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9기 활동을 마감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과제로 시작한 일이어서인지 과제같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외려 이 때문에 수업이나 이 평가단이나 제가 배우기 위해 선택한 것이란 생각이 들어 시간이 없을 때나 읽기 싫을 때도 마음을 다잡아가며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고백하건데, 열심히 못 읽은 책도 있긴 했습니다. 아... 담 번에는 좀 더 열심을 내보려고 해요.
제가 맡은 분야는 대중문화/예술 분과였죠, 소설도 좋고, 인문학 책도 좋은데, 대중문화/예술 책은 좋긴하지만 왠지 찾아 읽기에는 조금 난이도가 있어보이는 책들이어서 좋지만 범접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친해지지 못했었거든요. 이 기회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특히나, 제가 추천하지 않은 책들을 읽을 땐,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들도 만났고, 제가 몰라서 관심 가지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이 책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볼프강 카이저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모르문디 / 2011년 5월
였습니다. 저 자체가 괴기스러운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괴기스럽다거나 그로테스크하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기도 해서, 저랑은 전혀 관계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니 이럴 수가, 책을 읽을 수록 어딘가 맞닿는 부분이 자꾸 나오는 겁니다.
팬이라고 말하기엔 팬심이 부족했던, 카프카도 그렇고, 특히 연극에서 그로테스로 분류할 수 있는 게 많았었죠. 셰익스피어도 몰리에르나 뷔히너, 꼬메디아 델아르떼까지.
자꾸 유럽사람들 얘기만 하게 되는 것 같아서 별로 기분은 안 좋지만, '그로테스크'라는 단어 하나를 가지고 학문의 깊을 만들어낸 볼프강 카이저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부러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 보고 싶은데, 저는 단어 하나를 가지고 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치가 안 되어서 .. 아쉽네요.
그리고 또 내맘대로 선물하고 싶은 책 베스트 5를 소개해볼까해요
1. 사진철학의 풍경들
진동선 글.사진 / 문예중앙 / 2011년 7월
주위에 사진을 전공하고 싶어하거나, 학교에 다시 가지 않더라도 사진을 계속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으시죠? 저에게도 그렇습니다. 사진작가든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 걸로 만족하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사진에는 천재란게 없으니 열심히 합시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겁니다.
얼마나 고민하느냐, 얼마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느냐,는 무척 어려운 질문이긴 하지만, 그 답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노력이 꿈을 이뤄줄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인데, 추천하지 아니할 수 없죠!
2.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이미 이 책은 친구에게 추천하여 '빌려준 책'인데요. 젠 사상을 가지고 얘기해볼 수도 있겠지만, 어쩌거나 새롭고 간결하면서도 인상깊에 집을 만들어 내는 사람의 여행기입니다. 여행을 떠나려고 하거나, 이사할 집을 고르고 있거나, 건축을 하고 싶어 하거나, 사진을 찍고 싶어 하거나, 방황을 해 보고 싶거나, 뭐 어떤 상태이든지 이 책은 도움이 될 겁니다.
자신이 직접 방황하며 배운 것을 어떻게 실제 작품에 적용했는지 말해주고 있단 말이죠. 덕분에 저는 건축사 책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건물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좋잖아요?
3. 차이콥스키, 그 삶과 음악
제러미 시프먼 지음, 김형수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6월
클래식 입문서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은 시리즈의 차이콥스키 편입니다. 우리가 음악 자체로 무언가를 즐길 단계에 이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어느날 갑자기 품격있게 클래식을 접할 수는 업는거잖아요. 아는 멜로디가 나오면 좋아하는 걸 보고 누구는 '키치적'이라고 말했지만, 어쩔 수 없어요 모르면 안 들린단 말입니다.
작곡가의 생애를 먼저 알고, 그의 곡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음악을 (샘플이지만)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이 나왔습니다. 차이콥스키란 사람의 호두까지 인형은 들어봤지만, 그의 성격이나 곡의 색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사실 CD만 사서 들어도 이 정도 돈을 줘야 하는데 책을 사면 CD가 함께 오니 뭐 그걸로도 충분!
4. 본격 시사인 만화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요즘처럼 풍자와 비판에 깔깔대며 웃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을까요? 저는 태어났지만 어려서 볼 수 없었던 '80년대 마당극'이나 김형곤,이주일의 개그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나는 꼼수다>는 정말 말도 못하죠. 억압이 치사하고 거칠거나 교묘할수록 풍자와 해학도 그에 못지 않게 변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으니까요.
이런 변화에는 굽시니스트의 만화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재밌어요! 물론, 호불호가 심하겠지만, 또 이런 사람들은 신경 안 쓴다는 게 매력 아니겠습니까? 호호호호
5.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1년 8월
이런 책들을 보면 기쁜 이유가, 도판이 많다는 거에요. 글도 좋은데, 그림도 많아서 보는 내내 감상할 수가 있게 되거든요. 물론, 작품이 참 맛을 느끼려면 지금 당장 미술관으로 달려가야 하겠지만, 방 안에서 굴러다니며 책장을 넘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영화관말고 스마트폰으로 영화보는 거랑 같죠.
특히나, 우리 조상들의, 어쩌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를 거쳐 우리에게까지 전해내려왔을 해학, 자유 등이 담겨있는 그림이거든요.
네, 이렇게 9기 활동을 마감하게 되었네요. 전 감사하게도 10기 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아.. 10기 신간들을 읽어야해서 전 이만..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