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 그리고 02

- 음악, 시에 앞서 자녀들의 수학공부

 

내 서재에 들러 주시는 분들 중 학생 자녀를 둔 분들이 계시니, 아이들의 수학공부에 관한 내 의견을 보탠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수학과 무관한 그러니까 수학 선생님이나 학원 수학 강사 아닌, 잘 하지는 못하지만 수학을 좋아만 하는 사람입니다.)

 

나의 핵심적인 주장은 ‘수학 그리고 01’에서 언급한 아랫글이다.

수학 시험공부에 대한 핵심적인 모순이 드러난다. 수학은 이해과목이라고 강조되지지만, 수학 시험성적은 암기로써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이런 공부 패턴이 굳어져 버리면 수학은 수많은 문제 패턴을 암기해야 하는 과목이 된다.

 

교육 전문가가 방송에서 말하기를 선행학습과 예습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예습은 학생이 이전 지식, 즉 토대가 되는 것을 완전히 습득하고 진도를 나가는 것이고 선행학습은 토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수학공부의 결론은 간단하다. 쉬운 것부터 확실하게 이해하고 숙달하여 토대를 다진 후에 진도를 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부모가 아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이가 수학문제를 풀 때, 패턴의 암기를 통한 문제풀이인지 아니면 추론과 이해를 동반한 문제 풀이인지 파악이 안 되는 것이다. 학원의 강사의 경우는 어떨까. 내가 여러 가지 매체에 기고된 글을 볼 때, 학원 강사는 학생들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암기를 통한 문제 풀이에서 추론과 이해를 동반한 문제 풀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학교 성적하락이라는 기회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데, 굳이 학원이나 학원 강사는 그 부담을 감당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어느 강사는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좋은 선생이 되고 싶기도 하지만, 사실 좋은 강사일 뿐이다’라고.

 

학생들의 수학공부가 3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1) 아이가 똑똑하여 토대를 확실하게 다지면서 앞선 공부, 즉 예습을 하는 경우. 2) 아이가 보통의 경우로 앞선 공부는 못하지만, 그 나이에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있는 것을 다지는 경우. 3) 아이가 현재 배워야 할 것을 다지지 못한 상태에서 앞선 공부 즉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 3) 번의 경우라면 부모로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3-1) 계속해서 사교육의 선행학습을 통해 수학 공부를 패턴의 암기로 유지하는 것. 3-2) 수학공부를 패턴 암기에서 암기, 추론, 이해, 숙달 등의 조합으로 체제 변경을 하는 경우. 순전히 개인적 경험이지만 고등학생의 경우는 3-2)의 전환이 안 되는 것 같다. 중학생은 가능은 한데, 어렵다. 인생을 공부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마지막 기회가 된다. 그러나 직업으로써 공무원, 대기업 사원 정도를 생각한다면 지금 하는 대로 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전 국민이 수학을 이해해야 할 당위성도 크지 않아 보이고 그렇게 된다고 해도 당장은 그런 국민을 수용하는 사회도 아니다. 물론 사회가 바뀌겠지만. 초등학생은 3-2)의 시도를 권장한다.

 

이 이야기가 구구단에서 시작했는데, 구구단이 이해의 대상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관의 대상이다. 그러고 나서 암기의 대상이다. 정의, 정리, 공식 등도 암기에 대상이다. 그러나 정의가 된 배경, 이유 그리고 정리 및 공식이 유도된 과정을 알면 암기가 저절로 된다. 다른 사람을 이 상황을 이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이것을 이해라기보다 스토리텔링으로 부르고 싶다. 프로 바둑기사는 300수가 넘는 바둑판을 암기하는데, 무작위로 돌을 위치시킨 바둑판은 암기하지 못한다.

 

말은 쉬운데, 행동은 어렵다. 이전 직장의 동료였던 어느 여자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내 딸아이에게 초등학교 기간 동안 사교육을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 여자 분이 빙그레 웃으면서 내가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나는 아이가 물어오면 그것에 대해 가르친다고 대답했다. 그 여자 분은 나는 가르치는 것이 안 된다고 했고, 그래서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실 많은 부모가 초등학생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 안 되기 때문에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알라디너가 내게 ‘나는 아이의 수학 풀이가 암기에 의한 것인지, (광의의) 이해에 의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이해 중에서도 추론에 의한 것인지 (협의의) 이해에 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원을 보냈더니, 문제 풀이 패턴의 암기를 가르치더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고 물으면 나 역시 답이 없다. (만약 여러분 중, 이와 같은 경우이면서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3번이 아닌 2번을 택하는 것을 고려해 볼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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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0-2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오프라인 서점에 갔다가 <수학정석 1>을 충동구매하고 돌아온 날 마립간님의 이 페이퍼를 읽게되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속에서 내가 왜 이 책을 샀을까 곰곰 생각했는데, 부담없이 풀어보면 혹시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고, 수학을 좋아하면서 실제 성적은 바닥을 치다시피한 그 한을 풀어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아무튼 예전보다 종이 질이 아주 좋아졌더군요 ^^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저 책은 저도 오래 전에 읽었네요.

마립간 2014-10-25 08:52   좋아요 0 | URL
hnine 님,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대학입학 후에도 `정석`을 계속 갖고 있었고, 군 제대할 때 새로 정석을 구입했습니다. 다들 나를 보는 시선 ... ^^ 성인이 자신을 위해 `정석`을 구입한 예를 저 자신 외에 보지 못했는데, hnine 님이 계셨군요.

수학을 부담없이 대하면, 정말 다르죠.

그리고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저 책 읽고 나서 알앗는데, 저자가 현재 주부이지만 수학교육과 출신이더라구요. 저는 책 내용에 전적으로 동감하는데, 출신때문에 저자에 대한 비판도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