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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지음, 황문성 사진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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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올해 초부터 안 좋은 일이 겹겹이 생겼다. 멘붕도 이렇게 극심한 멘붕이 없다. 남을 챙기기는 커녕 나 하나 지키기도 벅차다. 회사, 취미, 진로, 애정, 다이어트, 친구, 선배, 후배. 당최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럴 때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마리아나 해구보다 깊은 곳에서 허우적대며 언제 압력이 날 잡수나 기다리고만 있다. 이런 때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이하 한마디)를 만난 건,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다.


  요즘 자기계발과 힐링을 표방하는 책이 넘친다. 나긋나긋 말하는 멘토가 있는 반면 윽박지르며 큰 소리로 떠드는 멘토도 있다. 인생의 답뿐 아니라 자신의 고민마저 남이 해주는 시대에서 그들의 말을 들으며 성공한 사람이 다 옳고 이렇게 사는 나는 참 나쁘고 못됐구나 생각한다. 계속 자책하면 뭐 되는 게 있나? 사실 자기계발서의 답은 자기의 머리에 다 들었는데 그걸 깨닫지 못할 뿐이다. 힐링 부류도 이에 편승한다.


  <한마디>도 사실 힐링을 말한다. 정호승 시인의 전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나 이번 <한마디>나 힘들고 외로운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다. 힐링이 판치는 요즘 시대에 그저 그런 책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생각으로 보았다. 어디선가 다 들어본 말(모차르트가 되기보다 살리에리가 되라', 뻔한 말('나마의 속도에 충실하라', '진주조개도 진주를 품어야만 진주조개다'), 한눈에 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해가 질 때까지 분을 품지 말라')이 많다. 어찌 보면 참 재미없고 판에 박힌 말만 한다. 다 거기서 거기고, 힘내라고 다독여준다. 산문집이라고는 하지만 분명히 힐링이다.


  내가 고집하는 산문이나 수필의 기준은 확연하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세상을 다르게 보거나, 문장이 너무 유려해 나도 모르게 노트에 문장을 옮겨 적거나. <한마디>는 두 기준에 못 미치지만 여타의 책(힐링책)과 달리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저자 정호승 시인 때문이다. 시집 <외로우니까 사랑이다>이나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소설 <모닥불> 등 걸출한 작품을 써왔던 시인은 산문을 참 편안히 쓴다. 자신의 이야기와 남의 이야기, 어디서 들은 이야기, 책에서 본 이야기, 해주고픈 이야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섞어낸다.


  그럴 듯한 말만 적어두고 알맹이가 없다면 그 책은 버려져야 마땅하다. 재밌는 건, 역설적이게도 <한마디> 안에는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의미가 조금은 다른데, <한마디>의 알맹이는 바로 읽는 이 자신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생각해라, 그렇게 하지 마라고 하는 책은 읽는 이의 삶이 아니라 글쓴 이의 삶을 답습하는 것뿐이다. <한마디>에는 문학, 구비동화, 신문기사, 신화 등 이야기가 많다. 그 이야기는 글쓴 이의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야기 자체에는 결말이 없다. 처음에는 아귀가 맞지 않아 보이는 이야기도 곰곰히 씹다 보면 조금씩 이치에 맞게 된다. 그리고 그 이치는 오로지 읽는 이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명언과 격언을 살피면 모순되는 것들이 많다. 500쪽 가까이 되는 책을 보면서 참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건 어쩜 당연할지도 모른다. 인생에는 모범답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끝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수밖에 없으리라. 믿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믿음을 향해 떠나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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