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게 피어났지만 너희들은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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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콰르텟

 

음악 영화는 늘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보게 된 영화다. 이날 직장에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나름 영화로 치유의 시간을 보내자며 선택했는데, 애석하게도 많이 졸았다. 영화가 졸려서가 아니라 많이 울고 난 뒤라서 피곤해서 꾸벅 졸고 말았다. 앞부분은 거의 졸고 뒷부분만 보았는데, 그 부분만 보고서도 영화는 충분히 좋았다.

 

과거 사랑의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테너 레지, 분위기 메이커 호색한 베이스 윌프, 정신은 오락가락하지만 소녀같이 순수한 알토 씨씨. 이들은 한 때 세계적 명성을 날리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오페라 가수들이지만 이제 모두 은퇴하고 비첨하우스에 모여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 막강 포스의 슈퍼스타 소프라노 진이 새 게스트로 출현하고…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드림팀이 30년 만에 한 자리에 뭉쳤다!
 
 모두가 그녀의 입주를 환영하지만 단 한 사람, 젊은 시절 진과의 사랑에 실패한 아픔을 간직한 레지는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재정난에 빠진 비첨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추진된 갈라 콘서트의 콰르텟 제의를 콧대 높은 진은 단칼에 거절하는데…
 
 과연 이들의 전설은 재현 될 수 있을 것인가!
 프로포즈보다 황홀한 노래가 시작된다!

 

 

네이버의 영화 소개 줄거리다. 그러니까 나는 진이 비첨하우스에 들어오는 장면에서 졸기 시작해서 콰르텟을 제의하는 장면에서 눈을 떴다. 중간의 우여곡절은 모르지만, 그거 몰라도 영화 이해에 그닥 방해는 안 받는 듯. 비첨하우스가 고급스런 양로원의 느낌인데, 그 안에서 재능기부를 하는 게 보기 좋았고, 왕년의 스타였다는 자존심에 그때만 못해진 지금의 모습을 용납 못하는 진보다, 지금도 자신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씨씨가 참 보기 좋았다. 비록 치매 초기 증상이라 왔다갔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영화 마지막의 오페라 공연은 아무래도 립싱크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음악이 주는 장중한 힘이 있어서 참으로 근사했다. 마지막에 실제 모델 모습도 보여주었는데 뭐 내가 아는 인물은 없다. ㅎㅎ나로서는 주연 배우 중에 두 명이나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 학교 교수님이어서 그게 더 재밌었을 뿐! ^^

 

★★★★

 

26. 송포유

 

그러니까 이건 의도하지 않게 보게 된 영화다. 모처럼 야곱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대뜸 화요일에 시간 있냐고 물어서 있다고 했더니 영화 시사회 당첨됐다고 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았노라고 했더니 극장이 무려 주.엽.역!

 

아, 우리집은 성북구 정릉이고, 야곱의 집은 화정역이고, 야곱이 사무실은 합정역이다. 인간적으로 주엽역은 너무 멀어...ㅜ.ㅜ

그렇지만 이미 보자고 했고, 또 음악 영화니까 흔쾌히 가기로 했다. 가다가 지쳐서 영화 보다가 졸까 봐 살짝 긴장했지만 다행히 영화는 무척 재밌고 경쾌해서 졸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콰르텟과 마찬가지로 노인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음악영화인데, 그보다 더 발랄한 재미가 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경연에 참가해서 우승을 한다거나 입상을 한다거나, 그도 아니라도 뭔가 이루고 나오는 게 음악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수순이므로 결말을 예측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또 눈물 쏙 빼도록 노래를 잘 불렀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음악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어서 이 영화도 보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노령연금'이었다. 이들 합창대회에 나가는 노인분들의 단체명은 '연금술사'다. 연금으로 술술 사는 사람들이란 의미인데, 연금만으로도 충분히 살아낼 수 있는 그들 나라의 복지 정책이 부러웠다. 이건 콰르텟을 볼 때에도, 또 영화 '아

 

무르'를 볼 때도 느꼈던 건데, 우리나라라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노년의 경제적 여유가 이곳에선 무척 대중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잘 보고 나서 현실로 돌아오면 뭔가 한숨이 나오게 되는 그런 영화였다고 할까. 또 음악을 아주 거창하게 무대 꾸며놓고 하기보다 마당 잔디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앉아서 음악을 연주하면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니다가 참여하며 박수치고 즐기는 모습도 아주 훈훈했다. 우리라면, 일단 '집회(?)' 신고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휴우...;;;

 

 

 

 

 

 

 

 

 

 

★★★★

 

27. 호스트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보기로 한 영화였다. 명동cgv에서 예매를 했는데, 아무래도 친구가 혼동할까 봐 '명동역cgv'와 위치가 다르다고 신신당부했지만, 예상대로 친구는 명동역cgv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덕분에 영화는 10분 늦게 시작하는 영화였음에도 앞에 10분을 까먹고 봤다. 뭐 앞에 놓쳤다고 이해못할 영화는 아니었지만.

 

생명체의 뇌에 들어가 기생해 사는 외계생명체 ‘소울’에 의해 거의 모든 인간이 정복당한 미래.
감정을 빼앗기지 않은 단 한명의 인간 멜라니에게 소울들은 그들 중 가장 경험이 많고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완다를 집어 넣는다. 하지만 완다는 이미 사라졌어야 할 멜라니의 영혼과 마주하고, 멜라니의 강력한 의지와 처음 겪는 다양한 감정에 괴로워한다. 멜라니는 자신의 육체를 지배한 완다에게 맞서며 헤어졌던 가족과 연인에게로 그녀를 이끈다. 멜라니의 모습을 한 완다는 마침내 멜라니의 연인 제라드를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인연 이안을 만나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쓴 스테파니 메이어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인데, 원작 소설도 전작만큼의 인기는 못 끈 것으로 안다. 영화도 전작의 영화들만큼 재밌지 않다. 일단 남자 배우가 너무 약하다. 에드워드를 대체하진 못해도 그만큼 매력적이길 바랐지만 네버, 네버, 네버! 

 

여주인공을 어디서 보았나 했더니 러블리 본즈에서 연쇄살인범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그 소녀였다. 많이 자랐구나.

이 작품에서 외계 생명체 '소울'은 어떤 인종이 사람에게 들어가더라도 푸른 눈동자의 인물로 표현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도 인간이 아닌 생명체, 즉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나오는데, 스테파니 메이어는 그런 비인간적 존재, 그리하여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놀라운 능력들을 아주 선망하는 게 아닐까. 뭐 나도 초능력자 나오는 이야기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좀 차별화되지 않고 자기복제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내게 뜻밖의 행운을 주었다. 맥스무비에서 예매했는데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책이 선물로 온 것이다. 아하하하핫, 이 책을 내가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땡큐!

 

 

 

 

 

 

 

 

 

 

 

 

★★☆

 

28. 모래가 흐르는 강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우리 동네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본 영화다. 어김 없이 나혼자 봤다. 매번 직원들 보기 민망하다. 어쩌면 그분들도 나 보기 민망할지도...;;;;

 

 4대강 사업에 관한 첫 극장 개봉작으로 주목 받고 있는 <모래가 흐르는 강>은 상류에 건설되고 있는 영주댐 공사로 인해 본래의 효용과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으로, 4대강 공사 직후부터 강과 함께 생활해온 지율 스님이 직접 촬영, 편집, 연출을 맡아 자연에서 멀어져 간 우리 모두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소백산 일대를 형성하고 있는 화강암질 편마암이 흘러 들어 풍부한 모래밭을 형성하고 있는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모래밭이 가장 발달한 하천으로, 낙동강 본류에 모래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한 자연경관은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비경?境이며, 수달, 삵, 먹황새, 원앙,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가치 또한 매우 높다.
 <모래가 흐르는 강>은 준설작업으로 인해 깊어진 강 본류를 채우기 위해 지천의 모래들이 쓸려 나감으로써 검은 자갈밭으로 변하고 있는 내성천의 모습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영주댐 건설로 평생의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마을 주민들, 3,780,859 제곱미터의 농경지, 400년 전통의 집성촌, 38점의 문화재,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버들 군락 등 수몰될 위기에 처한 내성천 강변의 풍경은 ‘사라져가는 모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모래가 흐르는 강>이 보다 큰 울림을 주는 것은 4대강 사업을 통해 강과 강에 깃든 생명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새로운 힘을 전달한다는 데에 있다. ‘1년에 1m씩 퇴적 되는 모래가 흐르는 놀라운 강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행착오로 인하여 우리는 강에 대하여 더 많이 알게 되고 강의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귀 기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는 영화 속 멘트처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묵직한 힘을 지녔다.

 

영화의 내용을 좀 길게 옮겨 봤다. 다큐 영화인지라 이 편이 더 적절한 설명이 될 듯하다. 영화 보는 내내 정말 놀랐던 것은, 거짓말처럼 말도 안 되게 깨긋했던 옛날 내성천의 모습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강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가 있다니! 정보로 알고 있는 내용을 시각으로 확인하는 일은 보다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 게 비단 내성천 뿐만이 아니라는 데에 더 깊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 업보를 다 어떻게 갚으려나...ㅜ.ㅜ

 

 

 

 

 

 

 

 

 

 

 

 

 

 

★★★★★

 

29. 월플라워

 

원작 소설을 인상 깊게 보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듯하다. 꼭 청소년이 아니라도 한 사람이 자신의 틀을 깨고 한발자국 앞으로 나가는 모습에서는 격한 감동이 묻어나곤 했다. 이 작품도 그랬다.

 

굳이 원작과 영화 중 어느 게더 좋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소설 쪽이 더 좋았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했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소설보다 더 잘 설명한 곳도 있었다. 여러모로 보고 나서 뭉클뭉클 감동이 솟았던 영화다.

 

 

 

로건 레먼은 '게이머'에서 처음 보았는데 몇 년 지났음에도 여전히 소년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놀랐다. 외국 배우들은 소년에서 청소년 건너 뛰고 더 빨리 성인으로 변신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뭐, 우리나라 중고생들도 소년에서 바로 아저씨로 변신하긴 하지만...;;;;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의 그 깜찍하고 똘똘한 소녀에서 제대로 연긴 변신을 한 모양이다. 어떤 배역의 옷을 입어도 잘 소화할 것처럼 보인다. 잘 컸다. 그것도 아주 예쁘게. 내가 다 흐뭇하더라. 그리고 이즈라 밀러! 소설에서는 찰리가 가장 좋았는데, 영화에서는 이즈라가 연기한 패트릭도 넘치게 좋았다. 특히 졸업을 앞두고 초를 잴 때, 얼굴 한가득 입이 찢어져라 웃던 그 미소는 얼마나 눈부셨던지! '케빈에 대하여'에서 그 섬뜩했던 사이코패쓰 역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게 한 명연기였다. 그가 연기할 보바리 부인은 어떨지 다음 작품도 기대 된다.

 

 

 

이 작품은 소설에 대해서 리뷰를 썼는데 그게 이벤트에 자동 응모가 된 모양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영화 포스터와 CD가 도착했다. 현재 내방 문앞에는 세 친구의 정겨운 얼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역시 훈훈 그 자체다!

 

 

 

 

 

 

 

 

 

 

 

 

 

 

★★★★

 

30. 노리개

 

굿펀딩에 후원한 작품이다. 그 바람에 영화 예매권을 받았다. 같이 보기로 한 언니가 먼저 보고 오는 바람에 혼자 가서 봐야 했다. 표는 두장인데 마침 어떤 여자분이 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는 게 보였다. 혼자 왔나 싶어서 표를 한장 줬다. 나중에 좌석을 보니 일행이 있었다. 일행 표만 한장 더 끊었나 보다. 고맙다고 나한테 음료수 하나 주고 갔다. 하하핫....

 

연예계 성상납 문제를 다룬 이 영화가 '장자연' 사건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굳이 감출 필요도 없겠다. 실제 사건이 비참하기도 했거니와, 재판 과정도 열불이 낫기 때문에 그걸 영화로 재연했을 때 속이 후련해지는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의 평점이나 반응은 좀 야속했다. 이건 마치 영화 26년에서 마지막에 이들의 거사가 성공하지 못해서 실망했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랄까.

 

내가 영화를 보면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주인공 민지현이 성상납을 해야 했던 이유가 자신의 연예게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속사의 잘 나가는 다른 배우를 위한 희생물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민지현이 성상납하고, 그 대가로 다른 배우가 스폰을 받는 기막힌 현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민지현 대신 스폰을 받은 톱배우가 톱배우의 느낌이 잘 안 났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유명 배우를 쓰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민감한 이야기에 누가 선뜻 나서서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남자 배우라면 몰라도 여자 배우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연을 결정해준 배우들께는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외치면서 좋은 배우가 될 거라고 힘주어 얘기하던 저 슬픈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좋은 배우가 되지 못했다. 삶을 마감해 버렸으니. 연예게 성상납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들이 근절되거나, 혹은 관련자들이 반성을 했다거나 혹은 처벌을 받았다거나... 뭐 그런 개선이 되고 있을까. 사회 비리를 고발한 무수한 영화들이 그랬듯이, 이 영화도 보고 나서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날 밤은 밤새 뒤척이다가 꿈자리까지 사나웠다. 죽기 마지막 장면에 참담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후우.....

 

  

 

 

 

 

 

 

 

 

 

 

★★★☆

 

31. 오블리비언

 

외계인의 침공이 있었던 지구 최후의 날 이후,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의 마지막 정찰병 '잭 하퍼'(톰 크루즈)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발견한다. 자신을 이미 알고 있는 한 여자(올가 쿠릴렌코)를 만나 기억나지 않는 과거 속에 어떤 음모가 있었음을 알게 된 잭. 그는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지하조직의 리더(모건 프리먼)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지구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쟁을 시작한다!

 

탐크루즈는 SF영화에 유독 강한 듯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많이 찍는 것 같은데 단순 액션영화(잭 리처)보다는 이쪽이 더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출연진도 많지 않고 줄거리도 비교적 간단하다. 지구가 멸망 수준의 단계를 밟은 미래 사회 이야기는 워낙 많았으니까 그 자체로 신선하지는 않다. 그래서 시각적 효과를 어디서 많이 줄 것인지는 결국 상상력에 기대게 된다.

 

 

이 작품은 우주선과 로보트가 정말 미래에서 쓸법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움직임이 신기했는데 3D로 봤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감독의 전작을 보니 내가 아이맥스에서 3D로 보고는 입체효과만 훌륭했다고 여긴 '트론'이 보인다.ㅎㅎㅎㅎ 역시 보여주는 데에는 남다른 감각을 지녔나보다. 아무튼 후속작이 더 좋은 걸 보니 계속 진화하는 감독일 듯!

 

 

 

정찰을 마친 잭이 기지로 돌아가기 전 자신이 키운 풀에 물을 주는 장면이 참 예뻤다. 선물로 가져간 이 풀꽃을 파트너는 오염됐을 거라며 바로 우주선 밖으로 던져버린다. 교본대로 움직인 거지만 여주인공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다. 예상대로 진짜 여주인공은 따로 등장했다. ㅎㅎㅎ

 

 

제작노트에 올라온 사진인데, 실제로도 저런 절벽 위에서 찍었나보다. 촬영지가 어디이길래 이토록 황폐한 지구 모습을 그려냈을까.

 

영화는 또 다른 잭 하퍼가 등장하면서 예상 가능한 결말을 미리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그 결말은 무척 아름다웠다. 나로서는 '조 블랙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엔딩이었는데, 조 블랙 때처럼 뭉클하고 짠한 기분, 당신을 잭 하퍼로 당연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분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클론을 만들어냈는데, 그 중에 진짜를 가려내는 방법으로 지하조직 사람들이 택한 방법은 잭이 '책'을 보고 보였던 반응 덕이었다. 전자 문서가 아닌 진짜 종이로 만든 책에 보여준 그의 관심에서 그가 진짜 인간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를 본 날은 책의 날(4월 23일)이었다. 이런 재밌는 우연이라니! 하여간 풀꽃에 물을 주던 잭 하퍼만큼이나 책에 관심을 갖는 잭 하퍼는 근사했다. 탐 쵝오!!!

 

그나저나 Oblivion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망각, 잊혀짐, 무의식이라...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동명 제목의 다른 영화에도 외계인이 나오는데 거기 외계인은 좀비스러운 듯.

 

 

 

 

 

 

 

 

 

 

 

 

★★★★★

 

32. 로마 위드 러브

 

아무래도 미드나잇 인 파리가 지나치게 재밌었나 보다. 그 작품을 생각하며 보았더니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했다. 여전히 유쾌하고 재미났찌만, '미드나잇 인 파리'가 주는 환상적인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전작의 반짝거림을 좋아했던 관객으로 살짝 아쉽다.

 

이 작품은 많은 등장인물들이 출연하는데 네 가지 이야기가 로마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나같이 평범한 소시민들인데 어쩌면 일탈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서 톡톡 튀는 캐릭터를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창녀 역할을 해도 저렇게 멋지고 당당해 보이기만 하다. 어휴, 정열적인 빨강색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여자 사람이라니!!! 샤워할 때만 명 오페라 가수로 변신하는 저 인물의 설정은 엽기적이면서 재밌었다. 왜 목욕탕에서 노래 부르면 더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릴까? 울림 때문일까? 그런데 저 캐릭터는 울림 때문이 아니라 샤워장이라는 그 배경 안에서만 정말로 노래를 잘 부른다. 덕분에 무대 위에도 샤워 부스를 올려놓고 공연을 하는 기묘한 퍼포먼스가 등장한다. ㅎㅎㅎ

 

인셉션으로 얼굴을 익힌 엘렌 페이지의 가식적인 연기도 훌륭했다. 미운 캐릭터인데 밉지가 않아! 하루 아침에 난데 없는 스타가 되었다가 과도한 관심에 몸살을 앓고, 다시 잊혀진 관심에 아쉬워하는 소시민 레오폴드 역에는 로베르토 베니니가 열연을 했다. 우디 앨런과 로베르토 베니니는 어째 인상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참 비슷하다. 둘이 한 영화에 나오니 참 묘한 느낌~

 

 

 

 

 

 

 

 

 

 

 

 

★★★★☆

 

33. 전설의 주먹

 

이 영화는 의도치 않게 보게 되었다. 롯데 시네마에서 포인트가 곧 소멸할 테니 어서 와서 쓰라는 메일을 받았다. 이 무렵의 난 영화를 무척 많이 보았고, 개봉작 중에서는 볼 만한 게 그닥 없었다. 강우석 감독을 별로 안 좋아해서 크게 관심이 없었던 이 영화는 포인트를 쓰기 위해서 할 수 없이 고른 영화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박 재밌었다. 이 영화를 본 주간에 나는 무려 영화를 다섯 편이나 보았는데 그 중 이 영화가 가장 재밌었다. 스펙터클 함에 있어서야 오블리비언이나 아이언맨3가 더 압도적인 면이 있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건드리는 감동의 크기로는 이 작품이 더 좋았다. 강우석 감독 작품을 보면서 이런 기분이 들 줄이야!!!

 

지금 찾아보니 원작이 웹툰인가 보다. 원작과 영화가 얼마만큼 다를지 모르겠다. 이끼는 원작을 영화가 전혀 딴판으로 만들어서 영 마뜩찮았는데 이 작품은 원작을 보지 못했으니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모처럼 연기도 어색하지 않고 캐릭터와 외모가 잘 어울렸던 배역이다. 이요원은 참 곱고 아리땁지만 발성이 딱딱해서 맡는 역이 다 좋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그 딱딱한 말투가 캐릭터와 어울려서 불만이 전혀 없다. 보호받는 역(용의자X의 헌신) 말고 이렇게 당찬 커리어 우먼 역이 오히려 보기 좋다. 여리여리한 외모지만 목소리와 연기 톤을 생각하면 그렇다.

 

황정민은 선택하는 작품마다 언제나, 늘 좋았다. 악역을 맡아도 훌륭하고, 착한 역을 연기해도 딱 그 캐릭터다. 어휴, 이런 보물같은 배우라니!!! 윤제문도 좋고, 최근엔 레베카 덕분에 유준상도 아주 좋아졌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 늘 좋아~ 그러고 보니 황정민도 노래 잘한다. 유준상이 더 잘 하지만..^^

 

 

아역 배우와 성인 배우들의 느낌도 잘 살렸다. 생뚱맞지 않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몰입이 좋았다.

내가 뭉클했던 부분은 황정민이 맡은 임덕규 때문이었다. 왕년에 챔피언을 목표로 운동했던 복서 출신인 그는 파이트 쇼에 나가서 연이어 우승을 하며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마침내는 오랜만에 동창회에도 참석한다. 아마 20여 년 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순딩이에게 동창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극과 극이었다. 여기서 본인이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과 남이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은 얼마든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극명하게 보여졌다. 그리고 그 차이를 불러오게 한 비극적인 사건들까지.

 

강우석의 작품들은 늘 마초적이었다. 지나치게 남자 냄새가 났고 그걸 가오로 삼는 듯 보였다. 그의 유머 감각은 좋아하지만 때로 짐승스러울만큼 남성 호르몬을 풍기는 게 불편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 남성성을 내보였음에도 불편하지도 않고 드라마를 잘 살렸다고 본다. 아마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영화를 봤을 수도 있다. 작품의 런닝 타임이 좀 길다는 게 유일한 흠!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다음 번 강우석 감독 작품도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궁금한 것 하나! 동갑인데 정웅인은 왜 그렇게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거지???

 

 

 

 

 

 

 

 

 

 

 

 

★★★★★

 

34. 아이언맨 3

 

4월엔 영화를 무려 10편이나 보았는데 그 마지막을 장식한 게 아이언맨 3였다. 1,2도 재밌게 보았으니 당연히 3편도 봐야 할 일! 3D로 보고 싶어서 조조를 예매했다. 다행히 조조치고는 늦게 시작하는 영화가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보고 왔다. 전작들보다 더 많은 물량을 투입한 만큼 볼거리도 많았고, 진지해진 토니 스타크는 유머 가득한 토니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과거의 영웅들은 지나치게 고뇌를 해서 심각하기만 했는데, 요즘에 인기를 끄는 슈퍼히어로들은 일단 유머 감각도 보여줘야 한다. 본인이 아니면 주변에서라도. 억만 장자여서 이미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의 장점도 따라잡았고 바람둥이지만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는 간직하고 있어서 마이너스 점수도 회복했다. 이 영화를 먼저 보고 온 학생이 아이언맨 마지막 편이라고 설레발을 쳐서 안타깝게 영화를 보았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다음 편도 어김 없이 나올 모양이다. 자막 다 올라가고 난 다음을 보았더라면 끝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ㅎㅎㅎ

 

아이언맨 다음에 등장할 슈퍼히어로는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인가? 내가 참 좋아하는 '로이스와 클락의 슈퍼맨'을 추억하며 슈퍼맨 시리즈도 어김 없이 볼 듯하다. 슈퍼 히어로 좋아좋아... 내가 갖고 싶은 초능력, 대리만족이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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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0-2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쓰시느라 애쓰신 흔적이 고스라니 그대로 느껴지네요. 감탄하며 읽고 갑니다 ^^

마노아 2016-10-24 00:47   좋아요 0 | URL
오래된 글인데 댓글이 달렸네요. 고맙습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0-25 00:06   좋아요 0 | URL
틸틸과 미틸이 빵조각을 쫓듯ㅋ
이끼를 찾아 다니다가ㅋㅋ
덕분에 다양한 영화까지 덤으로 잘 읽었습니다 ^^

마노아 2016-10-25 23:44   좋아요 0 | URL
시공을 넘나드는 웹 세계의 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