걸은 지은이의 여행기, 그 길을 따라 걷는다는 생각이 이뤄낸 기적같은 발걸음..이제 우리도 그 길을 따라 걷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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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대표적인 현대 사진가이자 작가인 지은이와 그 동료들의 15개월에 걸친 실크로드 대장정이 제대로 잘 편집된 책으로 글과 사진으로, 다가와 우리를 함께 가자고, 그 길을 따라오라고 유혹하는 책.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수 천년 전 그 길을 따라 걸었던 수많은 옛사람들의 숨결도 느껴보고, 지금도 '옛풍습'과 전설을 간직한 채 존재하는 부족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련한 향수도, 어쩌면 우리 조상들도 다녔을 그 길에 얽힌 이야기도 만나보고 싶은 맘에 두근대는 가슴을 억누르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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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인문과학을 다루는 딱딱한 여행기가 아니라 옛사람들이 지나온 그 방식대로 직접 걷고 또 걸으며 이루어낸, 지은이와 동료들, 그리고 가족같은 낙타들이 이뤄낸 실재하는 옛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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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책 내내 많은 사진을 첨부하였는데 놀라운 것은 풍경 사진보다 사람들 사진이다. 양도 많고 볼거리도 훨씬 많다. 중국-몽고-키르키르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을 거쳐 터키에 이르기까지 보여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에서 나는 공통된 이야기를 읽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경제력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어떤 믿음과 같은, 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정이라는 것은 그들의 얼굴에서 자연스레 베어나오는 세월과 사람의 풍화작용이 이뤄낸 무엇이랄까, 딱 꼬집어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그런 느낌들이 지은이가 찍어놓은 많은 사람들 얼굴에서 풍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들처럼 풍상에 씻겨가며 나이들어 가고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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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난관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지은이가 놓치지 않는 이야기가 두가지가 있는데 그 부분들이 나의 느낌과도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겠다. 처음의 이야기는 사막을 횡단하고 가로지르고 하는 사이에 만나는 여러 오래된 부족들, 그 곳이 산악지대이든 사막이든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들 순박하고 사심없이 지나가는 행인들인 지은이 일행-카라반을 환영하고 접대하고 심지어는 축제까지 연다. 별도로 비용을 요구하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그냥 흐르는 무엇이 있음을, 있어야 함을 그들은 실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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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는 지은이가 나라를 옮겨다니는 동안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하였던 세관원들의 횡포인데,직위의 높낮이를 불문하고 말단이든 중간 관리자이든 공무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중국이든 터키든 어디든, 사람과 사람사이의 말을 믿지 않음으로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들을 축약하여 보여준다. 돈(급행료) 이야기까지..... 그리고 현실의 공무원들은 대부분 답답하다는 것..때론 웃기기까지 한 그들의 이야기는 처음의 오래된 부족들 이야기와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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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에 어찌 두가지 이야기만 있으랴, 낙타로 인하여 빚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 지나오는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며 빚어진 이야기들, 마을의 전설들, 많은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의 이야기들이 그 많은 이야기들의 요약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어디를 어떻게 가든 사람들 이야기,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전부라는 것이다. 그것만 제대로 전달되어도 좋은 이야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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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가 아직도 우정과 혈연, 연대와 일치의 길이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세계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상징하는 길이 될 것 (9) |
이라고 믿으며 지은이는 터키 대통령의 친서를 실크로드를 종주하는 동안 통과하는 각 나라의 대통령(총리)들에게 전달하는 평화사절의 역할도 해내었다. 이야기내내 언급되는 촬영 이야기에 비추어볼 때 분명 터키에서는 특집으로 몇 회 이상 방영되었으리라. 우리에게도 그 영상물을 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그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라든지 아니면 요약 동영상 dvd라도 책에 더하였다면 금상첨화였으리라는 생각은 이 책을 보는 이들이 모두 가질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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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이 책을 만나게 될 분들에게 : 지은이의 이야기를 읽은 시간이 없다면 사진만이라도 쭈욱 훑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우리랑 다를 바 없는 먼나라 오래된 부족들의 얼굴들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편안함을 느낄고 같이 동시대를 살아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살거나 못살거나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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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7. 실크로드, 이제 두어 발자국…. 계속 걸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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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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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혹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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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쪽 밑에서 5 째줄 : 여기에 모이는 '자'들은 → 모이는 '이'들은 |
264쪽 6 째줄 : 전혀 찾아볼 수 '있'는 → 찾아볼 수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