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40328

 

<맹자> 서평 별점 ; ?

 어느 알라디너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내게 ‘마립간은 정형화된 틀 얽매여 있는 것 아닌가’라는 평가를 주셨는데, 그 댓글을 받을 때의 상황으로 미뤄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 댓글에 나는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러므로 내게 정형화 틀이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나는 때로 (1) 사실판단, 가치판단, 감정평가, (2) 수학, 물리, 정신(인지), (3) 플라톤-노자, 아리스토텔레스-장자, 디오게네스-양주, (4) 본질에 대한 집중, 단기적 맥락의 고려, 장기적 맥락의 고려 (5) 주관, 간주관적, 객관 등의 정형화된 틀을 사용한다. 사람의 성격 평가에는 MBTI, 애니어그램을 적용하기도 한다.

 

철학 냄새가 풍기는 동양 고전을 읽을 때는 남명 조식, 퇴계 이황, 율곡 이이의 정형화를 사용한다. 남명의 의義와 퇴계의 인仁, 또는 퇴계의 이상理想과 율곡의 현실現實.

 

맹자는 철학자이든 책이든 딱히 떠오른 것은 없었다. ‘오십보 백보’라든가 전쟁에서 ‘인화人和’가 지리地利, 천시天時보다 중요하다는 문구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것이 전부다.

 

이번에 <맹자>를 읽었는데, 내가 갖고 있는 정형 아무 것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맹자는 천재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 내 수준은 맹자의 제자 ‘만장’ 정도. 차마 볼 수 없어 소를 양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게 인仁의 발로發露란 말인가, 감정적 결정이지.

 

p117 천시 지리 인화 가운데 인화가 제일이다.

느낀 점은 백성을 중요시하고 인의, 덕을 가치관은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런데 그 나머지 거의 모든 것이 가변적이다. 대단한 융통성, 유연성을 느꼈다.

 

1) p27 어떤 자는 100걸음을 달아나서 멈추었고 어떤 자는 50 걸음을 달아나다가 멈췄습니다. ... 마찬가지입니다. ; ‘오십보 백보’의 이야기는 본질을 중요시하는 예화다.

2) 하지만 p29~30 “왕께서는 흉년이 들어 가난한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지만 ... 구휼하시는 데는 인색하였습니다. ...그것은 칼로 사람을 찔러 죽이고는 ‘그건 내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칼이 사람을 죽인 것이다.’ p223 형수가 물에 빠지면 구하는 것이 예입니까? 와 같이 맥락을 중요시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p434 사람의 행동은 때와 장소에 따라 거기에 맞는 중용의 도를 취해야 한다고 하여 중용도 맥락을 중요시한다.

3) p34 인자무적仁者無敵이란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것은 이상주의다(라고 판단한다).

4) 인정하는 가치의 다양성도 보여준다. p365 “백성의 지위에 있으면서 어진 것으로 어질지 못한 임금을 섬기지 않은 것은 백이伯夷며, 다섯 번 탕왕에게로 나아갔고 또 다섯 번 걸왕에게로 나아간 것은 이윤伊尹이요, 비열한 임금도 싫어하지 않고 변변치 않은 벼슬도 사양하지 않은 것은 유하혜柳下惠다. 백이, 이윤, 유하혜 모두에게 맹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의 1500년 후에 살았던 악비岳飛와 풍도馮道에게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을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나름의 인의를 따라 살았다고.

5) p273 부모에게 고하였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녀가 결혼하여 한 집에 사는 것은 인간의 큰 윤리이다. 만약 부모에게 고하였다면 인간 대륜을 폐하고, 부모를 원망하여 대립하게 되었을 것이나, 그래서 고하지 않으신 것이다. 이 글은 상당히 결과주의적인 생각이다.

6) 맹자는 의전儀典을 중요시 여기는데, 이는 형식주의다

7) p85 “사람이 가는 것도 그 무엇이 가도록 해주어 그렇게 되는 것이고, 그만두는 것도 그 무엇이 그만두게 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 가고 그만두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내가 노나라 임금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천명이다. ...” ; 천명주의는 운명주의이다.

 

본질, 맥락(기회주의), 이상주의, 결과주의, 형식주의, 다양성, 운명주의 등 거의 모든 가치관을 합쳐놓은 것 같다. 맹자의 예화에서 보여준 맹자 의견에 나는 상당한 반론을 갖고 있다. 맥락을 중요시 여기니 임의적이고 주관적이고 내게는 이중잣대로 보이는 것이 있다. 만약 현재 아니면 맹자의 시대에, 나와 맹자가 함게 살았다면 나와 맹자는 정말 친하지 않았을 것 같다.

 

* 마립간적 유희 정의

http://blog.aladin.co.kr/maripkahn/4658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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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03-28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도 비슷하군요. 지금 백가쟁명 읽고 있는데 도대체 뭔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공자는 어떻게 보면 아주 악랄한 기회주의자인데
왜 이 사람이 성인 취급을 받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꺄우뚱..

마립간 2014-03-28 09:07   좋아요 0 | URL
아마 곰곰발님이 저와 비슷하게 서양적(/수학적) 사고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동서양 사고 방식의 차이에 관한 문답을 풀어보던가 책을 읽어보세요. 우리나라 평균의 이상의 서양적 사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맹자와 달리 '논어'는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삼중당 문고로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공자는 성인이 아니고 사람이잖아!'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어는 (정치)철학에 관해 고개를 끄덕이는 내용이 많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논어는 후대 사람의 주석을 통해 내용이 풍부해졌죠. 기회가 되면 '맹자'의 주석 달린 책을 읽어 보려합니다. (내가 보기에) 별 내용 없는 이 글들이 어떻게 풍부한 사고로 변화되려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