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데스크탑의 윈도우7을 10으로 무료 업그레이드 하였다. 윈도우8을 잠깐 사용하기는 했지만 10은 7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작동에 무리가 없다. 이 참에 구입한 지 7년이 된 소니 VIO 노트북을 윈도우10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하였다.

이 노트북은 빠릿한 속도감보다는 베터리 소모를 최소화하고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에 주안점을 둔 듯한 느낌을 구입할 때부터 받았다. 그 점이 신뢰성을 높여 애정을 가지고 사용해왔다. 그러나 느린 부팅과 잦은 버퍼링은 오랫동안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이 참에 윈도우10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이를 해결해볼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펜티엄4 프로세스와 1GB RAM 사양으로 움직이기에 원도우10은 너무 무거웠다. 가벼운 운영체제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회사 동료의 도움을 받아 리눅스 운영체제인 우분투(Ubuntu)로 교체하였다. 우분투는 생각보다 빨랐다. 몸짓이 한결 가벼워졌다.


‘우분투’는 남아프리카의 반투(Bantu)어에서 유래한 말로, ‘나는 당신과 우연히 만났고,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존중과 헌신, 관계와 공유, 나눔과 공존의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 우분투 정신에 대하여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아프리카에는 우분투라는 정신이 있다. 우분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통해서만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으며, 우리가 이 세상에서 성취하려고 하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일이나 업적과 끈끈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스펙을 쌓는 데 전력 투구하는 한국의 현대 사회 현상에 비추어보면 우분투 정신은 먼 나라 얘기 같기도 하다. 그러나  공존과 공유, 존중과 나눔은 우리의 미래를 살릴 유일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리눅스 커널에 기반한 운영체제의 하나로 우분투라는 이름을 정한 것은 너무도 어울리고 적절해 보인다.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우분투는 소스코드가 공개된 덕분에 누구나 내려받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직접 사용해보니 맥 os와 닮은 점도 보이고, 원도우보다 편리한 기능도 있다. 평소 자주 사용하던 윈도우 상의 소프트웨어를 당장 실행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클라우드 오피스를 주로 사용하다보니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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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8-2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려터진 노트북이 하나 있는데 우분투 깔아서 인터넷을 쓸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오피스 정도도 앱이 있겠죠?

푸르나 2015-08-27 09:12   좋아요 1 | URL
분명 기대 그 이상임을 확인하실 것입니다~~.
 

며칠 전에 거실 청소를 하다가 세 살 아들과 부딪쳤다. 정확히 말하면 아들도 아빠를 따라하겠다고 밀었다 당겼다 하던 밀대 걸레에 걸려서 넘어질 뻔 한 것이었다. 쓰러져 긁힌 발뒷꿈치를 주무르면서 소리내서 "아이고 아파, 아이고 아파"  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아들이 다가와서는 "아빠, 아파?" 했다. "응, 아파." 그랬더니 내 머리에 손을 대고선 "미안해" 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은 미처 몰랐다. 자신이 미안한 상황임을 알고 미안하다는 말을 정확히 하는 것에서 깜짝 놀랐다. 상황을 인지하고 그 상황에 맞는 말을 할 줄 안다는 증거이다.

몇 개월 전, 서툰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게 불편해 보여서 아들이 들고 있던 장난감을 3층까지 들어다 주었더니 "고마워"라고 말을 하여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언어를 구사한다는 건 아무말이나 하는 게 아니라 상황과 처지에 맞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담은 말을 하는 것이다. 입을 떠난 말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가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변화 작용을 일으켜야 한다. 말이란 정보전달, 의사소통 역할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말, 자기 생각만 일방적으로 내뱉는 말, 요구를 회피하는 말, 엉뚱한 말, 딴청 부리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박근혜에게는 세월호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외치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요청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 딴소리나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은 말하는 사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근혜가 하는 말을 듣다가 보면 세 살 난 아이만도 못할 때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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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취되는 강력한 조국 수호 능력이나 경제적 발전이란 결국 영혼을 가지지 못한 기계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12p)


-《최초의 민주주의 - 오래된 이상과 도전》, 폴 우드러프 지음, 이윤철 옮김, 돌베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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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선생의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푸르메, 2014)에서 읽은 내용이다. 


문학청년이던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서정주가 어느 봄날, 한 술집에서 만났다. 그 무렵 시도 쓰고 소설도 썼던 김동리가 "내가 시 한 편 썼는데 한 번 읊어볼까?" 하고 말했다. 얼근하게 취한 서정주가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거렸고 김동리가 읊었다.

"벙어리도 꼬집히면 우는 것을,"

그 순간 서정주가 무릎을 탁 치면서 "야아, 명작이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울다니!" 하고 말했다. 

(311p)


김동리 선생이 읊은 것만 놓고 보면 여운이 부족하고, 서정주 선생의 오독만 따로 떼어서 보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보면 시적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즐거운 오독(誤讀)이다. 


삶에도 이런 오독이 있다. 

간혹 스마트폰도 오독한다. 내 손가락이 터치한 것과는 다른 내용을 저 맘대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상당히 시적일 때가 간혹 있다. 기특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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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글, 이상희 사진의 <섬에서 섬으로 바다백리길을 걷다>를 읽다.

이상희 작가의 사진도 좋지만, 전윤호 시인의 글은 근래 읽은 여행산문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섬에도 흙과 돌의 길이 있다. 풀과 나무가 있다. 삶과 역사가 있다. 기다림과 오지 않음이 있다. 여기에 물의 길이 하나 더 있을 뿐이다. 못 걸을 이유가 없다. 천천히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함께 가자고 보채는 것도 아닌데, 저자를 앞질러 가서는 안 될 것 같다. 저자가 본 것들을 놓치고 가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이다. 수목과 화초, 바람과 소리와 사람의 냄새를 살펴가며 걷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들르는 섬마다 일박 하는 심정으로 하루에 섬 하나씩만 읽었다. 여섯 개 섬을 다 읽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바닷길을 걷는다는 건 섬과 섬을 연결시키는 의미도 있다. 통영 앞바다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걸어야 할 바닷길, 섬들은 많다. 우리나라에는 약 3,000여 개의 유무인도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정작 내가 걷고 싶은 것은 섬이 되어버린 내면이다. 남들의 눈에는 고립과 차단으로 외로워 보일 섬이 의외로 볼 만한 경치도 있고, 맑고 시원한 바람도 분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 물론 그걸 확인하기 위하여 굳이 섬을 걸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섬 아니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다만 이 책을 읽다보면 섬을 걷는 방법이 섬을 발견하는 가장 빠른 길임을 확인하게 된다. 당연하다. 내면을 걸어야 내면을 잘 발견한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휴가기간 동안 '바다백리길'을 한 번 걸어보자고 나를 유혹해본다.


이 책을 출판한 '남해의봄날'은 통영에 있다. 지방에서 출판활동을 하는 출판사들은 많이 있지만, 남해의봄날만큼 성격을 분명히 하고, 그것에 맞춰 출판하는 곳은 드물다. 로컬북스 시리즈 설명에 감동하였다.

"이웃한 도시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자연과 문화,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독특한 개성을 간직한 크고 작은 도시의 매력, 그리고 지역에 애정을 갖고 뿌리내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해의봄날이 하나씩 찾아내어 함께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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