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이범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을 봤을때는 도무지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 보노보노의 작가 이가라시 미키오라는 것을 알게 되어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래전 정말 심심하게 앉아있다가 티비에서 나오는 보노보노를 보면서 조금씩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느낌대로라면 그런 보노보노를 탄생시킨 작가는 분명 일상의 에세이도 뭔가 다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노보노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굉장히 사색적인 것을 기대해서 그런지 짤막한 글들을 읽으며 과한 감탄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일상의 상념과는 다른다고 해도 역시 이 책의 글들은 나름대로 작가의 생각들이 과장되지 않게 숨김없이 소박히 펼쳐지는 느낌이 남는다.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라는 제목은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있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약간 귀가 멀어 잘 안들리는 것도 가세를 해 더더욱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동창회 같은 모임에 잘 나서지 않는 작가가 축제에 어울리며 불꽃을 쏘아 올리는 것보다는 어느 한켠에서 불꽃 소리만 들으며 자신만의 축제를 즐기는 그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그런지 간혹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홍보로 시작한다며 지나치게 노골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출판사의 책이라 양심상 과한 홍보를 하지 못하겠다는 모습도 보여서 작가의 성품 자체가 거짓없이 소탈한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은유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표현하고 있는데 '산다는 각오'라고 하면 언제나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는 것을 보면 한번 더 곱씹어보게 된다. 삶에 있어서 책임져야 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써 내려가다가, 지하철에서 머리를 쾅쾅거리며 난동을 부리듯이 하는 아들 앞에서 감정의 동요없이 아들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다가 모자를 씌워주는 어머니...의 모습과 산다는 각오가 뭔 연관인가? 하다가 문득, 일본에서는 주위에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와 청년의 어디쯤에 있는 몸집이 큰 남자라는 표현이 정신지체를 가진 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도 그런 아들을 책임지며 살아야하는 어머니의 각오, 산다는 것의 각오는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작가의 에둘러가는 표현이었을지도.

이 책은 그렇게 천천히 읽어가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어딘가 어눌하고 느릿느릿한 보노보노지만 항상 현명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이 이야기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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