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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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본태박물관에 갔었다. 이름이 생소한 그 박물관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나름 내실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건축물 자체도 안도 타다오의 노출콘크리트 기법뿐 아니라 물과의 조화도 보면서 다닐 수 있어서 꽤 괜찮았다. 좀 더 넓었다면 돌아다니며 지쳐버렸을지도 모르겠고, 규모가 더 작았거나 전시물이 적었다면 괜히 비싼 입장료에 볼 것 없다며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졌을지도 모른다. 천천히 전시관을 둘러보고 또 다른 전시관으로 가기 위해 외부로 통하는 문을 나설때까지만해도 왜 구조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었지만 잠시 야외로 나가 건축물의 구조를 보고 물과 물의 흐름과 건물과의 조화로움도 느끼며 야외 정원의 구조물을 보고 쉬어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 본태 박물관을 본 느낌이 좋았기 때문일까? '끌리는 박물관'이라는 책의 제목에 바로 마음이 끌렸다. 전 세계의 크고 유명한 박물관이 많지만 굳이 그런 박물관이 아니라 동네의 자그마한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들이 24명의 작가에 의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는 이 책의 설명은 왠지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사실 몇년전만 해도 나는 유명하고 커다란 박물관, 누구나 얘기하면 알만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이 더 좋은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패키지 여행으로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에서 여러 조각상을 구경하면서 언젠가 꼭 우피치 미술관에 가보겠다는 소망을 간직했었는데 마침내 자유여행일정으로 피렌체에서의 여행 일정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었다. 그때 강력히 우피치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했지만 걷는 것이 힘든 어머니와 미술에 그리 큰 관심이 없는 언니와 다른 일행을 이끌고 나 혼자만의 욕심을 채울수는 없었는데 이태리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신부님이 그렇다면 우피치 말고 산마르코 수도원에 가는 것을 제안해주었다. 안젤리코의 그림에만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꽤 괜찮다고. 결론적으로 그때의 선택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도 그 큰 규모의 전시관을 다 둘러보지도 못했고 유명하다는 몇몇 작품만을 스치면서 사진찍기에만 바빴지 작품 감상을 제대로 해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자그마한 미술관에서 오랜시간 작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더 좋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끌리는 박물관]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속 딴 얘기만 하나, 싶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이야기 자체가 끌리는 박물관을 읽고난 후의 내 느낌이다. 24명의 작가가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가 보았던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을 굳이 어느 작가가 어느 곳을 방문했었고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고 누군가는 재방문한 그곳의 가치를 새삼 다시 느꼈고... 그것이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재미있게 읽은 글도 있지만 사실 솔직히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고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박물관도 있었지만 내 관심밖의 박물관 이야기도 있었다.

나름 유명 작가들의 글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두 작가의 이름을 빼면 내게는 낯설기만 한 작가들의 글이다. 하지만 이 글들이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각자의 개성대로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박물관 본연의 모습 그대로 그곳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극히 사적인 감상과 사적인 추억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티비프로그램중에 알쓸신잡이 유명한데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 중 과학자인 정재승박사는 어떤 여행지를 가든 꼭 그곳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간다. 지역의 특색과 박물관의 연관성이 뭐지?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다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 대중음악박물관은 그 타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한 개인이 수집한 물건들을 전시한 것만으로도 전문적이며 제법 큰 규모의 박물관을 개장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끌리는 박물관]에도 개인의 수집품인 인형을 모아 전시한 인형박물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엄밀히 따지면 로댕박물관의 경우도 로댕의 개인 미술품 전시장일뿐이니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규모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카프리 섬의 빌라 산 미켈레 역시 문테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해놓은 곳일 터이고.

다양한 방면의 다양한 수집품을 전시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 온 지구와 자그마하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대의 유물이나 조상들의 생필품들을 보는 것도 나름 꽤 흥미로운 일이다.

끌리는 박물관은 바로 그러한 재미를 슬그머니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는 한 권의 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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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7-18 0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홍준 선생님과 제주 답사할 때 여기도 갔었는데, 오랜만에 차카님 덕분에 기억을 끄집어내었네요.^^

chika 2017-07-18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홍준 선생님과 제주 답사라니! 부러운 일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