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두 챕터 읽고 내일 다시 오세요 - 책으로 처방하는 심리치유 소설
미카엘 위라스 지음, 김혜영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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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아픈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 글쎄, 정작 마음이 힘들때는 글자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던 경험이 많아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책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독서 치료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건 신기하고도 반가운 일이다. 지금의 내 상황을 독서 치료사에게 말한다면 그는 과연 무슨 책을 처방해줄까. 그렇게 모든 사람의 사연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처방을 해주기 위해서는 도대체 머릿속에 몇 권의 책이 들어있어야 하는 걸까, 궁금하긴 하다. 
《이 책 두 챕터 읽고 내일 다시 오세요》는 독서치료사 알렉스가 자신의 환자들과 있었던 모든 상담과 알렉스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핑크핑크한 책 표지에 끌려 유쾌한 독서 경험을 기대했는데, 솔직히 중언부언한 문장 스타일과 뒷맛이 찝찝한 이야기 결말 때문에 썩 재밌거나 유쾌하진 않았다. 보통 책에 관한 책을 보다보면 책 속에서 언급되는 책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기 마련인데, 언급된 수많은 책들 중에 특별히 관심가지게 된 책도 얼마 없어서 좀 아쉽다. 그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은 활자중독이라고 할만큼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알렉스나 문학에 빠져 다른 모든 것을 괄시하는 알렉스의 어머니가 모두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매력없는 사람인 것 처럼 표현되어 아쉬웠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아내고 약간은 신비로운 느낌도 들게 마련인데, 주인공 알렉스는 독서 치료사이지만 어디까지나 일적으로만 환자들을 대하려 하는 딱딱한 사람이고, 그의 어머니는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로써 자신이 아는 어려운 책들을 읽지 않은 사람은 무시하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다. 주인공과 그의 내담자들 모두 크게 매력을 끄는 사람이 없어서 더 흥미가 반감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주인공 알렉스의 풀 네임은 알렉상드르 판토크라토르이다. <삼총사>,<몬테크리스토 백작>등을 쓴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에서 따온 이름이다. 문학에 깊이 빠져 아들의 이름까지 위대한 작가의 이름을 따서 붙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알렉스는 사실은 어머니의 사랑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랐다. 항상 무언가의 결핍을 느꼈던 그는 자신이 그렇게 싫어했던 어머니 처럼 결국은 자신도 책에 빠져 산다. 사랑하는 아내 멜라니가 있지만, 그녀도 결국은 알렉스의 책에 대한 집착을 견디지 못하고 얼마전 그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곁에 책이 있기에 괜찮다고 여긴다. 그는독서 치료사로서 자기 자신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으로 쇠렌 키르케고르의 <유혹자의 일기>라는 책을 처방한다. 그는 과연 그 책을 읽고 사라진 아내를 다시 유혹할 수 있을지... 

그는 3명의 내담자를 돌아가며 상담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혀가 잘려 말을 할 수 없는 소년 얀, 유명한 축구단 주장이지만 자신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안토니, 미치도록 일에 빠져살았기에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 로베르 이들은 책 속에서 어쩌면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독서 치료사를 찾았고, 알렉스가 처방해준 책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읽으며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나간다. 

「문학은 '거의' 삶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작품을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보아야 한다. 이 '다만'이라는 단어가 내 직업만의 묘미다. 현존하는 수많은 작품들속에서 이 안타까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말을 건네줄 소설이나 시를 찾아 제공해야 한다. 나는 작품이 '말을 건넨다'라는 표현까지 쓴다. 이것은 절대 허튼 소리가 아니다.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작품들은 그것을 읽는 독자와 함께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작품의 텍스트는 귀가 아니라 눈을 통해 우리에게 스며든다.」
< 이 책 두 챕터 읽고 내일 다시 오세요 p.186>

책이 과연 내 삶의 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물론 적시에 읽게 된 좋은 책은 내 삶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다. 혹은 책 속 주인공을 보며 용기와 위안을 얻어 절망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의 키는 자신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내담자들 모두 겉으로는 알렉스가 처방한 책이 자신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지만, 사실 그들 인생에 진짜 영향을 미친 것은 알렉스가 추천해준 책을 읽은 것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스스로 해결점을 찾으려 나서는 행동 때문이 아니었을까. 독서는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하는 취미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많은 시간, 다 읽어내겠다는 의지가 아니면 완독이 힘들기 때문에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언제나 칭찬받을 만한 행위다.그들은 적극적인 독서행위를 통해  그들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책의 말미를 보면 알렉스는 자신에게 처방했던 쇠렌 키르케고르의 <유혹자의 일기>를 사실은 펼쳐보지도 못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책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딛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로 인해 서서히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었다. 책은 언제나 위대하지만 그 책 또만 내 현실 위에 존재할 때 의미가 있다. 독서 치료사로써 다른 사람에게 상황에 맞는 책을 권하던 알렉스는 결국 자신에게 처방된 책을 읽지 않고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무슨 책을 처방할 수 있을까.
따로 책을 처방하기엔 그냥 읽어야 할 책도 넘쳐나는 상황이라 일단은 패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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