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원아가 단 3명이었고  

한 살 많은 여자아이 엄마는 식당 운영하랴 어린 막내 돌보랴 바쁜 탓인지  

나처럼 아이 꾸며 내보내는데 큰 관심이 없었다. 

그게 참 다행스럽고 편한 일이었는지 미처 몰랐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다섯 살 서희와 여섯 살 소윤이는 머리도 예쁘게 땋고  

예쁜 치마를 입고 다니며 치마가 아닌 다른 옷들도 다 예쁘단다. 

한 해를 길러서 이젠 제법 긴 머리인데  

아직도 나는 미니 머리를 어떻게 묶어야 할지 막막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어딘가 머리카락이 비어져 나오거나  

묶이지 않은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거나 

양갈래로 묶은 머리가 앞뒤로 또는 위 아래로 균형이 맞지 않아서 난감하다. 

그에 반해서 종일반 선생님으로 일하는 소윤이 엄마가 집으로 올 때 묶어서 보내는 걸 보면 

어찌나 다양하고 예쁘고 야무진지... 

그래도 미니가 엄마는 머리를 잘 묶지 못하니까 하면서 머리모양은 일단 포기하는데 

작년에 쑥 자라서 입을 치마가 없다고 했더니 눈물바람이다. 

그래서 사촌언니들 입던 작은 옷이 있는지 고모한테 부랴부랴 전화를 했더니 

또 고모가 안 예쁜 치마를 찾아주시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걱정이 태산이다가 

자켓까지 한 벌로 프릴이 잔뜩 달린 청치마를 받아온 날은 기분이 풀렸는지 

이제 우리 집에도 치마가 있으니까 당장 입지 않아도 샘이 나지 않는다나? 

아뭏든 그리하여 장롱이며 서랍장이며 수납공간이라고는 전혀 없이 

새우깡, 커피믹스, 사과, 배, 대추, 우체국택배,한라봉,기저귀 등등  

열개 남짓 되는 온갖 상자와 가방, 보따리에 들어있는 옷들을 몽땅 꺼내어  

엄마된 도리로 사흘에 걸쳐 정리를 하고 보니 

아라언니가 작년 여름 끝에 사다준 치마 한 벌과  미니가 골라서 산 분홍치마,

작은 이모네서 온 하늘색 원피스 치마,  

미니아빠 선배네서 온 미니마우스 치마가 나왔다. 

월,수,금은 원복인 츄리닝을 입고 등교하니 이젠 치마들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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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2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 5개월이 되는 날이다. 

모두들 다섯 달보다는 더 큰 아이 같아 보인다고 한다.  

오전에 한 번, 대낮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한 시간씩쯤 낮잠을 자고  9시 전후로 잠이 드는데 그 나머지 시간엔 이제 눈이 초롱초롱하다. 

놀 때도 엎드려서 고개를 들고 여기저기 휘휘 둘러보다가  

목에 힘이 빠지면 바닥에 콕 해가지고 좀 쉬다가  

또 고개를 들고 휘휘 둘러보다가 하며 엎드려 있고 

똑바로 눕혀 재워도 어느 새 엎드려 자고 있다. 

잠결에도 완전 자동이다.  

 

곧 이가 나려는지 무척 근질거리는 듯  

주먹이라도 하나 다 집어넣을 듯이 엄지손가락을 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침이 질질^^; 

이젠 턱받이를 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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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하다 못해 더워지니 맨발로 맨 땅을 누비고 있다. 

자갈밭, 시멘트 포장 위, 흙바닥, 감자밭 온갖 곳을 거리낌없이 다닌다. 

지난 겨울 날씨가 차가워지자 알뜰하게 신발을 찾아신는 버릇이 들었는데 

다시 맨발의 사나이가 된 것은 따뜻한 날씨 탓만이 아니다. 

잠깐 누그러졌던 물건 던지는 취미가 다시 활활 살아나서 

땔감으로 쌓아놓은 장작과 각목 따위를 틈만나면 축대 아래로 집어던진다. 

엄마한테 들켜서 회초리를 맞고 울기도 하고 

손가락에 가시가 박혀서 곪기도 하건만 도무지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신발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주로 신고 다니던 노란 장화가 한 짝만 보이더니 

누나 운동화 한 켤레와 구두 한 켤레가 사라졌고 

아빠 등산화가 보이지 않으며, 오늘은 마지막 남은 자기 운동화까지 없어져버렸다. 

엄마도 재민이 젖 먹이고,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해야하니 

하루종일 그 뒤를 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잠깐 방심하면 어느 새 어디론가 빠져나가버린다.  

찾아나서기 전에 유리창 밖을 휘둘러 보면 

어느 날은 마을 길을 오르내리고 있고 

어느 날은 풀섶에 앉아 돌멩이를 던지다가 흙 구덩이에 드러누웠다 엎드렸다 하고 

어느 날은 축대 아랫길 한가운데 서서 하염없이 온갖 노래를 허밍으로 부르고 있기도 하고  

(3월 한 달동안 시험삼아 몇 곡이나 부르나 적어보았더니 몇 소절 정도지만 30곡 이상이었다.)

감자랑 함박꽃 모종 물 주는 호스로 한참 놀기도 하고 

마당에 있던 세발자전거를 탈 줄도 모르면서 어떻게 용케 끌고 내려가 축대 밑 빈 터에 갖다놓기도 하고 

오늘은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가슴이 덜컥 했는데 

외할아버지가 외출하고 안 계신 빈 집에 들어가 뭐 먹을 거 없나 냉장고를 살피고 있었더랬다. 

며칠 전에는 점점 마을에 더 가까이 내려가다보니  

아랫마을 할머니를 만나 과자 한 봉지를 얻어서 의기양양하게 할머니 손을 잡고 돌아왔다. 

아니나다를까 그 날 저녁, 다음날 아침, 점심 연거푸 그 집을 찾아가  

과자 달라고 떼를 쓰고 도무지 올라오려 하지 않아서  

재민이는 울려놓고 허위허위 내려가 데리고 와야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또 내려갔는지 빈 집 마루에 걸터앉아 있다고 다른 집 할아버지가 데려오셨다. 

그나마 같이 손 잡고 가는 사람이 없으면 아래로 난 찻길이나 위로 난 산길로는 가지 않고 

집 주변만 빙빙 도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야하는건지... 

외할아버지는 그래도 이러다 한 번 산으로 길을 잡아 들어가면 찾지도 못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시다. 

또 여기는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자동차들이 오히려 속력을 내며 달려올라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것도 걱정이다. 

산 아래서 지냈던 작년 여름처럼 위, 아래 커브길이라 시야가 짧은 도로에 수시로 뛰어들거나 

옷도 안 입고 땡볕에 혼자서 계곡에 내려가거나 

가게에 가서 아토피에 좋지 않은 음료수,아이스크림, 과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막무가내로 가져오거나 

피서 온 낯선 사람들이 많은 아랫길을 잡아 하염없이 걸어내려가던 것보다는 낫지만 

어딘가처럼 손목이나 가슴에 줄을 매어놓고 못 돌아다니게 잡고 있을 수도 없고, 에휴~! 

하루에 흙먼지 투성이 바지 너댓벌을 갈아입는 것이야 세탁기가 빨아주니 그렇다 치고 

틀림없이 어딘가에 가져가 내던졌을 신발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있을 법한 수풀 언저리를 유심히 살펴봤지만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려운 곳들이어서 포기해야 하려나? 

아뭏든 결국 노란색이랑 흰 색 고무신 여러 켤레를 주문해 놓았다.    

아직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아무데나 응아를 하는 까닭에 유치원에 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혼자 놀자니 

아빠가 점심 드시러 오실 때랑 퇴근해서 올라오실 때  

쏜살같이 쫓아나가 문을 잡고 서서 콩콩 뛰며 너무나 반가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한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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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2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깐 내리다 그치겠거니 했더니만 웬 걸 하루종일 오락가락한다. 

어제 내렸으면 3월의 눈이었을텐데 하루 차이로 4월의 눈이다. 

바짝 마른 채 가지에 매달려 있는 씨앗을 털어버린 벙글어진 오동나무 열매 너머로 

화안하게 피어있는 매화랑 산벚꽃,  

초록보다는 노랑에 훨씬 가까운 여린 연둣빛 꽃이 핀 것처럼 새로 돋은 잎새들, 

바람이 불 때마다 낭창낭창 허리를 꺾어가며 흔들리는 대숲, 

수묵 산수화에서 튀어나온 듯 멋스러운 소나무 두 그루 

그 너머로 멀리 이어지는 지리산 자락을 배경으로 함박눈이 흩날린다. 

따뜻한 구들장을 지고 잠이 든 두 아이를 품 안에 두고

마지막 걸음 떼어놓기가 그리 아쉬운 겨울을 바라보니 마음이 푸근하다. 

새 풀 옷을 입고,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이슬 신고, 꽃다발 가슴에 안은 채 봄처녀가 저만치 어른거리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하얗게 하늘을 뒤덮은 눈발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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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9-04-0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눈이네요 그럼? ㅋㅋㅋ
 

이지만 또 거짓말이 아닙니다. 

어제 남편이 술을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것으로 믿어집니다. 

365일 중 단식을 하는 약 한 달을 제외하면 1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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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9-04-0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