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크로마뇽 시리즈 1
정준호 지음 / 후마니타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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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우리들을 둘러싼 환경의 하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환경!’ (제 기억으로) 1976년도부터 정부 및 공중파 방송 등에서 자연보호에 관하여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습니다. 대개 ‘산과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 나무를 꺾지 말라’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조금 지식이 축적되면서 환경에 관한한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환경 보호의 핵심은 '순환을 유지할 수 있느냐'죠. 예를 들어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종이컵을 한번 쓰고 버리는 것과 쇠로 만든 컵을 비교했을 때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더 해악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쇠로 만든 컵을 얼마 쓰지 못하고 버린다면, 쇠를 광맥에서 캐낼 때와 제련할 때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것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열경화성 수지(Thermosetting Resins)로 만든 컵의 경우에는 폐기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친환경적이라는 것은 생산 과정, 소비 과정, 폐기 과정을 포함한 전 과정을 이해하고 계산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전 과정을 고려한다는 것은 (현 시점을 기준을 한다면 불가능이고, 미래에도) 거의 불가능하죠.

 
제가 초등학교 학생 시절의 기생충은 명확했습니다. 박멸해야 대상이었죠. 부정적인 것을 표현할 때 ‘사회의 기생충’이라는 표현도 흔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제가 기생충에 대하여 다시 접하게 된 것은 대학생 때입니다. 그때의 가치 판단은 ‘기생충도 생존을 위한 노력을 할 뿐이고, 그 과정이 사람에게 해악을 줄 뿐이다’라고 이해하였습니다. 근대 이후 사람이 동식물을 포함한 환경에 가한 위해와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할 때, 기생충은 불결한 위생-질병-빈곤-불결한 위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하므로 박멸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지식이 축적되었습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2000년 이후에 발표된 연구 결과 많이 실린 것입니다.) 다시 환경을 위해, 인간을 위해 기생충의 역할과 결과를 다시 평가해야 될 시기가 된 것입니다. 보다 이기적인 인간을 위해 인간에게 기생충의 유익함은 무엇인지까지를 포함하여.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마태우스님께 감사드립니다.)

* 밑줄 긋기
p 20 공생과 기생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p 21 공동의 적이 사라진 자리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기적인 전략이 새로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p 22 그렇다면 왜 식물은 대응 전략을 개발해 내지 않는 것일까?/즉 상리 공생에서 궁극적으로 양쪽 모두 이익을 얻더라도 한쪽은 좀 더 나은 이익을 위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p 27 기생은 혁명이었다./p28 즉 숙주와 기생충의 결합은 복잡한 생물로의 진화를 촉진시킨 주요 원동력 중 하나였다.
p 29 기생충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보편성과 다양성이다.
p 37 그중 회충 알의 저항력은 전설적이다.
p 39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인생에서 많은 문제가 그렇듯이 둘 다 없을 수는 없다.
p 46 조종 행동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기생충이 숙주를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숙주의 행동이 기생충에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p 153 지역의 식량 자급률을 떨어뜨려 오히려 국외 시장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 결과 담배 농사가 망하면 단순히 소득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굶주림과 연결된다./또 하나는 대부분 이런 시장성 작물이 거대 육종회사나 유통 업체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p 187 젊은 시절부터 현장에서 다양한 감염성 질환과 마주하며 살아왔던 샤가스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임상 지식, 감염학에 대한 지식을 조합하여 불과 2년 만에 새로운 기생충을 발견하여, 매개 곤충을 찾아내고, 질병의 발전 양상과 감염에 의한 증상을 모두 정리해 내는 방대한 작업을 홀로 해냈다. 이것은 전무후무한 예로 한 사람이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새로운 질병을 발견하여 그와 관련된 제반 지식을 모두 알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 202 천연두 박멸을 선언하고 3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감염성 질환은 세계 사망 원인 2회를 달리고 있다.
p 207 기생충 질환이란 악순환의 고리다.
p 225 기생충학의 딜레마 ; 이는 삶을 개선하기 위해 기생충을 박멸했지만, 기생충이라는 부담을 제거하자 사망률이 낮아져 인구 폭증이 일어나거나 개발 장벽이 사라져 과도한 개발이 오히려 환경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p 234 모기가 저항성을 키우는 데는 어느 정도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살충제에 강해지는 대신 추위에 약해진다거나, 번식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p 249 자가면역질환들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장내기생충 박멸이 완료된 시점과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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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2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너무 복잡해요. 마립간 님의 페이퍼에서
모두 이해하고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네요.
항상 다른 관점이란 존재하니까요.

선물받으셨군요? 좋으셨겠어요~ ^^

마립간 2011-06-21 10:16   좋아요 0 | URL
'도'를 찾다가 극단적 상대주의를 거쳐 허무주의, 우울증에 빠지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