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 그리고 01

- 음악, 시에 앞서 재미

 

다락방 님과 수학에 관한 몇 가지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수학이 음악과 그리고 시詩와 공통적 이미지가 있다고 하였다. 다락방 님은 구체적 설명이 가능하냐고 하셨는데, 막상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하니 좀 막막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개인적 경험과 어떤 글을 읽었기 때문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추론하여 내린 결론이다. 물론 그 결론이 확대 해석이라는 오류일 가능성도 있다. 그 근거reference들이 다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쓴다.)

 

누군가는 소설을 매우 좋아한다. 좋아하니 소설책도 많이 읽는다. 그러나 소설책을 읽는 것이 극단적인 예외는 아니지만 평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인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책을 읽는 대신 TV를 보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니면 친구들과 잡담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소설책을 읽는 사람이 전적으로 책을 읽는 데만 시간을 보낸다는 뜻은 아니다.) 조금 더 보편화시키면, (주로 서재활동을 하는) 알라디너는 책을 많이 읽는다. 왜 한국인 평균에서 벗어나는 독서를 많이 할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재미’다. 소설을 읽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 독서가 재미있기 때문에 독서를 한다. 이런 논리는 ‘등산’에도 적용된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왜 시간 들이고, 돈 들이고, 땀을 흘려 가며 다시 내려와야만 하는 산을 기를 쓰고 오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하려했던 이야기는 수학이다. 이쯤에서 내가 하려는 이야기에 대해 눈치 채셨을 것이다. 나는 수학을 좋아한다. 내 주위에는 수학을 좋아하는 몇 사람을 있다. 나를 포함한 이들은 왜 수학을 좋아할까? 여러 가지 답이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미’다.

 

심리학이나 뇌과학에서 잘 알려진 비유로 ‘코끼리와 기수’가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수학이 재미있다는 것을 언뜻 실감하지 못하신 분이 계실 것이다. 이에 대한 이해로 독서나 등산의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을 연상하면 되나 내 경험으로도 독서나 등산이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수학을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까 수학을 재미없어하는 사람이 더 보편적이라는 뜻이다.

 

다른 비유로 ‘고전 음악’을 들 수 있다. 나는 고전 음악과 전혀 친하지 않았는데, 음악가를 접하면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내가 집에서 고전 음악을 듣고 있으면 아이가 ‘지금까지 아빠의 음악을 들었으니, 이제 내 음악을 들을게’라고 이야기하고 동요로 CD를 바꾼다. 아이에게 고전 음악은 재미없냐고 물으면, 재미없다고 답한다.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에도 나와 있지만, 인간은 아직 수학에 적합할 정도로 진화되지 않았다.

 

* 그만하면 용하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4698213

아이들만 수학을 어려워하나 어른들도 어려워하지. 그 이유는 수학은

p126 (계산을 익히는 과정은 수 감각적) 본능과 거리가 있다.

 

사람은 특히 한국 사람은 수학공부보다는 무리짓기에 더 적합하게 진화했다.

 

수학은 직관, 추론, 이해로 구성되어 있고, 수학 시험공부는 암기, 추론, 이해, 숙달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수학적 직관을 직접적으로 키우는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추론의 연습이나 이해를 증진시키면서 직관도 향상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수학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해 보면 수학 시험에 대한 거부감이다. 잘못된 수학 시험공부를 하면서 잘못된 인식이 심어진 것이다. 수학은 이해의 과목이라고 강조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암기가 아니면 모두 이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말하는 이해는 직관, 추론, 이해를 합쳐 놓은 것이다. 추론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이해로 풀면 문제가 어려워진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당시 중학생과의 일화가 떠오른다. 그 중학생에게 수학문제 하나를 풀어보라고 했다. 쉽게 풀었다. 풀이 과정을 설명해 보라고 했다. 아주 훌륭하게 설명했다. 다른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라고 했다. 그 학생이 문제를 곰곰이 살피더니, 이런 문제는 본 적이 없다고 하며 풀기를 포기한다. 이 학생에게 수학 공부는 수많은 문제 패턴을 경험하고 그것을 암기해서 수학 시험에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수학 시험공부에 대한 핵심적인 모순이 드러난다. 수학은 이해과목이라고 강조되지지만, 수학 시험성적은 암기로써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이런 공부 패턴이 굳어져 버리면 수학은 수많은 문제 패턴을 암기해야 하는 과목이 된다. 이제 수학 시험공부의 부정적 감정은 수학에 그대로 투사된다. 사실 중학교 3학년 때 수학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너희들이 수학에 대한 성의가 있다면 (의미는 수학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암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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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0-23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마립간님.
저는 수학이 당연히 `이해과목` 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답답한 건 그래서였어요. 이해하면 이것이 쉬울 것 같은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는 거요. 중학교때 수학을 못하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마도 교과서와 문제집을 통해 반복된 패턴의 문제를 푸는 것으로 `암기`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당시 저는 `공부 좀 하는` 학생이었는데, 이런 저에게도 만약 누가 교과서 외의 문제를 두고 그럼 어디 이것도 풀어봐라, 고 했다면 저는 당연히 시도조차 못했을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저는 암기를 한 적이 있으나, 암기었을 뿐 수학을 잘하기 위한 직관은 본능적으로 없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음, 그래서 좀 속상하네요.
수학을 잘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왜 내게는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직관이 없고 그리하여 추론과 이해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하고 말이지요.
더불어 언급하신 책도 읽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 란 책이요.

마립간 2014-10-23 09:08   좋아요 0 | URL
대충 네 편의 글이 될 것 같아요. 사실 가장 조심스러운 것이 마립간 잘난체 하는 것 아냐라는 평가인데... 뒤에 음악과 시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