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발간 11주년 기념, 200권 발간 기념으로 세계문학전집 특별판을 2000권 한정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포함된 10권은 <거미여인의 키스>, <햄릿>,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고도를 기다리며>,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변신ㆍ시골의사>, <동물농장>, <오만과 편견>, <구운몽>, <데미안> 이고, 국내의 각분야 최고의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하여, 각각의 호화로운 장정을 꾸몄다고 한다.  
 
 각각의 책의 모양새를 보니, 문학책이라기 보다는 디자인책을 방불케 하는 디자인들도 몇 보인다. 각기 다른 판형에 각기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한 만큼, 각기 다른 개성을 보이고 있다. 가격은 256,000원으로 한권당 25,600원꼴이다. 실물을 못 보아서 섣불리 말하긴 조심스러우나, 이미지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상세한 이미지가 아쉬운데, 아래의 이미지를 보면, 검정색 박스( 하드커버지 싶다.) 에 빨간 내지안에 작품리스트가 적혀 있는 모양새인듯하다. 배송시에는 검정박스에 담길테고, 집에는 저렇게 빨간 지붕 있는 모양으로 전시하라는건가??

불만 1. 이왕지사 세트로 만들었다면, 박스를 저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박스가 배송을 위한 박스 그 이상이 안되어 보이는 이유는 책이 아무리 인테리어의 효과도 있다고 하지만, 저 박스에 빨간 지붕 얹어서, 그야말로 조형물처럼 전시하기는 아무리 앞서나간다고 해도, 쌩뚱맞아 보인다. 커피테이블북이 아닌 이상은 책은 아무래도 책장에 있을때가 가장 예뻐 보이고, 그 외의 장소에선 '자연스레' 쌓여있던, 널려 있어야지 '읽는'책 같은데, 저런 쌩뚱맞은 책 열권이 들쭉날쭉 들어 있는 빨간지붕의 검은집이 잘 어울릴 장소는 상상하기 힘들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 박스세트를 사는 경우, 그 박스까지 함께 진열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저런 들쭉날쭉한 판형이 들어가 있는 박스는 굉장히 언발런스해보인다. 얼마전에 나온 드래곤 라자 10주년 나무 상자정도 되어야 박스까지 함께 진열하게 되지 않겠는가.  

   

불만 2: 꼭 세트로 팔아야 했는가?
책의 이미지가 다 보이지는 않지만, 25천원 상당의 책은 물론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는다. 타이틀을 다시 한 번 보면 <거미여인의 키스>, <햄릿>,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고도를 기다리며>,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변신ㆍ시골의사>, <동물농장>, <오만과 편견>, <구운몽>, <데미안> 이다. 가장 많이 팔린 것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제외되고, 인기 있었던 열가지로 구성된 세트다. 세트 한질에 256,000원이다.

내 경우엔 다른 사람들보다 책이 많은 편이긴 하겠지만, <구운몽>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지고 있다. <햄릿>,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동물 농장>, <오만과 편견>, <데미안>, <변신.시골의사>는 각각 영어 원서와 독어 원서로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책을 여러가지 버전으로 영어버전이라도 두 개 이상의 버전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그닥 새로운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 책도 그렇게 만들어만 준다면야 여러 버전으로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 내 경우에는 우리나라판 <그리스인 조르바>와 <인간 발자크>를 두가지 버전으로 가지고 있다. 둘 다 좋아서, 짐스럽지만 하나를 버릴 수가 없다는;;) 보통의 경우에는 두가지 이상 버전으로 사게 되나?  민음사에서 고른 셀렉션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선택의 여지 없이 열권을 싸그리 사야 한다면, 나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 한권씩 사서 모은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판매하는 입장에서, 세트로 팔아야만 수지가 맞는다던가 하는건 모르겠다. 그건 판매자 사정이고.
10권의 세트를 25만원을 주고 구매하게 될까? 선물용으로 나온 것인가? 이런저런 세트상품에 2-30만원을 들이는 것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닐지 모른다. 예를들어, 내가 도스토예프스키의 팬이라면, 열린책들에서 벌써 몇번째 나왔는지 기억도 안나는 세트 상품에 돈을 투자할 수 있고, 고맙게도 낱개로 살 수 있어 한권씩 모으고 있는 카잔차키스의 책도 전집밖에 선택권이 없었다면, 전집으로 샀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마니아들에게는 충분히 먹히는 세트 상품이다. 하지만,

구운몽과 변신, 시골의사와 고도를 기다리며와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등의 열권을 25만원주고 사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똑같은 책이라도 여러버전으로(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똑같은 타이틀만 주구장창 나오는거 말고, 하드커버, 페이퍼백, 매스마켓, 럭셔리 등등의 버전) 나오는 것은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책의 모양새에 책의 내용만큼 신경쓰지만, 이번 민음사의 세계문학 특별판을 사는 것은 내용과는 별개로 각각의 '훌륭하신' 디자이너님들의 '작품'값에 돈을 지불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세트로서의 일관성및 통일성이라곤 '각기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 것 밖에 없으니, 이게 무슨 일관성 및 통일성인가.
원하지 않는 타이틀, 중복되는 타이틀이 포함된  비싼 버전의 책들을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보다는 25만원 상당의 선물을 원하는 사람에게- 물론 받는 사람이 희귀하게도 이 책의 가치도 알고, 책을 읽기도 하는 사람이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 어울리는 세트가 아닌가 싶다.  

 * 이상적인 전집 디자인... 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전집들의 표지 디자인과 이상적인 전집의 디자인에 대한 페잎를 쓰려고 했는데, 민음사 특별판 이야기가 길어져서 ;; (삼천포도 이쯤되면, 그냥 삼천포 이야기) 페이퍼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아름다운 전집 디자인에 대한 페이퍼는 따로 포스팅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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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음사 세계문학 특별판 실사 -
    from little miss coffee 2009-01-24 23:31 
     http://sobnet.egloos.com/4823708  실사가 떴네요. 궁금했는데 이미지는 민음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표지만 먼저 확인했을 때에는 맘에 안 드는 것이 태반이었는데, 내부 이미지를 보니 뭐랄까...   인테리어 잡지에 나온 '서재' 보는 기분이더군요.   '저 사람들은 분명 책 읽는 사람들이 아닐꺼야' 하는..  
 
 
Mephistopheles 2009-01-2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허...셋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책들의 키높이가 왜 다 지각각이래요??

미니반쪽 2009-01-2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입니다. 전 그리고 솔직히 각 1권값도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님 말대로 정말 디자이너 디자인값인데.. 유명하신 분들이기야 하겠지만 저는 하나도 모르기도 하고...

Kitty 2009-01-22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각권 판매가 안될까요?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 한두 권씩은 가지고 있는 고전 세트에 25만원은 좀 오바...-_-

orphedice 2009-01-22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뜬금없는 박스 디자인에 들쭉날쭉 책.
안읽어본 책이 없는 구성. 굳이 비싼 돈 들여 다시 사고 싶지 않네요.
차라리 한권씩 한권씩 세계문학 전집을 사서 모으는 게 낫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1-2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옛날 버전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 사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낱권으로 팔면 정말 좋겠어요.

꿈꾸는섬 2009-01-2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있어서 찾았는데 생각이하네요. 책들이 제각각인 것도 그렇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싼 것 같구요. 하이드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 저도 옛날것들 새 디자인된거로 바꾸고 싶었는데 조금 망설여지네요.

족병장 2009-01-2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터므니 없이 비싸군요....25만원 -_-;; 진짜 오바네요...

이진이 2009-01-2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저는 뜨자마자 클릭질을 했는데 신중하지 못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차라리 그 돈만큼 세계문학전집을 샀으면...

보물선 2009-02-0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1년 지나면 각권판매할수밖에 없겠네요... 저가격에 세트로 사는 사람, 많지 않을듯...

박성욱 2009-02-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낱권으로 두서너권은 사고 싶지만 10권을 한셋트로 사기엔 금전적 부담이 크네요. 선물이라도 받는다면 대환영이겠지만....사고싶은 몇녀석때문에 고민되네요....

류션 2009-02-15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낱권이면 모를까. 전집은 사고픈 마음도, 둘곳도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