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5시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펼쳐진 200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POS의 박성준과 프로게임단 G.O가 e-스포츠 진흥상을 수상했다. 박성준은 현재 KeSPA 프로게이머랭킹 1위를 9개월간 지켜오고 있으며 올해 EVER 2005 스타리그 우승을 거머쥔데 이어 SKY 프로리그 2005 후기리그에서도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G.O는 WCG 2005 우승자 이재훈을 비롯해 우주닷컴 MBC게임 스타리그 우승자 마재윤, 퍼펙트 테란 서지훈 등 스타급 선수이 소속, SKY 프로리그 2005 후기리그 2위를 달리며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다.
박성준과 G.O 모두 상을 받을만한 프로게이머와 프로게임단이다. 문제는 e-스포츠 진흥상이 모두 스타크래프트에 집중돼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억원에 가까운 상금을 획득하며 역대 연간 프로게이머 상금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장재호의 경우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워크래프트3에서 장재호의 위상은 대단하다. 바둑으로 따지자면 이창호가 국제기전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바둑의 신'이라며 사람들의 극찬을 받을 때와 비견될 정도. 유명한 유럽의 e-스포츠 커뮤니티인 SK-Gaming조차도 유럽 선수가 아닌 한국의 장재호를 세계 랭킹 1위로 꼽을 정도지만 국내에서의 대우는 터무니없을 정도다. 스타크래프트가 대기업 스폰서를 받는 프로게이머가 다수인데 비해 장재호의 경우는 후원조차 받지 못하며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
이러한 푸대접은 다른 e-스포츠에도 마찬가지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스페셜포스나 카트라이더 역시 마찬가지. WCG, ESWC, ACON5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던 루나틱하이와 WEG에서 세계 최고의 팀을 격파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의 위상을 알린 project_kr, 카트라이더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김대겸 역시 이러한 상과는 전혀 인연이 없다.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세계대회에 영향을 끼치거나 기준을 확립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WCG의 경우 주관사인 ICM이 한국에 위치하고 있기에 영향을 받았을 뿐 사실상 한국의 e-스포츠 시스템이나 모델이 직접적으로 적용된 적은 없는 상태. 실제로 세계적인 대회들을 봐도 그 사실은 확인된다. FPS의 대표 세계대회인 CPL이나 e-스포츠 월드컵으로 불리우는 ESWC, 2004년부터 시작된 ACON4 등에서 한국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WEG만이 한국의 시스템을 전파하고 있지만 이 또한 스타크래프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국내에서는 외면받으며 2번이나 중국에서 결승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
기자는 프로게이머라는 말에 가끔 의구심을 던진다. 사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게이머들은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고 있다. 일부의 팬들은 프로 의식이 없다고 꼬집지만 프로다운 대접은 전혀 없는 마당에 그들에게 프로 의식만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다. 국내에서 e-스포츠는 곧 스타크래프트가 된 지 오래다. e-스포츠 강국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스타크래프트 강국인 것이 현실이다. 프로게이머 공인 랭킹 역시 스타크래프트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새로운 컨텐츠로 자리잡는다고 해도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고 대중적인 게임은 카운터스트라이크와 워크래프트3지만 스타크래프트만이 e-스포츠인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CPL과 ESWC같은 세계대회들이 연합한다고 했을 때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열렸던 한중국가대항전인 CKCG와 WEF에서는 스타크래프트 외에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스트라이크가 함께 치뤄졌다. 그러나 KeSPA컵에서 두 종목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대항전에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치뤘지만 국내 대회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 세계적인 추세와 역행하고 있는 결과다. 실제로 CKCG와 WEF에서 중국 팬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것은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이 아닌 장재호였다.
물론 스타크래프트만큼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다른 종목을 대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목들의 저변이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했을때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변을 비교하기에 앞서 먼저 이들 종목들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하키나 핸드볼처럼 올림픽때만 관심을 가지고 이후에는 철저히 무관심을 받는 경우가 e-스포츠에서 만큼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재욱 기자 pocari@e-z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