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잠자리에 들기 위해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기어올라가는데 문자가 왔다.

억지로 억지로 피곤을 온몸에 짊어지고 도로 기어나가 간신히 핸드폰을 잡았다.

대체 이 시간에 어느 놈이냐? 또 누가 술먹고 문자질이야? 졸린 눈 비벼가며 확인하니...

[속보]피납김선일씨사망-알자지라방송/더이상의참극을막기위해파병반대에나서야

어느새 잠은 놀라 달아나고,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못하여 넋을 놓고 있다가,

소주를 물컵에 따라 원샷을 하고 컴퓨터를 켰다.

난 여지껏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자랑과 긍지로 여겼는데...

오늘처럼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절망스럽고 부끄럽고 괴로운 건 처음이다.

내가 바로 김선일을 죽인 것이다.

우리가 바로 김선일을 죽인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학살과 이라크 유린의 핏값을 김선일씨가 모두 뒤집어 쓴 것이다.

우리가 왜? 살인광의 야만에 동참하여 오물을 뒤집어쓰고 죽어야 하는가?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의 연쇄살인마에게 비루붙어봤자 얻을 수 있는 건 온몸에 튀겨오는 핏물뿐일텐데.

아이고... 아이고... 김선일씨 미안합니다.

아이고... 아이고... 김선일씨 잘못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어찌 당신의 영혼에 감히 명복을 빌 수 있겠습니까?

아이고... 아이고... 이제와 파병철회와 이라크철수를 한다고 당신의 억울함이 풀리겠습니까?

아이고... 아이고... 이 와중에도 정부가 추가파병마저 강행한다면... 그때 전 어찌해야 할까요?

아이고...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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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6-2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너무해요! 모두가 말입니다.

밀키웨이 2004-06-23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막 뉴스를 들었습니다. 아니 듣고 있습니다.
이럴수가 없습니다.
저녁뉴스때까지만 해도 희망적이라고 하더니....

그 부모에게 무엇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아...정말 나라를 원망해야 하는 겁니까?

balmas 2004-06-23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일 씨의 명복을 빕니다.
김선일 씨 부모님과 가족분들에게는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
당장 이것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

balmas 2004-06-23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 님, 슬픔을 꼭 동여매세요.
한 사람 죽어도 파병은 해야겠다고, 테러를 당해도 파병은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이 오죽 독한 사람들입니까?
저희도 독해져야죠. 슬픔을 꼭 동여매고, 우리 슬픈 사람들끼리, 가슴 아픈 사람들끼리 모여서, 슬픔의 끈으로 파병을 한번 막아봅시다.

코코죠 2004-06-23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선인님. 아,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세상에,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요.

호랑녀 2004-06-2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알고 싶습니다.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도대체 미국으로부터 뭘 얻기로 했는지, 우리가 안 보낸다면, 우리가 잃게 될 건 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반딧불,, 2004-06-2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눈물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