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 내 고운 벗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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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가 오매불망이 아니라, 오리무중이라이까."
이제 이야기는 전혀 엎뒤를 분간할 수 없고 골자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는,
장안 특유의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중사는 눈짓으로 장 낚시를 불러냈다.
장은 잽싸게 돈을 챙겨 웬만한 돼지새끼만 한 저금통에 넣고 이 중사를 따라나왔다.
"하여간 자네가 이번에 신경을 좀 써야겄다."
장 병장은 한때 이 중사가 내무반장 시절 데리고 있던 골칫거리였다.
장 병장은 병장이 되기 전인 이병, 상병 시절에 한 번씩 탈영을 했는데
잡으러 가면 부대에서 십 리도 되지 않는 집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집토끼'였다.
워낙 잘 '토낀다'고 해서 토끼, 토껴봐야 제 집에 가 있다 해서 집토끼.
그러던 장이 어쩌다 이 중사가 사는 장안까지 흘러들어와 낚시집을 차렸고
자신이 물속으로 북한을 제집 드나들듯 하던 해군 특수부대 출신이라,
물이나 고기에 관해서는 돌고래보다 환하다고 소문을 냈다.
이 중사가 장안에서 처음 장 병장과 대면하는 순간 삽시간에 집토끼의 본색이
탄로날 위기에 처했으나 '능구렁이'라는 별명의 이 중사는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구렁이가 토끼에게 '자네'라고 한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머, 중사님은 딱 신경 끄십니다. 지가 책임지고 대위님 낚시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할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제 혼자 힘으로 안 되면은 우리 장안 온 낚시계를
총동원해서라도 진짜 낚시가 뭔가 하는 거를 보여드립니다."
"아이다. 그 양반 군대 있을 때 계급이 대위지 자네까지 그래 부르마 안 되고
사회에서 부르는 대로 기조실장님이라 캐라. 아이지, 전에 들으이 요새는 기조실,
조정실 그런 데가 싹 없어지고 지금은 뭐라 카나 구조본부라 카는 거로 바꿨다 카대.
기양 본부장님이라 카만 될랑가. 하이간 최선을 다해서 잘 모시야 된다."
장은 말뿐만 아니고, 실제로 그날 저녁 자신의 낚시점을 연 이래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정통낚시'에 이 중사와 동행했다.
정통낚시는 장안의 '장안낚시'가 나타나기 전에 장안의 낚시계를 독식하다시피 해오던 가게였다.
장 같은 외부인이 나타나 지역 지명을 딴 낚시가게를 열 줄은 미처 몰랐던 까닭에
장안에 단 하나 있는 적통이라는 일반적인 의미 외에도 '정 아무개가 장안의 낚시계를
통일하고 있다'는 이면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는 정통낚시가 장안이라는 지역이름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무렵 정통낚시의 정은 '그래보이 울고 갈 기다' 하면서
장안낚시의 장을 우습게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장이 물건을 정통낚시의 반값밖에 안 되는 덤핑 가격으로 내면서 두 가게의
위치는 삽시간에 역전되었다.
한동안 정통낚시도 장안낚시처럼 싼 가격으로 물건을 내보기도 했지만
덤핑 물건 구입 루트를 모르는 터에 무한정 출혈경쟁을 할 수도 없어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리하여 소수의, 수공의, 장인의, 전문가의, 연륜이 있는 낚시는 정통낚시의 몫이 되었고
대중적이고 값싸고 대량, 다수의 낚시는 장안낚시가 차지했다.
한번 그렇게 된 이후 그런대로 균형이 유지되어오고 있었다.
그랬던 까닭에 실상 장안낚시의 장 낚시가 정통낚시에 나타난 것은 간단치 않은 사건이었다.
클래식과 대중문화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이 중사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며 입을 열었다.
"원래 우리 본부장님이 낚시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겠지만도
하여간 이번에 우리 동네에 오는 건 중차대한 국사로 엄청시리 바쁜 중에 시간을 내서
머리를 식힐라고 오는 거 겉애요.
그러니 일단은 속닥하고 물 좋은 낚시터가 있으면 좋겠구만."
물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정 낚시는 자신이 30년째 낚시가게를 하고 있고 조력(釣歷)이 40년이 넘어지만
피라미 한 마리도 못 잡고서 기분 좋아하는 사람은 못 보았다고 은근히 경력이 짧은
장 병장을 자극했다.
"맞심다. 아무리 낚시를 기다림의 예술이라이, 도를 닦니, 명인이라이
개나발을 불어싸도 낚시는 낚시지. 안 잡히는데 속 좋은 놈이 어데 있노."
장 병장이 맞장구를 치는 체하며 자기 할 말을 했다.
"자, 딴 말 필요없고 물 좋은 데를 찾으마 될 일이고, 요새 어데가 좋은교?"
이 중사가 서둘러 물었다. 정 낚시는 고개를 꼬았다.
"요새는 어데가 물이 좀 좋다는 소문만 나마 전국에서 뽀드를 가이고 모이는 판이라.
뽀드 한번 들어오마 기양 가나, 본전치기 한다고 들어갈 데 못 들어갈 데 안 가리고
싹 쳐들어가 가이고 싹쓸이를 해가거당.
거다 글루텐에 집어제하매 밑밥을 바닥에 쫙 깔아뻐리. 저수지를 완저이 오염을 시키놓고.
이기 또 다 낚시를 무슨 고스톱 싹쓸이로 착각하는 젊은 아새끼들 때매..."
장 낚시가 '젊은 아새끼들'이라는 대목에서 말을 자르고 들어갔다.
"진짜로 낚시문화를 위해서는 보트, 들어오게 하면 절대 안 됩니다.
특히 우리 지역 저수지는 숫자만 해도 전국 어느 지역보다 많고 좋습니다.
강태공이고 낚시문화고 어째고 저째고 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가만히 있지만 말고
우리끼리 완벽하게 협력을 해가지고, 외지인들이 보트나 빳데리를 가지고 들어오는 걸
막아야 합니다. 안되마 깅찰한테 쎄루를 주고라도 잡아야 한다 칸께요."
-------------------------------------------- 3편에서 계속 읽어드릴께요~ ---------
아직도 이야기는 발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네요.
낚시 이야기라..
군대 이야기, 낚시 이야기에는 문외한이라서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 시킬지
아직도 감을 못 잡겠군요.. ㅡㅡ;
오늘 세페이지를 타이핑 하면서,
참 남자 소설, 여자 소설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재도 그렇고, 말의 호흡도 그렇고, 설명 또한 아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
재밌는 발견이기도 합니다.
요즘 성석제 작가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 같더라구요~
그 소설의 매력이 무엇인지.. 함께 지켜 보자구요..
그럼 3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