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윤광준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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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명품'이라는 낯선 말도 이 책을 읽다보면 아주 당연한 말이 되어버린다. 그동안 괜히 '명품'이라는 단어에 선입견이 있었음에 움찔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물건을 사용하면서 그 물건 자체의 값어치보다도 겉으로 드러나는 명성에만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더 주눅이 들고 자신이 없었구나 싶어진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명품'이란 말 자체로 높은 값어치를 지닌 것이며 그것은 뭔가 특별한 것에만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 중에 그 사용목적에 충실하고 멋과 가치를 더하면 더할나위없는 명품이 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모두 45가지의 생활명품이 소개되어 있다. 항균탈취제에서 시작해서 신발, 깔창, 늘상 사용하는 가위, 심지어 등긁개까지. 아니, 흔히 사용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필요에 의해 한번 사용해보면 정말 좋은 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게 되는 '좋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요즘은 흔한게 칼이라 날이 무디어지면 새 칼을 쉽게 사서 쓰면 되겠지만 내게 선택을 하라면 나는 이 책에 소개된 요시킨 칼갈이를 택하겠다. 아침마다 과일을 깎는데 굳이 날카로운 칼날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 약간의 차이가 손놀림을 얼마나 편하게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가위에도, 신발이나 깔창.. 여기 소개된 모든 생활용품에 다 해당이 되겠지만.

거기에 더하여 디지털 기기 부분에서는 청소기, 보일러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원터치 멀티탭은 당장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다.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영감을 주는 아날로그 시대의 연필이나 메모지, 라디오, 엘피 등등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언뜻보면 이 책에 담겨있는 글이 그저 구매후기와 비슷한거 아니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물건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을 해나가다가 문득 '이것 참 좋구나' 싶어지는 것들, 나의 생활을 참으로 풍요롭게 해 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직접 사서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꼼꼼한 설명과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야기를 읽다보면 "세상 모든 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직접 만져보고 써보며 시간을 묻혀야만 알게 되는 비밀이 있다"(139)는 저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깨닫게 된다.

저자가 발견한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으니 굳이 그가 말하는 생활명품을 사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한낱 이야기거리로만 치부해버릴 이유도 없다. 나의 수고로움을 덜어주었으니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그가 이야기한 것을 더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당장 어묵을 고를 때 다 똑같은 부산어묵이어서 망설였으나 이제는 별다른 고민없이 삼진어묵을 슬그머니 집어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변함없는 물건의 아름다움을 곁에 둔 안도감만이 소중하다."(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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