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화성에서 혼자 감자를 키워먹으며 살아남은 주인공의 이야기인 전작 《마션》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달이다. 달에서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는지 없는지 가능 여부를 떠나 달 환경에 대한 설명과 도시 아르테미스의 설계도가 너무 디테일해서 실제로 그 곳에 갔다온 것만 같다. 잘 쓰여진 SF 소설은 실제로 과학발전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얼마전 너무나 감명깊게 읽은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작가 아서 c. 클라크의 SF 소설들은 실제로 우주 탐사 기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1960년대의 작가가 어떻게 그렇게 세심하게 우주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어릴 때부터 이들 SF 거장들의 도서를 탐독했다는 앤디 위어도 그에 못지않게 아주 디테일하게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를 묘사하고 있다. 
달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기에 통통 튀어다닐 수 있고, 관절염이나 다리 장애도 잊을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사는 내 몸의 무게가 달에서는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게 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6살때부터 달에 살았던 재즈는 자신이 지구로 돌아가면 중력병에 걸려 일어나지도 못하게 될 거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 순간 책을 읽는 내 몸뚱아리가 무척 무겁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난무하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허무맹랑하지 않은 것 같아 실제적인 느낌이 들어 좋았다. 특히 아르테미스의 주인공 재즈의 재기발랄하고 천재적인 매력이 소설을 시종일관 유쾌상쾌하게 만들어주어 내내 재미난 SF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아르테미스는 달을 배경으로 하는 SF 범죄 스릴러 소설이다. 재즈는 달에서 최하층에 속하며 겨우 한 사람 들어가서 누울 수 있는 관처럼 생긴 곳에 산다. 그녀는 어떻게든 돈을 벌기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일거리를 받는데, 그녀의 원래 직업은 지구에서 온 물건을 사람들에게 배달해주는 포터이다. 그녀에게 가장 짭짤한 수익을 가져다 주는 일은 바로 밀수인데, 아르테미스에서는 수입 금지된 품목이지만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중간에서 밀수하여 웃돈을 받고 넘기는 일이다. 그런 그녀의 가장 VIP손님은 지구에서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달로 이주해 온 트론이라는 사업가다. 그는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데, 그의 딸 레네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어 목발에 의지하며 산다. 지구에서는 두 다리를 다 잃었을 경우 휠체어에 의지할 수 밖에 없지만, 달에서는 중력이 약해 다리가 없어도 목발만으로 두 다리가 있는 것처럼 사뿐사뿐 다닐 수 있는 것이다. 
트론이 어느 날 재즈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게 된다. 자신이 계획하는 사업에 도움을 주면 100만 슬러그를 준다는 것이다. 달은 국가가 아니라서 지구와는 다른 화폐인 슬러그라는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데, 어쨋든 재즈가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큰 돈이었다. 엄청나게 큰 돈을 준다는 소리에 재즈는 덥썩 제안을 수락하게 되지만, 그 안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큰 범죄조직의 그림자가 연관되어 있었고. 재즈는 점점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앤디 위어의 소설을 보면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점이 있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은 결코 포기를 모른다는 것! 도저히 안될 것 같은 일에도 결코 포기하는 일이 없다.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남은 주인공이 생을 포기하지 않고 몇 년동안이나 살아남고자 최선을 다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르테미스》의 재즈도 결코 포기란 없다. 이제 끝났구나 싶어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고, 결국은 돌파해낸다. 
그리고 생명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뤄진다는 것!! 《마션》에서 화성에 남은 한 사람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화성에 다시 로켓을 보내 구해낸다는 것에서 엄청 충격어린 감명을 받았었다. 어느 한사람의 생명도 허투루 다뤄지지 않는다. 《아르테미스》는 거대한 범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죽는 사람은 아주 소수다. 심지어 적 조차도 쉽게 죽이지 않는다. 앤디 위어는 생명 존중 사상이 강한 사람인가 보다. 

특히 아르테미스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책에서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전부 여자였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재즈를 비롯해서 달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행정관 응구기도 여자, 범죄기업의 대장 산체스도 여자였다. 남성들이 오히려 여자주인공 재즈를 도와주고 받쳐주는 인물로 나오는 것이 신선하면서도 맘에 들었다. 더 놀라운 건 우주를 개척한 국가가 미국이 아닌 케냐로 나온다. 가장 못사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케냐가 우주를 정복한 중심국가가 되다니 놀라운 발상이다. 그래서 주인공 재즈도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이다. 저자에게서 뜻밖의 박애주의와 페미니즘을 느꼈다고나 할까ㅋ 

《아르테미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재밌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달이라는 낯선 공간에서의 숨막히는 추격전과 액션은, 지구의 범죄소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머리회전이 필요하다. 과학상식이 부족하다는 건 바로 죽음과 연결되니까. 한 순간도 공기와 기압, 온도 등을 염두해두지 않을 수 없다. 달에서 산다는 건 정말 많은 과학상식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달에서 푸른 모습의 보름지구가 동그랗게 뜬 모습을 꼭 한번 보고 싶으니까.
6분의 1의 중력으로 훨훨 날듯 뛰어다녀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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