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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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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먹먹해집니다. 머리 속은 여기저기서 떠오르는 단어들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지만, 정리하기엔 여력이 모자랍니다. 누군가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나또한 가해자라는 걸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일만큼 진이 빠지는 일도 없을 것만 같습니다.


예술이다. 예술이야. 우리의 입에서 '예술'이 나오는 순간은 대개 그렇습니다. 잘할 때, 너무 잘해서 더 이상의 찬사를 생각할 수 없을 때죠. 김연아의 스케이팅과 박태환의 수영을 비롯해서 달인의 개그와 생활 속 달인들의 내공을 볼 때가 그렇습니다. 어느날은 문득 이 상황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왜 우리는 누군가의 최선을 유도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쥐어짤 수 있을 만큼 짜낸 후에야 칭찬을 아끼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야만 할까?


시선을 달리하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예쁘고 아름다운지, 예술사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칭송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채우기에 충분할 정도로 예술은 많고 풍부합니다. 하지만, 아름답고 고운 것만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지요. 언젠가는 달의 뒷면을 보아야합니다. 서로의 어두운 면을 보아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를 얻습니다. 그게 사람에게 허락된 것입니다. 


인용이 많고 문체가 어렵기도 하고 단락이 길어 쉬이 읽어내려가긴 어렵습니다만, 조금만 집중하게 되면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레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들어가고 나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늪과 같은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상처입은 영혼들이 내어놓은 작품은, 일기이면서 잃고싶지 않은 신념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희생자의 외침입니다. 


절제된 공간 속에 정한만큼의 빛을 받고서, 소유자가 보여주고 싶은 만큼만 내보일 수 있는 예술작품의 처지는 그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딱하기까지 합니다. 그 속에 응축된 상처의 흔적을 볼 수 없었던, 아니 보면서도 예술을 얻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가엾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상처란 본디 내보일 때 낫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단 한 줄의 문장이 예쁘게 포장되어 또 하나의 예술로 남게될 당신의 상처를 헤집어내어 잊었던(잠시 감췄던) 고통을 불어일으킬 수도 있고, 그것으로 위로를 주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책도 당신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에세이도 아니지만,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예술가와 같이, 작품을 보고 느낀 것을 말해주는 이야기꾼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감상'을 통해 당신을 울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아프기만 했던 열 명의 삶이 조금씩 나를 건드리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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