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시즈 7SEEDS 20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출간을 오래 기다려왔음에도, 바쁜 나머지 사두고서 한참 지난 뒤에야 읽게 되었다. 출간 간격이 길다 보니 앞 이야기를 까먹기 일쑤, 친절하게도 앞쪽에 간추린 줄거리를 붙여준다.

 

거대 운석과 지구가 충돌해서 모든 것이 소멸되어버린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세븐 시즈! 영문도 모른 채 미래로 보내진 아이들이 있었고, 태어나서 줄곧 17년 동안 미래로 가기 위해 서바이벌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 있다.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정말 목숨을 걸고 싸운 뒤였고, 모두 합해서 7명만 미래로 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미래에서 마주친 이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또 위험한 상황 속에서 서로가 적이 되기까지 하는 극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거대한 배 안에 갇힌 채 미사일 자동 발사 7시간 정도 남은 상황이다. 이 무기가 핵무기라면, 그리하여 일본으로 쏴진다면 이 무지막지한 환경의 지구가 다시 끝장날지도 모른다. 이렇게 더 몰아칠 곳도 없이 이미 최악인 상황 속에서 작가 타무라 유미는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제시한다. 늘 느끼지만, 작가분 천재다!

 

안고의 슬픔과 분노가 늘 가여웠다. 강풀 작가 어게인에서 제 목소리를 팔아 저승사자가 된 메신저가 떠오른다. 그의 독기 어린 눈과 살기 속에 감춰진 그의 슬픔과 분노 말이다. 안고에게서도 그랬다. 자신들이 죽을 것 같은 환경에서 겨우 온 것에 비해 여름 B팀은 무임승차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래서 하나를 죽도록 방치했고, 아라시도 위험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그 아라시 덕분에 안고는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덫을 찾는다. 스스로 거부하지 못하도록 교육받았지만, 거부하지 못한 책임감이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무겁게 인정해야 했다. 시게루의 죽음에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굴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시게루를 인정하지 못한 못난 자신의 반증이라는 것도 똑바루 마주쳤다. 그렇게 시게루와 화해하고 마음의 족쇠를 풀어낸 그에게 진정한 안식과 자유가 찾아온다.

 

여름 A팀과 여름 B팀이 미래로 보내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빠르게 적응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A팀과, 보다 창의적인 해결 키워드를 생각해 내는 B팀은 환상의 조화를 보였다. 미사일 발사를 멈추기 위해서 발사 해제 키워드를 찾아내는 모습을 긴박하게 지켜보았다. 자주 얘기하지만, 이 작품은 영상으로 만들어져도 대박일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한편짜리 영화로 줄이는 것은 아주 안타까운 일!

 

어제는 귀가하는 길에 직장 동료와 만화 이야기를 하다가 이 작품 이야기까지 나왔다. 남자여서 그런지 순정만화 취향의 그림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보다가 말았다는 것이다. 눈이 너무 크다고.ㅜ.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주 안타깝다. 내 눈에 기생수 같은 그림은 아주 지저분한 그림체이지만, 그것 때문에 작품의 재미나 질이 떨어진다고 여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배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를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은 아주 많다. 남자나 여자나. 개인 취향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다만 안타까울 뿐(게다가 이 작품의 눈 크기는 봐줄만 하지 않나? 클림트 그림의 쏟아질 것 같은 별이 둥둥 뚠 눈동자를 떠올린다면...).

 

폐허로 가득하고, 문명도 사라지고, 살아있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은 가혹한 지구 환경이건만, 그 와중에도 이 세계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라도 살아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이 있다. 그 마음이 고맙고 가엾고, 그래서 벅차다. 오래도록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다음 편에는 그녀가 나오지 싶다. 결코 죽을 인물은 아니니까. 불사조처럼 살아 돌아오기를! 그래서 아라시와 꼭 조우하기를. 미래로 보내진, 아마도 유일해 보이는 연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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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2-04-3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꼭 보고싶은 만화에요.^^
주말 잘 보내셨지요?
멋진 한 주 되세요~ ^^

마노아 2012-05-01 02:02   좋아요 0 | URL
후애님이 보고 싶어하는 책들을 다 소화하고 나면 이 책도 분명 완결이 나 있을 거예요. 그때를 기다려 보아요.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