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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깨진 청자를 품다 - 자유와 욕망의 갈림길, 청자 가마터 기행
이기영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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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키워드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것은? 콩밭, 과수원, 취수장, 느릅나무, 공동묘지, 골프장, 현수막, 담장, 장독대, 논두렁, 구멍가게와 공장, 양봉장, 배추밭, 저수지.... 

정답은 고려청자 가마터라고 한다.(310)
교과서에 실려있고,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고려청자만 떠올리던 내게 옛 가마터의 현실은 참으로 할말이 없게한다. 고려청자의 그 깊은 빛과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내게도 씁쓸한 현실인데 부끄러움을 넘어선 암담함이 어떠할지.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쓸쓸하기만 한 옛가마터 기행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 뭔가 발견된 깨진 사금파리 조각 하나에서부터 시작하여 가마에서 구워낸 청자와 백자, 우리 선조들이 일상적으로 쓰던 질그릇 하나의 모습까지 그 의미에 대해서 깊이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저자는 나같은 독자의 단계를 넘어서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도자기라고는 몇몇이 함께 놀러갔다가 재미삼아 흙으로 빚은 그릇을 맡겨 하나 받은 기억밖에 없는 내게 책에 실려있는 사진으로만 보는 깨진 자기의 조각들은 그리 경이롭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대강 술렁거리며 읽어버리고는 나중에 다시 한번 내가 그 깨진 청자를 품을 수 있을 때 가마터 기행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가당찮은 핑계일뿐이다. 
가마터에 담겨있는 역사와 우리 선조들의 욕망과 일꾼들의 고난과 희망에 대해서 바라보기에는 아직 내가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혜안이 없음을 쓸쓸히 느낄뿐이다. 
언젠가 깨진 청자를 품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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