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선생의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푸르메, 2014)에서 읽은 내용이다. 


문학청년이던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서정주가 어느 봄날, 한 술집에서 만났다. 그 무렵 시도 쓰고 소설도 썼던 김동리가 "내가 시 한 편 썼는데 한 번 읊어볼까?" 하고 말했다. 얼근하게 취한 서정주가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거렸고 김동리가 읊었다.

"벙어리도 꼬집히면 우는 것을,"

그 순간 서정주가 무릎을 탁 치면서 "야아, 명작이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울다니!" 하고 말했다. 

(311p)


김동리 선생이 읊은 것만 놓고 보면 여운이 부족하고, 서정주 선생의 오독만 따로 떼어서 보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보면 시적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즐거운 오독(誤讀)이다. 


삶에도 이런 오독이 있다. 

간혹 스마트폰도 오독한다. 내 손가락이 터치한 것과는 다른 내용을 저 맘대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상당히 시적일 때가 간혹 있다. 기특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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