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삼아 잠시 밖으로 나갔다. 전화통화를 하며 무심코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앞쪽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길을 가다말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예전같았으면 놀라서 도망갔겠지만 이제는 고양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그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깜빡거리며 고양이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러면 대부분의 고양이 역시 움직이지 않고 같이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다. 그러다가 사진 욕심에 폰을 꺼내 들이대면 그 순간 고양이는 도망가버리고. 오늘은 십분 사이에 그렇게 길고양이들과 세번이나 마주쳤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길고양이가 많아진걸까? 어제 '안녕, 초지로'를 읽고 나니 오늘따라 고양이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안녕, 초지로는 함께 지내던 고양이 초지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안녕'은 처음 만났을 때의 인사이기도 하지만 헤어질때의 인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에 있는 '안녕'은 그 모두를 담고 있다.

처음엔 그저 단순히 고양이와의 동거생활에 대한 이야기겠거니,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고양이 초지로와 만난 이야기에서부터 함께 생활하다가 초지로가 암에 걸린 것을 알고 묵묵히 투병생활을 지켜보다가 세상을 떠날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고양이를 키워본적도 없지만 고양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관심이 가는데 - 또 그래서 앞으로도 고양이를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나는 고양이와의 인연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 많은 고양이 책을 읽었지만 암에 걸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묘하게도 - 자꾸만 우리네 인생과 똑같다는 생각에 빠져들며 책을 읽었는데 그 여운이 너무 강하다. 우연히 병을 발견하게 되고 치료를 했는데 예상외의 부위에서 더 커다란 종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미 수술로도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고통을 겪지 않게 돌보는 모습은 초지로가 한마리 고양이가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근래에 주위의 아는 분들이 초지로와 똑같이 암에 걸리고 수술을 하거나 이미 암세포가 너무 퍼져 수술을 할 수도 없게 되어 그저 요양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남매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아이가 태어나고 이사를 가고 그렇게 한가족이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뿐이었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기쁨과 슬픔정도로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노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그냥 그렇게 슬픈 이야기라고 기억하고 말지도 모르겠다.

초지로와 함께 데리고 온 라쿠의 이야기도 있고, 병에 걸린 후 함께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 최대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애쓰는 저자의 모습과 또 어쩔 수 없이 초지로의 죽음에 대해 준비를 하는 모습... 이 모든 과정이 저자의 따뜻한 그림과 함께 담담히 그려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도 언젠가는 닥치게 되고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 죽음과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죽음 이후에도 삶은 지속되듯이 초지로의 죽음 이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초지로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또 다른 행복한 시간을 준비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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