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80314

 

- 족제비

 

2년 전( 또는 3년 전)에 새벽 운동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여름이라서 새벽이지만 날은 밝아 있었다. 달리기를 하는 길 저 멀리서 뭐가 휙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좁은) 길 한가운데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족제비였다. 청설모를 본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족제비를 야생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달리기를 멈춰야 되나. 나는 속도를 줄였다. 족제비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고, 어느 일정 거리가 되니 풀숲으로 숨어버렸다.

 

집에 와서 이야기를 하니, 아이는 사진이라도 찍지 그랬냐고 했다. 달리기할 때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는다.

 

작년 늦가을, 초겨울이었다. 저녁에 철봉 운동을 하러 초등학교에 갔다. 운동장에는 나만 있었다. 그 때, 족제비 두 마리가 마치 술래잡기 하듯 배수구과 바위틈 사이에서 좇기고 좇고 하고 있었다. 야생 동물이라는 것이 사람의 기척을 느끼면 도망 갈 테니, 나는 모른 척하고 내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마리는 (또는 두 마리는, 나는 그 두 마리를 구분할 수 없으니), 틈틈이 배수구에서 머리만 내밀고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10분 정도는 지속된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족제비들이 도망가지 않기에 나는 몸을 푸는 시늉을 하면서 가방으로 가서 핸드폰을 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기회가 되면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족제비는 다시 눈에 띄지 않았다. 족제비가 내 움직임을 보고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돌아갈 시간이 되어 돌아간 것일까.

 

며칠 전, 해가 진 저녁이었다. 아파트 단지 계단에서 고양이가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우리 단지에는 (캣맘과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까치 울음과 같은 소리가 가까운데서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보통 듣던 까치 소리보다 더 (고음이면서) 청명하게 들렸다. 나는 조금 전 고양이가 까치를 사냥한 줄 알았다. 나는 가던 길이라서 소리 나는 쪽으로 가 보니 족제비 두 마리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 소리는 족제비 소리였을 것이다.) 곧 두 마리는 차도를 건너 옆 아파트 단지로 사라졌다. (이번에는 족제비가 나를 보지 못하고 나만 족제비를 봤다.)

 

내 어머니의 어린 시절이라면, 시골 생활을 하면서 족제비를 본 것이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나는 이 경험을 약간 신비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세 번 모두 나 혼자 있을 때, 족제비()를 봤다. 그리고 내 주위에 야생 족제비를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내게만 특별하게 주어진 혜택처럼 느꼈다.

 

뱀발) 2년 전( 또는 3년 전), 족제비를 보기 전에 새벽을 운동하면서 뱀을 만난 적도 있다.

그 두 마리, 형제였을까, 부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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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1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족제비, 뱀. 제가 군대에 있을 때 한 번쯤 봤던 동물 친구들이네요. ^^

마립간 2018-03-15 07:52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남북통일에 있어 부정적인 면을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부정적인 면의 하나는
DMZ이 사라지면서 멸종 위기 종의 상당 수가 멸종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제 기억에는 멸종 위기 종의 절반 이상이 DMZ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