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이 없어요! 웅진 세계그림책 33
진 윌리스 외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자라면서 흔하디 흔하게 생긴 제 자신의 배꼽에 대해 별다른 의문도 생각도 없었던 듯 싶어요.지금처럼 자주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흔하게 할 수 없었던 제 유년시절.

그저 배꼽에 때가 끼지 않게끔 관리하는 정도로만 배꼽에 대해 관심을 보였었지요.

생물시간이나 가정시간에 배꼽에 대해 배웠던가? 지금 돌이켜봐도 뭐..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제 배꼽은 제 몸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채 늘 옷으로 가려져서 햇빛도 못보고 살아왔네요.


첫아이를 임신하고 나서 누구나 사서 보게 되는 임신관련책자를 읽고나서야 아...배꼽이 이래서 있는거구나...알게 되었어요.


아직 채 자르지 않은 탯줄이 달린 핏덩어리 아기를 가슴에 안았을 때의 그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합니다. 제가 가슴에 안고 어르고 달래준 이후에 탯줄을 잘라주시던 의사선생님의 배려 덕에 전 제 아이의 배꼽이 생기기 이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지요.

생후 7일에서 10일 사이에 까맣게 말라비틀어진 탯줄이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볼 수 있었던 그 앙증맞고 이쁜 배꼽.


지금도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그 배꼽을 볼 때면 얼마나 아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제 몸의 일부인 듯 느껴지고 바스라질 정도로 꽉 끌어안고 싶어지지요.


그런 의미에서 배꼽이 왜 있는지 자꾸자꾸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호야야~ 네 배꼽은 바로 너와 엄마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는 사랑의 증표야.

네 배꼽이 있는 한 엄마는 너를 영원히 사랑해“


배꼽이 없어질리야 천부당만부당하니 말입니다.


그런데...이게 왠일입니까? 어느날 일어나보니 배꼽이 없어진 꼬마가 있네요.

어젯밤 잠들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있었는데 말이죠.


배꼽을 찾으러 용감하게 밀림으로 모험을 떠나는 꼬마.


침대가 있던 방안에서 갑자기 밀림으로 장면이 확 전환되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것은 그림책 왼편으로 그려져있는 도시의 풍경 때문인지도 모르고

아니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헝클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그런 환상의 세계로의 몰입인지도 모르죠.


기린을 만나고 고릴라를 만나고 사자를 만나서 배꼽을 찾아보지만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들만의 배꼽.

급기야 사자왕은 배꼽이 있는 밀림의 동물들을 모두 부릅니다.

모두들 각자의 이쁜 배꼽을 으스대며 자랑스레 보여주는데 어?  한 녀석이 의심이 가네요.

누굴까~~~요?


아이로 하여금 왜 그 녀석은 배꼽이 없지? 라는 자연스러운 의문을 남겨줍니다.


왜 그런걸까? 되물으며 호야 배꼽은 왜 있는거라고 했지? 다시 한번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역시나..하도 쇄뇌되어서인지 조잘조잘 잘 말하네요 ^^


그래...그럼 어떤 동물들이 배꼽이 없는걸까?

기린과 고릴라와 사자...등등 배꼽이 있는 동물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말할 꺼리가 자꾸자꾸 생겨요.

이런 식의 조금은 학구적(?)이다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도 좋지만 내용의 마지막 한마디가 재미있어서 아마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의 배꼽을 만져보지 않았을까요?  군더더기없는 그 깔끔한 결말이라니..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저하고는 정반대...저는 주절주절 대마왕..ㅠㅠ)


또 그 내용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이 토니 로스 특유의 그림을 보는 재미인데 기린이 얼마나 키가 큰지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야만 볼 수 있고 수풀 속에 앉아있는 고릴라, 낮에는 낮잠을 자는데다가 빗으로 빗겨야 볼 수 있게 털이 많은 사자, 배꼽에조차도 줄무늬가 있는 얼룩말, 진흙투성이 속에 사는 하마...등등등.

전혀 강요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배꼽이 있고 없는 동물들을 분류해주고 각각의 특징을 간단명료하게 나타낸다. 거기에 재미까지 곁들인다.

이게 바로 진 윌리스와 토니 로스의 장점이라고 생각되어요.


진 윌리스와 토니 로스의 합작품은 이 책 말고도 [엄마, 내가 아기였을 때 어떻게 생겼나요]와 [꼭 잡아주세요, 아빠!], [나무늘보의 생일] 등이 있는데 모두 다 유쾌하고 기발한 내용으로 재미를 주면서 동시에 아주 기초적인 과학상식까지 주어서 좋은 거 같아요. 어렵지 않고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게 제가 평소에 선호하는 과학책의 조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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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기리 아주머니께 - 왈왈 복종학교에서 착한 아이크가 보내는 편지
마크 티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달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누구든 내 말을 들어줄 친구에게

한 번이라도 부당하게 벌 받아 본 적 있니? 방에 갇혀 본 적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게 된 적은 있니? 그런 경험이 있다면 내가 왈왈 복종학교에 갇혀 겪고 있는 고통과 두려움을 너도 잘 알 거야.

이런 서문으로 시작되는 그림책.
거기다가 또 추신이 두개나 달려있네요.

추신 : 이 책에 있는 알록달록한 컬러 그림에 속으면 안 돼. 흑백 그림이 바로 복종학교의 진짜 모습이라고!

추추신 :이렇게 끔찍한 옷을 입고 있어도 난 여전히 멋있어.

큭큭큭..웃음이 나옵니다. 엇쭈구리!!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웃을 준비를 잔뜩 하고서 책장을 넘겨봅니다.

킁킁시 마을신문에 실린 기사...아이크가 너무 버릇이 없어져서 복종학교에 보낸다는 길기리부인의 인터뷰로부터 내용이 시작됩니다.
책장을 한장씩 넘겨보면 아이크가 자신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편지가 죽 이어지는데 편지의 내용에 걸맞는 그림은 흑백으로, 그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그림은 칼라로 나타내어져 어느 게 진짜야?? 잠시 헷갈리게 만들어요.

하지만 신문기사 두개와 나중에 아이크의 용감한 행동이 칼라로 나타내어진 것으로 보아을 때?
.......

그렇다면 아이크, 이 녀석.
완전 허풍쟁이에 엄살쟁이에 못말리는 거짓말쟁이입니다.
사우나에다가 고급 식당에 타자기,라디오 등 각종 편의시설로 중무장된 왈왈 복종학교가 아이크에게는 정말 끔찍한 감옥으로 묘사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반면에 얼마나 독서광인지 늘 책을 옆에 끼고 사는 아이크. 타자기를 빼앗겨 직접 손으로 쓴 편지도 글씨를 얼마나 또박또박 썼는지 ^^
지적이고 우아한데다가 꼼꼼하기까지한 정말 못말리게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본인은 말썽꾸러기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누명을 써서 억울한 아이크는 탈출을 결심합니다. 책 겉표지에도 보면 50가지 위대한 탈출법이란 두꺼운 책이 있는 게 보이네요, 빠삐용의 후손이 되기라도 하려는 듯 말이죠 ^^

아이크의 편지를 읽다보면 웃음이 나오면서도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다시 읽어보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아이들이 늘 하는 그런 말들이 그 속에 있기 때문이예요

길을 건널 때 길기리 부인을 막 잡아당겨서 최고급 낙타털 외투를 찢어버린 것은 그녀가 좌우를 살피지 않고 길을 건너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였고
닭고기 파이 때문에 그렇게 화나셨다면 왜 진작 말씀하시지 않으셨냐고 항변하고,
희빈 아주머니네 고양이사건에 관련하여서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그런 깜찍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걔네들은 아주머니가 생각하듯 그렇게 천사가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요.

왈왈 복종학교의 간수들은 죄다 "착한 개, 나쁜 개" 그 두가지 밖에 모르는데 여기서 늘 제 아이들에게 "말 잘 들으면 착한 애, 말 잘 안 들으면 나쁜 애" 이렇게 두가지의 잣대만을 적용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네요 ...-_-;;;

저도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걸 먼저 짚어볼 생각은 않고 무조건 일의 결과만 놓고 야단치고 소리치고...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많거든요.
어떤 때는 딴에는 엄마를 도와준답시고 해놓은 일이 더 엉망이 되었을 때, 누가 너보고 엄마 도와달라고 했느냐..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거다..그렇게 길기리(^^) 날뛰면서 애를 잡은 적도 많지요...

여하튼 왈왈 복종학교를 무사히 탈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길기리 부인에게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아이크.
그 이유는...길기리 부인에 대한 걱정 때문인데 킁킁市로 돌아오자마자 아이크는 또다시 대형사건의 주역이 됨으로써  킁킁시 마을신문에 세번째로 실립니다. 와~ 정말 극적인 결말이네요^^

등장하는 이름들이 모두 너무 재미있어요.
한번만 딱 들어도 그 이미지가 절로 연상되는 킁킁市, 길기리부인, 왈왈복종학교, 목청타 교도소장, 위노래 의사선생님, 랄라 믹서기,...와 같은 이름들이며...
편지 말미에 자신을 나타내는 "누명 쓴 정직한 아이크, 충직한 아이크, 어딘가에서 슬픈 아이크,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당신의 친구 아이크..."와 같은 재치있는 말들이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내게 만듭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티그가 자신들의 형제가 키우던 개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2003년 북센스상, 크리스토펴상에다가 미국 도서관 협회 선정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혔네요.

이 사람이 제인 욜렌과 함께 만든 [아이, 졸려1 아기공룡의 밤인사]라는 책도 정말 궁금해지네요...

유머러스한 글이며 구석구석 그림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아이크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알카트라즈의 새인간]이라니...ㅋㅋㅋ  이런 책을 읽는 강아지, 한 마리 키우고 싶지 않으세요?


('알카트라즈'라면 니콜라스 케이지하고 숀 코네리가 나왔던 영화 '더 록'에 나오는 그 유명한 감옥 아닌가요? 아무도 탈출할 수 없다는 그 무시무시한 감옥 말예요. 아이고...아이크의 오바...정말 못 말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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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4-24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밀키님, 이거 내가 찾아왔으니까 2권신청해서 1권 내게로! 알았죠? 우히히히..
근데 이 '아기 공룡의 밤인사'는 스티커 책이네요.
http://www.aladdin.co.kr/catalog/book.asp?UID=1175339465&ISBN=8931904800

밀키웨이 2004-04-2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부엌이 아주 솔님의 빛나리로 훤~~하구만요
요즘 컴이 바이러스 걸려서 잠시만 되었다 꺼지는 괴현상이 벌어지는 바람에 제가 못 찾아서 그렇지...흥!

글고 그집 아그들에게는 스키커북은 이미 끝! 이지 않습니까?

반딧불,, 2004-04-2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합세하면 안될까요??

아니 ..밀키님은 어찌 이리도 멋진 서평을 쓰실꼬..어흑..비결 전수 좀 하시지요..
 
빨간 늑대 베틀북 그림책 42
마가렛 섀넌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베틀북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부터 확 눈을 사로잡습니다.

초록숲과 푸른하늘, 거기에 선명하게 대비된 커다랗지만 유쾌해보이는 빨간늑대.
책장을 쫙~ 펼쳐보면 늑대가 부수고 나온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건물의 깃발꽂힌 지붕이 휙~ 날아가는 것이 보입니다.

첫장에서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네요.
늑대의 눈망울이 너무 맑고 신나보이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

첫내용은 옛날에 로젤루핀이라는 공주가 있었어요로 시작됩니다. 전통적인 옛이야기의 도입부를 충실히 따라가네요 ^^
그런데 이 공주는 높은 탑 꼭대기방에 갇혀 살았지요. 임금님은 바깥세상이 몹시 거칠고 험하므로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하는데 과연?

여기서 라푼젤이 퍼뜩 떠오르면서 거기서 모티브를 따왔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제 제멋대로의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로젤루핀 공주의 머리결이 와우~ 정말 탐스럽군요)

늘 안타까이 창가에 매달려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로젤루핀..
분수대를 빙빙 돌며 노는 또래아이들을 보며 자신을 이리 가둔 아빠에 대해 생각했겠지요. 원망과 한탄을 섞어서 말이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라지만 정말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일도 아니고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행복한 것도 아닌데... 나도 저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저렇게 편하게 어울려 놀고 싶다라고 얼마나 얼마나 바랄까요.

아마도 제 아들들이 확실하게 나타내지를 못해서 그렇지...마음 속에서 늘 부르짖고 바라는 것이 이 로젤루핀의 마음 아닐까 싶어요.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TV만화를 보고 그와 관련된 캐릭터장난감을 가지고 싶고 유치뽕짝인 캐릭터가 크게 새겨진 옷이며 신발을 신고 싶다..   는 그런 소망...

교육이라는 거창한 이유로 그렇게 금지하고 가려왔던 일들이 사실은 아이들에게 큰 상실감으로 새겨지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요즘에야 저를 참...심란하게 만들고 있거든요.
일곱살이 되던 생일날 로젤루핀 앞으로 이상야릇한 선물이 도착합니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그 선물상자 안에는 여러가지 색깔의 털실뭉치와 쪽지가 한장 들어있었어요.

네가 원하는 걸 짜렴

생전 처음 로젤루핀에게는 자신의 원대로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주어진 겁니다.
그런데 임금님은 껄껄껄 웃어 제끼며 아빠한테 멋진 목도리나 하나 짜달라고 말하지요.
여태 자기가 원하는 데로 자기가 생각한 데로 로젤루핀을 키우고 있던 임금님으로서는 로젤루핀이 그 스스로의 뜻대로 뭔가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우습고도 무시할정도의 사소한 일이었을까요?
(여기서는 룸펠슈틸츠헨 이야기가 살며시 스치고 지나가는구만요 ^^
탑 속에 갇힌 채 황금실을 자아야만 했던 룸펠슈틸츠헨.
그녀에게도 자유는 없었지요.
아버지의 거짓말로 왕비가 되고 왕의 명령으로 탑에 갇힌 채 황금실이나 잣고...)


그날 밤새 자신의 원대로 빨간 늑대옷을 만든 로젤루핀은 말합니다.

나처럼 어린 공주한테는 바깥세상이 너무 위험하다고?
그렇다면 차라리 커다란 빨간 늑대가 되는 게 낫겠어


그리고 일어난 일은?  그래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신나고도 즐거운 탈출이지요.
늑대가 되어 돌탑 지붕을 뚫고 나오는 로젤루핀의 오른쪽으로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도
측하해주는 듯 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또 뜻밖의 반응이 임금님에게서 보여집니다.
늑대가 공주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하면서 공주를 잡아먹은 나쁜 늑대를 어떻게 해치울 생각은 않고 단지 먹을 것을 잔뜩 주어 자신들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하는 그런 나약하고 소극적인 모습.
약자에게는 군림하지만 자신보다 강자에게는 곧바로 "수구리!" 를 외치는 듯한 그런 모습


 옆에 실쭉하니 서 있는 시골사람들의 표정이 정말 재미나는군요.
특히나 가운데 코도 크고 키도 큰 아저씨가 재미있습니다.
이 아저씨는 이 책에서 두 장면에 출연하는 엑스트러인데요, 두 장면다 아주 맛깔스러운 표정과 제스추어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냈네요. 꼭 임현식 아저씨같은 그런 엑스트러..ㅋㅋ

신나게 신나게 자유를 만끽하던 로젤루핀은 그전부터 늘 바라던 대로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합니다.
참~~ 사람이란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하는 사회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어? 털실로 짠 옷이라는 데서 또 하나의 실마리가 시작되는군요.
근데 말이죠, 제 아들은 왜 이렇게 되는지 이해를 못해요.
언제 실을 가지고 뭔가를 짜봤어야 말이죠. 아님 엄마가 짜는 걸 구경이라도 해보았던지.
그래서 이거, 나중에 대바늘과 실을 사다가 목도리라도 짜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실이 풀리게 되면  그 짜여진 물건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무사하고도 다행스럽게(?) 로젤루핀은 다시 그 전보다 더 높고 튼튼해진 탑 안으로 돌아오고 임금님은 여전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어리석음을 한껏 발휘하여 이번에는 진짜로 멋진 목도리를 짜달라고 합니다.
과연? 그 뒷이야기는?

뒷이야기의 결말에 대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좀 그렇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사실 아이들은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거예요.

아, 이렇게 된거야? 으하하하 웃긴다! 신난다! 너도 당해봐라! 이런 유쾌상쾌통쾌함을 느낄 뿐일걸요?

그건 이 이야기의 구조가 옛이야기의 전형을 확실하게 따라가면서 또 그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거든요.
공주라는 특정계급, 옛날이라는 모호한 시간적 배경, 약자인 공주와 강자인 임금님의 구도,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기 보다는 사건 위주로 죽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등등등.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은 단순하고도 즐겁게만 받아들이지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복잡하고 미묘하게 보지 않을 거예요.

그림이 정말 멋집니다. 적당히 화려하면서도 풍부한 색감이며 원근감, 거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재미난 표현이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네요.
저자인 마가렛 새년이 체코의 한 아름다운 성곽마을에서 염감을 얻어 구상한 이야기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 마을에 일곱달 동안이나 머물렀다는 비하인드스토리도 정말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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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4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키웨이 2004-04-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트온냐...
자꾸 그런 말씀만 하시면 섭하옵니다...흑

2004-04-26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my 2004-04-28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밀키님 서평 따라 다니며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네요

밀키웨이 2004-04-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 고맙습니다 ^^
근데 수니미님은 뉘시옵니까?
제가 사람 알아보는 재주가 정말 없사옵니다...ㅠㅠ
 
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이 동화를 저는 중학생 때 읽었습니다.
지금 와서 참 아쉬운 게 너무 일찍 읽었다는 겁니다. 일찌감치 읽어놓고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붙잡지 않았던 자만함 말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서점들에서 이 책의 대상을 초등고학년으로 잡았더군요.

물론 이 책은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읽을만 합니다.
하지만 생각의 깊이를 주는 나이는 역시 고등학생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음...나도 모모와 베포아저씨처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시간을 아껴쓴다고 하면서 나도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사는지도 몰라....

회색도둑들이 혹시 나의 시간을 훔쳐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아고 좀더 공부 열심히 하고
버려지는 시간들을 줄여야지...라고만 생각했던 그 어린날의 감상...
당시의 엄청난 범생이과였던 저로선 그리밖에 생각할 수 없었답니다...-_-;;;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회색도둑들이 훔쳐간 시간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모모가 회색도둑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사람들에게 시간을 돌려주었을 때 사람들은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지요.
길을 가다가 멈추어 서서 꽃향기를 맡을 수 있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그런 여유..

시간을 아껴서 열심히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요.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세세한 시간표를 구상하고 활동지침을 작성하고...
그런데 정작 자신을 담금질하기 위해 바빴던 그 시간 동안 잃어버린 것이 내가 누구인가! 라는 의문이라면?
언젠가 어마어마한 여유로 돌려받기 위해 지금을 빠듯하게 채찍질 하는 잃어버린 것이 가장 소중한 나 자신, 바로 "나를 사랑하는 법" 이라면?

처음에 사람들이 모모를 찾아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 모모와 이야기하다보면 그 고민이 해결됨을 느낀 것이 말입니다.
그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겠지요?
바쁘다는 핑게로...아님 익숙하지 않아서 자신의 내면으로 차마 돌리지 못했던 눈과 귀를 비로소 돌렸을 때... 그랬을 때 아...그렇구나....하는 깨달음...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경험을 해본 그 순간의 강렬함 말이죠.

모모처럼 열심히 성심을 다해서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땐 정말로 열심히 이야기하게 됩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을 신중하게 하고 말을 하기 전에 하고자 하는 말이 지금 적절한 표현인가 그것이 내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는가를 계속 점검하면서 그렇게 말을 하다보면 결국에 만나게 되는 것은...자기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일테니까요.

나의 장점을 밀어주는 사람 앞에선 정말로 내가 멋진 사람이구나 생각이 되고
그렇게 나를 믿어주는 사람 앞에선 더 멋진 사람으로 서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욕망일테니까요.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행위는 타인을 위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라고 멋지게 한마디로 요약했네요.

정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그죠?

여기서 유치찬란하게 아...나는 정말 모모와 같은 그런 엄마(마누라)였던가..모모와 같은 엄마(마누라)로 서야겠구나...이런 감상은 하지 않겠습니다.
엄마(또는 마누라)로써의 부족함, 노력, 자세 등등을 염두에 두고 세상일을 바라보면...골치 아픕니다.
전 여자로써 나 자신의 삶을 찾자! 라고 부르짖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뭐든지 아이들을 위해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웰빙족 엄마도 아니고...말입니다.

미하엘 엔데 할아버지와 그 분의 책들에 대해 좀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여기로

http://wiki.sfreaders.org/Michael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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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7-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합니다. 저도 이책을 너무 일찍, 중딩시절에 읽어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다시 읽어보려고 했는데, 밀키웨이님이 멋진 서평을 남겨주셨군요.

밀키웨이 2004-07-1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웁스!
멋지다기 보다는 이 리뷰는 술 먹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쓴지라 지금 다시 보면....흐흐흐 ^^;;;
땀납니다요
 
북쪽 나라 자장가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9
다이앤 딜론.레오 딜론 그림, 낸시 화이트 칼스트롬 글, 이상희 옮김 / 보림 / 200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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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고 믿는 알래스카 사람들의 정신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글쓴이인 낸시 화이트 칼스트롬은 지금도 알래스카에서 살고 있다고 하네요.
서정적이면서도 운율이 느껴지는 글맛이 아주 맛깔스러운데 읽다보면 샬롯 졸로토의 [잠자는 책]이 떠올라요. 전혀 별개의 책이지만 그냥....잠자리책이면서 동시에 한편의 시와도 같은 서정적인 글귀 때문에 말이죠 ^^

잠자리에 든 어린 아이가 하늘의 별과 달,마을의 산과 강, 동물들과 식물들을 모두 의인화하여 인사를 하는데 알래스카의 기하학적인 전통 문양과 정교하고 아름다운 의상, 사람들의 모습을 청보라와 초록, 검정을 주조로 한 정교하고도 화려한 그림이 일품입니다.
또 각 대상의 특징을 정확히 표현한 의인화가 놀라우리만큼 아름다와요.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 아이가 자고 있는 오두막이 계속해서 한쪽 귀퉁이에 끊임없이 제시됨으로써 아이에 대한 존재감을 계속 유지해주고
앞장에 나온 대상을 주대상의 바탕으로 깔아주고 또 오른쪽 귀퉁이에는 다음에 나올 대상을 희미하게 실루엣으로 제시해주는 구성을 보여 그림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이 책은 낮에 북적북적대며 읽어주기 보다는 잠자리에서 편안하고 느긋하게 읽어주기 딱 좋~~습니다.
제목이 "자장가"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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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4-2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3일째 3-4시간 밖에 못잤더니 졸려죽겠소이다...근데 쿠폰은 왜 안떨어지나?

밀키웨이 2004-04-2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네요 ^^
제건 벌써 제 계정에 들어와있거든요?
다시 한번 확인하심이 어떠시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