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el Kennedy - Vivaldi II
나이젤 케네디 (Nigel Kennedy) 연주 / 이엠아이(EMI)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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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한 설문조사에서 어떤 클래식 곡을 가장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는데, 그 조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과 싫어하는 곡이 모두 비발디의 <사계>가 나왔던 것이다. 이는 그 곡이 사람들에게 매우 잘 알려지고, 익숙한 곡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너무 유명한 덕분에 오히려 비발디의 다른 곡들은 그에 비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가령 바로크 시대의 또 다른 작곡가인 파헬벨도 <캐논>이 너무 유명해 그의 다른 작품들은 캐논의 인기에 묻혀버린 것처럼 말이다.

비발디의 <사계>는 분명 훌륭한 작품이다. 사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인 '봄(La Primavera)' 하나만 들어도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봄의 활력이 물씬 풍기지 않은가! 하지만 비발디의 작품에는 항상 신선한 무언가가 있다. 다른 이탈리아 출신의 음악가들의 작품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비발디의 곡은 특히 밝고 명랑하며 생생한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점에서 나이젤 케네디의 <Vivaldi II>는 사계 이외에 비발디의 다른 작품을 접하려는 분들에게 적격인 음반이다.

나이젤 케네디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앞서 연주한 사계 음반을 통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범 연주'라고 할 수 있는 '이 무지치'의 연주와는 다른 다이나믹한 나이젤 케네디의 연주는 이번 앨범에서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첫번째 곡인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A장조(RV 519)에서부터 빠르고 강렬한 연주가 시작되는데, 이러한 강렬함은 느린 악장에서도 느껴진다. 두 번째 곡인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RV 356)는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작품집에 수록된 곡으로 반복되는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는 주제가 특징이다. 하지만 2악장 라르고에서는 낮고 느리게 이어지는 바이올린 독주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3악장 프레스토에서는 다시 빠르고 힘찬 리듬이 지배한다. 마치 바이올린을 가지고 노는듯한 현란한 연주가 열정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4번째 곡인 소나타 2번 D단조(RV 12)는 일명 <맨체스터 소나타>라고 불리는 12개의 소나타 가운데 한 곡이다. 이 곡은 1973년에 발견된 곡으로 비발디가 개인적인 의뢰를 받고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발디의 다른 작품과 달리 느린 라르고로 시작된다. 또한 쿠랑트, 가보트, 지그와 같은 춤곡 악장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적으로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보다 좀 차분하게 느껴진다. 5번째 곡인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 B플랫 장조(RV548)은 2악장의 목가적인 선율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에 수록된 '느린 악장'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데, 오보에의 차분하고 애조띤 선율이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이외의 다른 작품들도 비발디의 작곡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데,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배경을 바탕으로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가 날카롭게 이어진다.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들은 전반적으로 악장 간의 극적인 대비와 기교적인 바이올린 연주가 인상적인데, 이는 호흡이 척척 잘 들어맞는 나이젤 케네디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 덕분에 더욱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 앨범에서 나이젤 케네디의 연주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매끄럽고 유연하게 곡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 때문에 빠른 악장에서는 거칠고 강렬한 연주 가운데서도 '부드러운 곡선미'를 느낄 수 있으며, 느린 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우아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힘이 느껴진다. 비발디의 작품은 밝고 화려하며 생명력이 넘치는 곡이 많으며,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그런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나이젤 케네디는 비발디 연주에 잘 어울리는 연주자라 할 수 있다. 사계 이외에도 비발디의 다른 작품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앨범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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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oro - Kiroro のうた①
Kiroro (키로로)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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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학교 가는 길'이라는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오늘 아침 버스에서 만난 그 애
날 보고 호박꽃이래
주먹코에 딸기코에 못생긴 얼굴
너는 뭐가 잘 났니. 흥!

동요도 아니고 가요도 아닌 것이 어렸을 때 참 많이도 불렀었지요... 멜로디도 참 정감있고, 가사도 아기자기하고...

처음 키로로의 노래를 들었을 때 정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올해 일본 음반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몇몇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보았는데, 그 중 키로로의 노래는 다른 음악과 분명히 구별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뭐랄까? 맑고 청아하다고 해야하나? 멤버 두명중 하나는 피아노를 치고 하나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토록 잘 어울릴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피아노의 반주에만 맞추어 별다른 꾸밈음도 없이 노래를 부르는데도, 정말 밝고 편안한 목소리가  맑은 피아노 음색과 어우러지면서 왠지 소박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지요. 가사 또한 여느 노래들과 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사랑'...... 많고 많은 가요들이 테마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로로의 음악에서 '사랑'은 좀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비단 남녀간의 사랑 뿐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친구와의 소중한 우정 등 일상 생활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가사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未來へ(미래로)와 같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하는 노래도 있지요. 마치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고등학생 때 데뷔해서 그런지 소녀다운 감성도 느껴집니다.

한없이 느껴지는 밝고 순수함, 그리고 용기. 마치 만화의 주인공한테서 느껴지던 것이 키로로의 노래에서 느껴질 수 있는 감정들입니다. 그래서 먹구름이 낀 것 같은 날에도 키로로의 노래를 들으면 마치 밝은 햇살이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점이 키로로의 음악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지친 몸을 안락 의자에 기대듯 편안한 노래를 듣고 싶으시다면 이 키로로의 앨범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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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l Munchinger - Bach : Musical Offering BWV 1079 etc. - 이 한 장의 명반
칼 뮌힝거 (Karl Munchinger) 지휘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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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7년 5월 7일 저녁, 당시 프로이센 왕국의 수도였던 베를린에 도착한 바흐는 숙소에서 옷 갈아입을 틈도 없이 궁으로 초청됩니다. 애타게 바흐를 기다렸던 프리드리히 대왕은 그를 융숭히 대접했고 이어서 화려한 연주회가 열립니다. 이날 연주에 크게 감동했던 대왕은 이튿날 밤에도 바흐를 초대하였습니다. 그때 대왕은 주제 하나를 내어 바흐에게 푸가로 연주해 줄 것을 부탁하였으나 그 주제는 푸가로 만들기에 적절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날은 연주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대왕이 내린 주제는 바흐 생애 말기의 위대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음악의 헌정(Musikalische opfer BWV.1079)'이 탄생하는 계기가 됩니다.

'음악의 헌정'의 첫곡과 마지막 곡인 3성과 6성 리체르카르는 바로 프리드리히 대왕의 주제에 따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군주다운 기품과 당당함이 느껴지는 인상적인 곡입니다. 저음부터 천천히 순차적으로 올라가지만 한음 한음이 분명하면서도 깊게 울리는 주제 선율은 고요하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장중합니다.
리체르카르에 이어 9개의 캐논과 한 곡의 캐논풍 푸가가 연주되는데 리체르카르의 주제 선율이 다양하게 변형되면서 좀더 풍성한 느낌을 줍니다. 따라서 '음악의 헌정'을 듣게 되면 각각의 서로 다른 곡을 듣는데도 각 곡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주제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됩니다.

또 이 작품에는 플루트 연주에 능숙했던 프리드리히 대왕을 위해 작곡된 플루트와 바이올린 그리고 통주저음을 위한 트리오 소나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래 '음악의 헌정'은 한 곡의 캐논과 이 트리오 소나타를 제외하고는 곡에 따른 악기가 지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바흐는 이 곡을 대왕이 직접 연주하기를 바랬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리오 소나타는 대왕의 주제가 포함되어 있긴 해도 따로 독립해도 될 정도로 매우 아름답고 플루트와 바이올린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정작 이 곡을 헌정받은 대왕이 한번도 연주한 적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긴 해도 말입니다. 전반적으로 '음악의 헌정'은 바흐 말기의 위대한 작품이며 바로크 음악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헌정'에 이어지는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는 지금과 같은 여름날의 저녁 무렵에 듣기 좋은 곡입니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중 가장 유명한 이곡은 현악 5중주곡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일반적으로 현악합주로 연주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제 1악장 알레그로는 힘차게 시작되지만 곧 상냥하고부드러운 선율이 이어지다가 다시 힘차게 매듭짓습니다. 2악장은 마치 자장가를 듣는 듯 목가적인 느린 선율이 연주됩니다. 하지만 도중에 바이올린과 첼로가 대화를 나누는 듯 빠르게 연주되다가 다시 처음과 같은 느린 선율로 막을 내립니다. 3악장 미뉴에트는 밝고 명랑하게 시작하여 우아하게 이어집니다. 그것은 마치 무도회에서 춤추는 광경을 연상하게 합니다. 마지막 4악장은 기분을 들뜨게 하는 빠르고 경쾌한 선율이 끝까지 이어지며 이 아름다운 현악 세레나데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바로크 음악의 끝을 장엄하게 마무리하는 바흐의 '음악의 헌정'과 고전음악의 화려함을 잘 보여주는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를 들으면서 음악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바로크와 고전이라는 시대의 차이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음반의 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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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5-05-1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반 속지에 칼 민휭거에 대한 소개가 있나요???
 
Hilary Hahn - Bach: Violin Concertos
힐러리 한 (Hilary Hahn)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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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이 소니에서 도이치 그라모폰으로 옮긴 후 첫 앨범을 냈다. 로스엔젤레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이 앨범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3개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을 수록하고 있다. 그녀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로 데뷔를 한 뒤 멘델스존과 쇼스타코비치의 음반을 거쳐 다시 바흐로 돌아온 셈이다.

이 음반을 듣기 전 즐겨들었던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20세기 바이올린의 거장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음반이었다. 오이스트라흐의 담담하고 품격있는 연주는 바흐 음악의 내면적인 깊이가 잘 드러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힐러리 한의 연주는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로 빠른 템포가 이어진다. 사실 한의 연주 스타일이 음반 자켓에 등장하는 그녀의 표정만큼이나 날카로운 것은 지금까지 발매된 음반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빠른 템포에 명확한 멜로디 그리고 역동성은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번 바흐 음반의 특징은 단순히 그녀의 연주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연주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학습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음반 발매에 앞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힐러리 한은 과거 거장들의 음반보다도 최근의 원전 연주들에게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빠른 템포, 역동적인 움직임, 춤곡풍의 탄력적인 리듬과 같은 원전연주의 특성이 연주의 중심이 된 것이다.

확실히 이 음반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그 점이 바이올린 협주곡 E장조의 화사함을 더욱 부각시켜 주고 있다. 바흐의 바이올린 작품 중 가장 이탈리아 양식에 가까운 이 E장조 협주곡은 바로크 이탈리아 협주곡의 특징인 밝고 화사함, 풍요로움을 잘 드러내고 있다. 힐러리 한의 빠르고 경쾌한 연주는 마치 이 작품을 축제에서 연주되는 춤곡처럼 느끼게 하여 1악장과 3악장에서는 절로 발을 토닥거리게 한다. 하지만 두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의 서정적인 2악장은 역시 가벼운 대화를 속삭이는 듯한 부드러움이 감미롭게 전해진다.
바이올린과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 c단조는 바로크 음악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아름다운 곡이다. 전반적으로 담백한 느낌의 곡은 2악장에서 오보에의 매력적인 음색이 바이올린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 마디로 힐러리 한의 새로운 바흐 협주곡은 인상적이다. 로스앤젤레스 체임버의 간결한 뒷받침과 힐러리 한의 명쾌하고 거침없는 연주는 독주 바이올린의 음색을 돋보이게 한다. 비록 과거 연주와 같은 안정감과 부드러움은 부족하지만 힐러리 한의 열정과 성실함 그리고 창의성은 바흐 음악의 힘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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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ldi The Four Seasons
Vivaldi 작곡, 이무지치 (I Musici)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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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지치는 1951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12명으로 조직된 합주단이다. 1952년 베네치아 음악제에서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지휘자는 두고 있지 않지만, 이 무지치의 앙상블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나다. 주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주로 연주하고 있지만 낭만파에서 현대에 이르는 작품들도 연주할 만큼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가진 것도 이들의 장점이라 하겠다.
이 음반은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아요와 이무지치가 함께한 녹음인데 밝고 윤택있는 음색이 이탈리아 합주단 특유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다이나믹한 끝맺음과 각 계절의 대칭적인 미는 비길 데가 없으며, 또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경쾌하게 진행하면서도 유연한 맛을 잃지 않는 연주는 특히 매혹적이다.
제1번 '봄'은 봄의 정경을 묘사하는 소네트(14행으로 이루어진 정형시의 일종)를 바탕으로 한 곡으로 새들이 노래부르고 산들바람이 살랑이며, 시냇물이 부드럽게 속삭이는 봄날의 화창한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제3악장에는 목동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한 경쾌한 선율이 흐른다.
제2번 '여름'은 타는 듯한 태양에 사람이나 짐승할 것 없이 모두 활기를 잃고 나른해져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간혹 산들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부드럽게 부는 듯 하지만 갑자기 쌀쌀한 바람이 불어닥치고 소나기가 내리며 천둥이 치는 빠르고 강렬한 가락이 들려온다.
제3번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묘사했다. 마을 사람들은 수확을 맞아 흥겨운 춤과 노래로 가을의 풍요로움을 즐기고 있다. 게다가 잔잔한 산들바람은 더욱 기분을 좋게 한다. 숲속에는 사냥개를 앞세운 사냥꾼들이 뿔피리와 총을 들고 짐승들을 쫓고 있다. 놀라 도망가는 짐승을 쫓아 사냥꾼과 개가 쫓아가는 모습이 눈에 선한 것 같다. 사냥터의 흥겨운 분위기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제4번 '겨울'의 1악장은 차가운 눈속에서 추위에 떨며, 몰아치는 무서운 바람과 추위를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2악장은 마치 훈훈한 온기가 방안 가득 퍼질것 같은 불이 지펴지고 있는 난롯가 앞에 있는 광경으로 바뀐다. 그동안 창가에서는 차기운 비가 내리고 있다. 솔로 바이올린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선율과 떨어지는 빗방울을 묘사한 바이올린의 피치카토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곧이어 3악장에서 이제 봄이 가까워왔음을 알리듯 밝고 화사한 가락이 흘러 마음을 다시 싱숭생숭하게 한다.
비발디의 [사계]는 마치 귀를 통해 사계절의 분위기를 모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각 계절의 풍경과 자연의 소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곡을 이 무지치는 뛰어난 앙상블과 자연스럽고 유연한 연주로 [사계]의 각 계절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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