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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뒷얘기를 듣는 건 굉장히 재미있다. 메이킹 필름을 만들어 두는 것도 작업일지를 공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약간의 관음증을 충족시켜 준다면 금상첨화겠다. 노골적이거나 일상에서 쉽게 꺼내기 힘든 사건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일상적이어서 지나가기 쉬운 일일수록 시각을 달리해보는 것은 재미있다. 개콘에서 오래 살아남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가 그렇다. 친구들 사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과 대화지만, 컨텍스트를 조금만 바꿔도 모순이 생겨난다. 집에서 흔히 나누는 엄마와의 대화도 눈물을 뿌리며 보게 되는 드라마도 한 발짝만 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가족기담>은 이런 시도로 가득하다. 어릴적 전래동화집이나 애니메이션, 유치원 발표회나 엄마나 할머니가 자기 전에 들려주셨거나 친구들에게 전해들었거나 아니거나 신기하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래서 별 부담이 없는 옛이야기를 끌어와 비틀어본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저자가 예로 든 이야기 중에는 특정한 작가가 작심하고 쓴 소설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전이다. 구전은 화자의 ‘말빨’도 중요하지만 청자의 반응이 절대적이다. 청자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화자는 더욱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가게 된다. 이야기가 시대를 담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공감의 폭이 넓어야만 더 많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정의, 원리, 원칙, 논리보다는 감성, 모순, 욕설, 음담패설에 가까워진다. 단번에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과장을 잘하는 화자를 만나기도 하고 캐릭터 구성에 능한 화자를 만나기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간다. 물론 이야기가 수사에 빠져 길을 잃기도 할 수 있다. 너무 많이 갔을 땐, 나름 논리적인 화자가 나타나 드라마트루그를 하기도 했을 테다. 구전이란 그런 것이다. 공동집필의 미학.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서 이야기가 품고 있는 시대의 한계와 인간의 모순을 밝혀내고자 했다. 흥미롭기도 했고 절망하기도 했다. 저자가 날카롭게 혹은 집요하게 찾아낸 의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때 특히 그랬다. 그렇지만 저자의 폭로(!)가 점점 불편해졌다. 정말 그랬을까? 잘 알려진 이야기는 그만큼 인기가 있었고 회자될 만큼의 가치를 지녔다는 듯이기도 한데 그 이야기에 웃고 울었던 사람 모두가 저자가 집어낸 모순과 비인간적인 면에 암묵적인 동의, (그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 정도의 무지를 가졌다고 결론내야 하는 것일까 싶었다.

그래 웃자고 한 말을 다큐로 받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더욱 불편했던 건, 옛이야기 속에 담긴 여성비하나 폭력 등등의 문제점이 현실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흐르고 있다는 저자의 시선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마 그게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순간 몇 백년을 흘러내려온 인간의 속성을 인정해버려 더 이상 희망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만 같아서 끝까지 아닐 거라고,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가족 기담이 정말 기이한 이야기로 그치기를 바라는 건 현실 부정일까? 제발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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