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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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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점만 봐도, 하루에 한편만 읽어도 온종일 마음이 행복해지는 글과 그림의 만남이랜다. 그런데 나는 뭔가. 느긋하게 그림을 쳐다보고 그 마음을 새겨넣지 못하고 휘몰아치듯 책 한 권을 집어넣었으니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하면 몸에 해롭듯이 이 좋은 책을 도판이 작다고, 책의 펼침부분에 그림이 말려들어가 제대로 그림감상을 할 수 없지 않냐고 투정 부릴 생각만 하고 있을뿐이었다. 

잠시 마음을 다잡고 그림 한 점, 글 한편을 떠올려본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 동작 하나하나, 그림 구석에 숨겨져 있는 인물, 표범 가죽안에 담겨있는 수천, 수만의 붓자락... 

이렇게 써놓고 또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책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려고 앉았지만 내 느낌을 글로 적어놓는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림 한 점, 글 한편을 떠올리다가 다시 책을 집어들고 한참을 들여다본다. 이미 휘몰아치듯 책 한 권을 집어넣은 것은 일주일도 더 지났고 하나하나 다시 보기로 펼쳐들면 한달은 더 지나가게 될 것이다. 

그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그리고 그림을 잘 보는 사람의 눈으로 보고 해석한 글이 더 유용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내 느낌대로 그림을 보고 내가 미처 눈길을 주지 못한 세심한 부분들은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바라볼 뿐이다. 아니, 그렇다고 저자 역시 어려운 말을 늘어놓고 있지는 않다
원래 그림에 붙어 있는 제목과 달리 저자는 자신이 느끼는 감성을 그대로 글의 소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감성과 그림이 너무 잘 어울린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순서는 먼저 그림을 쳐다보고 저자의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저자의 감성만 내 안에 남아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다시 바라보게 되는 그림은 더욱 친근하고 아름답고 재미있다. '돌아가는 어부'의 그림은 그림만 보고 종이를 꺼내들고 어부를 따라그려봤었다. 그리고 저자의 '빗방울 소리 듣는 그림'이라는 글을 보고 그림에 담겨있는 빗방울 소리와 어부의 흥을 보게 되었다. 잡힌 물고기가 가득 들어있는 통이 아니라 빗물만 통통 떨어지는 빈통을 들고 도롱이에 낚싯대를 걸친 맨발의 어부는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내가 어부에 감정이입되어 맨발로 빗물을 찰박거리며 콧노래를 부르고 싶은 기분인 것이다. 내가 가장 즐거워하며 바라본 그림과 글 한편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한 점만 보아도, 한 편만 읽어도 종일 행복하고 즐거워지는 그림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짧고 담백하게 쓰인 글맛도 너무 좋다. 하지만 당분간은 잠시 그림만 쳐다보게 될 것 같다. 물론 그림의 맛을 더해준 것은 저자의 그 담백하고 찰진 글맛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보는 그림감상이다. 이쯤에서 다시 도판이 책펼침부분에 찡겨있다는 불평을 해야하는데 그말이 쏙 들어간다. 그림을 조금이라도 크게 넣어보려는 뜻이겠지. 세심하게 보게 될 부분은 다시 부분확대까지 해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즐거워진 마음이 일주일전의 불평을 감싸고 이해하게 되는 넉넉함으로 변해버렸다. 이 또한 멋진 그림과 맛난 글을 만난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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