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 명화와 함께하는 달콤쌉싸름한 그리스신화 명강의!
천시후이 지음, 정호운 옮김 / 올댓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이라니, 우리로 따지면 호랑이 담배 필 시절 정도 되려나. 그리스 신화 의 신들은 인간처럼 사랑하기도 하고, 슬퍼하고, 욕심도 내고, 괴로워도 하면서 인간과 더불어 수많은 얘기들을 만들어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우리 생활 곳곳에, 대륙이름, 우주의 행성이름, 별자리 등에도 그리스 신들의 이름이 남아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많이 거론되는 신화이다. 어릴적 읽은 기억은 있지만, 워낙 신들의 수도 많고, 너무 옛날이야기라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아직 그리스 신화 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는 상태였는데, 이 책은 아주 기본적인 신들의 인척관계 소개부터 시작해서 한명 한명의 신들의 이야기에 대해 차례대로,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의 저자 천시후이 는 중국의 대학에서 20년동안 그리스 신화 를 강의했는데, 수많은 학생들이 이 강좌를 듣기위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옛날 이야기를 현대생활에 아주 맛깔나게 버무려서 재미나고 쉽게 알려주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든 아주 쏙쏙 이해가 된다. 책의 곳곳에 담긴 시의적절한 명화들도 그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보니 더 생동감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우선, 인간은 예언 능력 자체를 가져서는 안 된다. 미래를 알면 삶이 진행되지 못하고 의미와 매력을 잃게 된다. '스포일러 조심' 이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으면 재난의 영향이 앞당겨지고 시간이 행복을 희석해버린다. 두 번째, 선지자는 생활 속에서 같은 인간들뿐만 아니라 신들도 시기하고 질투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도 조직폭력배들이 입을 막기 위해 상대를 죽이면서 하는 말이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있다'다. 세 번째, 미래와 운명을 안다고 해서 아널드 슈워제네거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예정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예언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트로이전쟁에서 카산드라는 자신의 예언능력 때문에 뼈아픈 대가를 치뤘다. <p. 77>


인간이 예언능력을 가진다면? 단순하게 생각했을 땐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더 생각해보니 미래를 안다고 해도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건 오히려 재앙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가올 미래때문에 현재까지 송두리째 빼앗기는 삶, 그건 결국엔 모든 현재가 미래에 저당잡히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한치 앞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걸까. 

그리스 신화를 보면 신마다 차이는 있을 지언정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들과 한계를 지닌 인간과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빛과 태양의 신 아폴론이 인간 시빌레에게 구애하며 원하는 선물을 마음대로 고르라고 하자, 시빌레는 두손으로 모래 한줌을 움켜지고 이 모래알 수만큼의 나이를 살게 해달라고 말한다. 모래알이 천개였으므로 천년의 생을 얻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젊음을 유지하게 해달라는 말을 쏙 빼놓고 말았다. 시빌레는 계속해서 늙어가기 시작했고, 나이를 먹을 수록 외모도 추해지고, 치욕스러운 일도 많아졌지만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었다. 오래사는 것이 너무나 치욕스러워서 스스로를 나무통에 가두었고 천년을 꽉 채우고 죽을때 까지 '죽고싶다'는 말만 했다는 시빌레의 이야기는 무섭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생은 어쩌면 천벌에 가까워 보인다. 

무한한 능력을 가졌지만, 어쩌면 하는 행동은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는 신들과 그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 신화 특유의 마법적인 요소와 극적인 전개가 돋보이지만, 마냥 유치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것이 어쩌면 신화의 역할이 아닐까. 
그리스 신화 를 아주 재미난 드라마 한편 보는 것 처럼 즐겁게 읽고 싶다면 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을 추천한다. 재미난 이야기와 명화를 함께 보다보면 그리스 신화가 아주 친근하게 느껴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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