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 - 나의 식인 룸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2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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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인 룸메이트 - 한국공포문학 단편선 3 (2008)

글쓴이 : 이종호 외 9인
출판사 : 황금가지
 

황금가지에서 내놓은 공포문학 단편집.
10명의 작가가 쓴 10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내용이 길어질 듯 하니 나눠서 리뷰를 올려본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 - 신지수

직장에서 소외당하던 나에게 룸메이트가 생겼다. 그 룸메이트는 3일 한번씩 사람을 먹어야하고 따뜻한 공간을 원한다. 그리고 내가 그런 요구조건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룸메이트는 나를 잡아먹을 것이다.

이와 같은 설정으로 출발한 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묘한 자극을 준다.
'식인'과 '룸메이트'.
절대 연관성을 찾을 수 없을 듯한 두 단어가 합쳐서 흥미있는 판타지를 만들어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언밸런스함이 내용에서도 느껴질 수 있을 듯한 느낌에 기대를 걸었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설정에 약간 실망을 느끼기도 했다. (평범한 '룸메이트'에게서 숨겨진 '식인'이라는 비밀을 통해서 갈등을 야기하는...그런 기대를 해봤다. 좀 식상하나?? )

하지만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이 호감있게 느껴지면서 주인공의 심정을 묘사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하게 다가온 듯 하다. 특히 '나'를 소외시키던 인물들이 잡아먹히는 모습에서 보여지는 '복수'의 쾌감도 솔직하게 투영시키는 점도 흥미있었다. 글쓴이의 나이가 아직 젊어서인가? 괜한 겉멋을 부리지않는 모습과 간결하고 명확한 전달력이 글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노랗게 물든 기억 - 장은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의 회상.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나?

회상으로 끌어내는 방법이 마음에 든다.
아파트 테라스에서 문득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회상으로 들어가는 도입부도 자연스런 느낌이고, 회상 속에서 등장하는 몇 몇 소품들이 '과거'라는 설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테면 당시 배경이되는 88년도의 올림픽에 대한 언급이라던가, G.I 유격대, 더블드라곤 같은 향수어린 단어들의 사용이 예가 될 수 있겠다.
다만,
초등학교 2학년의 감수성 짙은 두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지문을 충실히 활용하는 것은 좋으나 왠지 너저분한 느낌이 든다. 목표하는 감정이 자꾸 튀어나가려는 느낌.
관념적인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조금 어긋난 것인가.
조금 더 쥐어짰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개인적인 것이니 네버 마인드다.


공포인자 - 신진오

어디선가 봤음직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에서 편견을 갖고 접근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염병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 좀비로 변하거나 광기에 오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설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전염으로 인해 내면의 공포가 극대화된다는 설정은 꽤나 흥미롭다. 박멸의 대상이 아닌 공존하고 정신적으로 이겨내야 하는 대상으로 변이된 모습은 기존 작품들과 차별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외부적인 것이 아닌 내부적인 요소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 될 듯하다. 내재된 공포를 극대화한다는 점에 있어서 각각의 증세가 달리 나타난다는 것도 신선하게 느껴지고 그런 증세가 극복하지 못할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다른 점이다.
기대하지 않고 접했다가 의외의 즐거움을 얻게 된 작품.
 

담쟁이집 - 우명희

마을이름에 대한 기원은 전문을 암시하는 재미있는 시도였다.
사라지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욕망, 그런 점들을 음산하게 묘사하는 것도 좋다.
다만, 아이들을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즉 아이들의 욕망하는 것에 대한 좀 더 밀도있는 묘사가 이뤄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된 인물인 주란이에게 마론인형이 그런 대상이었다면 언니인 영란에게는 단순 호기심? 이외의 것들이 언급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외지고 폐쇄적인 공간을 자꾸 찾아가는 원인이 필요했다. 집 안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가득있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그 가운데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어린 아이의 감추지 못하는 심경의 변화는 흥미로우나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그냥 그렇다.
 

스트레스 해소법 - 엄성용

주인공 엄성식의 두통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가 겪는 짜증스런 상황에 나도 동요하고 있었다. 상황이야 누구도 그렇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것이겠지만 말과 영상이 아닌 글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반까지의 흐름은 혼란스럽고 짜증스러운 상황을 정돈되게 전달하고 있다.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가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으면서 행하는 행동은 통쾌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마무리에 있어서 도덕적인 개념이 끼어들면서 감정의 흐름은 엉켜버렸다. 엄성식이라는 인물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맞춰가던 플롯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버렸다. 마치 그가 한 행동에 따른 댓가를 치룬 듯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라면 같은 문제를 겪는 누군가가 그에게 같은 이유로 같은 행동을 한다는 식으로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기존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등가교환이라는 법칙을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붉은 비 - 김준영

컨셉을 보자면 '공포인자'와 유사한 점이 있다. 전염병의 창궐, 인류에 대한 위협. 뭐 이런 것 말이다. 다만 전염병의 대상을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맞춰놓은 것이 아닌 간접적인 영향 아래에 둔 것은 인상적이다. 비둘기가 인간들을 공격할 때 작품 속에선 히치콕의 '새'에 비유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레지던트 이블 3편의 까마귀떼가 생각났다.
훗. 끔찍하기도 하지.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심리는 비교적 상식적이다. 그리고 작품의 특성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원인모를 천재지변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 중간에 한 번 상황에 대한 해석이 언급되는데 정론화되진 않고 그냥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흘려버린다. 

분량을 좀 늘려서라도 상황에 대한 다른 인간들의 반응을 좀 더 묘사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잠 - 전건우

초반 조금은 부실한 느낌의 설정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의도적인지 어쩐지 알 수 없는 표현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았으나 이내 나의 판단착오였음을 알았다. 결말을 접하면 조금 허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의구심은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납득할 수 있었지만 뭔가 아쉽다는 여운은 어디서?
제목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본다.


은혜 - 이종호

한껏 기대를 일으켜놓고 힘빠지는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평범한 가정의 맏며느리로 시집온 한 여자.
질병으로 고생하는 시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지만 작품 속 화자인 둘째 아들과 막내 딸에게서 의심을 사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뒷조사를 한 결과는?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인 믿음을 받는 존재이지만, 독자를 비롯한 소수의 인물에게 의심을 받는 존재.
그런 모순된 갈등과 신비감이 흥미를 자극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결말을 신선하게 여겨야할지 기대에 대한 배신으로 생각해야 할지. 물론 고민하게 만드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를 말해준다.


얼음폭풍 - 황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작가는 작품 속 배경도 익숙한 환경을 묘사한다.
미국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제목에서 말하는 악화된 자연환경 속에서의 인간들간의 갈등과 직장을 잃고 가진 돈도 다 잃어버린 남편으로 인한 가족 내의 갈등을 접목시킨 작품이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이 전해진다. 앞서 언급한 점들이 강렬하게 부각되기도 하지만, 이민자와 인종에 대한 편견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충실하게 서포트해주고 있어 더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특히 주인공 진이 딸 영미를 데릴러 가기위해 눈에 파묻힌 차를 꺼내기 위해 삽을 빌리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삽이라는 매체 하나를 통해서 앞서 언급한 사실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한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제목을 영어로 표현하자면 ' Blizzard ' 가 되려나.


불 - 김종일

도입부에서 니체의 문구를 인용하고 있다.
" 누구든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와중에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도 그대를 들여다볼 것이다. "
- 프리드리히 니체 [ 선악의 저편 ]

이 문장을 통해서 영감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불가사의한 발화현상을 일으키는 한 소년과 그 사실을 알게된 주인공의 이야기다.
초점은 아무도 모르는 그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주인공이 내면 속에서 일으키는 갈등이다.
그 소년이 일으킨 발화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 주인공의 가슴앓이가 시작되고 그것은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경고했던 그 소년은 주인공이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다 죽여버림으로써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무거운 짐을 견디지 못하는 주인공과 그 소년의 관계는 어떻게될지?
불가사의한 발화현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판타지와 공포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그 사이에서 흥미롭고 긴장되는 상황을 잘 연출하고 있다.
수록된 작품 속에서 수작으로 생각할만한 작품 중 하나. 
 


불가사의한 대상 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본 단편집은 21세기에 잘 어울리는 방법으로 표현된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비교적 소수를 위한 장르로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있는 장르문학이지만 가능성은 높게 쳐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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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전쟁 - NT Novel 라이트 노벨 도서관 시리즈
아리카와 히로 지음, 민용식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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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전쟁 (2006/ 2008)

글쓴이 : 아리카와 히로
출판사 : 대원씨아이


일본 출판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작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던 라이트 노벨.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를 검열하겠다는 미디어 양화법이 제정되고 그에 맞서 작가와 독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도서관 자유법을 제정, 양화법의 주체인 양화대와 도서관 자유법의 주체인 도서대가 서로 치고박고 싸운다는 세계관을 설정한 작품. 
 

짐작과는 다르다
우선 세계관에 대한 설정이 재미있다.
유사 컨셉의 다른 여러 작품들이 있어왔지만 일방적인 억압과 저항의 관계가 아닌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추구하는 바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더불어 원하는 것만 얻으면 바로 타협하여 물러설 줄도 아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성립하고 있다. 단순히 적과 아군의 입장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념과 단체간의 이해관계, 제3자처럼 표현되지만 실상 소비와 권리의 주체인 시민의 입장까지 다루는 작품이다. 단순히 라이트 노벨로 단정하기엔 아까울 정도.

이런 설정과는 다르게 주된 캐릭터의 이미지는 꽤나 코믹하다.
특히 주인공인 카사하라와 도죠와의 관계는 서로 진지한 듯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짓게 만드는 그런 관계이다. (도죠의 동료인 코마키가 잘 웃는 모습은 독자의 반응을 리액션한 것인지도) 이 작품이 라이트 노벨로 분류하는 것은 이런 유머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뭇 진지한 상황과 설정 속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은 코믹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묘한 흥미를 준다.

이런 특성을 잘 강조한 것이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과 판타지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잘 살린 결과물이라 생각된다. (사건의 배열은 원작과 조금 다르다) 
 

이제 시작일 뿐
이 작품은 4원으로 구성된 이야기 중 첫번째 이야기이다.
도서관전쟁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도서관내란, 도서관위기, 도서관혁명으로 차례대로 이어진다.
아직 1권으로 밝혀지는 내용은 기본적인 상황 정도이다. 세계관과 캐릭터의 특성들을 설명해주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1-3권의 내용을 다뤘다고 하는데 이미 1권만으로도 상당한 정보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에피소드가 생략된 듯 하다. 애니메이션을 즐기셨다면 충분히 시간을 들일만하고, 전혀 접하지 못한 분들이라도 가볍게 시도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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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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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 본격추리

글쓴이 : 에도가와 란포
출판사 : 두드림

올해로 12년째가 된 장수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의 주인공 이름은 '에도가와 코난'이다.
코난 도일의 코난과 바로 이 사람, 에도가와 란포의 에도가와를 인용해 즉흥적으로 만든 이름이다.
추리 오타쿠 신이치가 코난 도일과 거의 동등하게 생각할 정도로 생각할 정도로 일본 추리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남긴 사람이 에도가와 코난이란다.
그런 그의 이름도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변형한 것이라고 하니 그 흐름이 참 묘하다.

고전같지 않다
'일본 추리문학의 아버지' 라고 불리울 그런 작가의 단편집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솔직히 명성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접하기는 처음이다.
나름 기대를 많이 했지만 이미 다양한 형태의 추리소설을 접한 상황에서 객관적인 판단은 좀 무리다.
거의 한세기 전의 작품들인데다 그의 영향을 받은 현재의 작품들을 많이 본 터라 원조에 대한 감흥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번역의 배려인지 아니면 현재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문체상의 괴리감은 적었다. 오히려 추리문학으로써 고전이라 불리울 만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지향하는 문체와 많이 닮아 있었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의 형태가 요즘 장르계의 트랜드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의 글은 과도기적 특성을 보이며 부담을 줄이고 있다.

작품의 특성
본 작품은 총 22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각각의 작품은 '트릭'이라는 공통점을 드러내고 있는데, '본격 추리'라는 부제를 근거로 한 선정이라고 보여진다. 게다가 그가 창조해 낸 탐정으로 유명한 '아케치 코고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D언덕의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그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몇 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명탐정 코난의 저주받은(?) 탐정이 모리 코고로지?) 단편 속에서 활용되는 일부 트릭들은 발명가인지 살인자인지 구분하기 힘든 기괴한 시스템이 아닌 순수하게 심리적 특성을 보이는데 이런 점이 흥미를 자극하기도 한다.

또한 요즘은 보기 힘든 '암호'를 활용하는 작품이 종종 보인다. 근래에 쉽게 접하지 못하던 형태의 것이라 나름 신선하긴 했지만 부족한 머리로 진행을 따라가기는 버겁기만 하다. (이해를 못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해답이 주어지기 전 나름 퍼즐을 완성해보려고 하지만 암호는 다가가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기기묘묘한 살인 장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랑 비슷한 느낌도 있군.

한 호흡으로 내리 읽어버리기 보단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독서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어차피 단편이라 끊어 있는 것에 대한 지장도 없을 뿐더러 비슷한 컨셉의 이야기를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읽어내려가기엔 좀 지칠 듯 싶다.
현대적인 감각의 다른 작품과의 병행도 괜찮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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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도연대 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백기도연대 - 風 (2004/2008)

글쓴이 : 교고쿠 나츠히코
출판사 : 솔
 

백기도연대 雨에 이어서 나온 장미십자탐정단의 또 다른 이야기.
여전히 에노키즈는 기인의 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주위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난감해하면서도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그들이 바보로 취급되는 상황을 말하자면 더욱 더 악화되가고 있다.

가엾은 화자
이야기의 화자인 모토시마는 평범한, 아니 다소 운이 좋지않은 전기설계자이다.
운이 좋지않다는 것은 그가 전기배관 기술자로서 자격을 상실했으며 어쩔 수 없이 설계자로서만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그의 개인적인 생활부면) 그의 조카가 당한 사건으로인해 에노키즈 집단과 인연을 맺게되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위 일련의 사건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다. 전작에서 언급하는 이 사실들은 국내에 공개된 6편의 이야기가 모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면서 독자에게 이야기의 전달해야하는 그의 애처로운 의무에 대한 흐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번 작품 중 '운외경'사건 중에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곤란을 겪기도한다. (하지만 사건의 용의자로 취급당하기 이전 이미 범인이 체포되었기에 체포될 수 없는 용의자로 묘한 상황을 이끌기도 한다)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3인칭 화자로 곧잘 활용되는 캐릭터인 세키구치의 경우 모토시마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인물이지만 그의 문제는 자신의 내면적인 문제때문이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다. 모토시마와 비교하자면 생각보다 자주적인 인물이다. 그래봤자 그놈이 그놈이지만.

간혹 상황에 끌려다니길 거부하는 용기를 내보기도 하지만 화자 주변에 포진한 인물들의 기이한 성향은 아예 관심 조차 두질 않으니 변하는 것은 없다.
이처럼 모순된 상황과 의도 가운데서 독자는 흥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복잡한 구조를 유머로 희석시키는 장치라고 보면 좋을 듯.

전작의 느낌으로
백기도연대 雨 를 볼때와 같은 느낌으로 접하면 될 것이다.
기본적인 틀은 같다. 다만 다른 소재를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할 뿐이다.
전작에서 고급 레이블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대기업 총수와 싸우는 탐정단의 모습을 볼 수있다. 각기 다른 사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허탈한 웃음을 내게 만들기도 하고, 신선한 자극을 느낄 수 있기도 하는 것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바보 하나가 또 추가되었을 뿐이구나 라는 정도? (사건의 배열은 비교적 시간적 흐름을 따른 것처럼 보이나 작품을 雨와 風으로 구분지은 것은 분명 기준이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그 기준을 아직 잘 모르겠다. 검색을 해봐도 드러나는 정보가 없구먼)
전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이제스트 교코쿠도'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졌다면 이번 이야기 역시 동일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출판의 질이 떨어지는 것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라는 점은 별로 환영하고 싶진 않군. 

이 작가의 작품은 유독 작가의 다른 작품과의 연대적 특성이 돋보이는데, 작가가 이전 사건에 대해 자주 언급하기 때문이다. 사건과 사건의 시간적 갭이 짧아 캐릭터의 움직임에도 자주 영향을 미치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출판사 '솔'에서 독자적으로 출판한 백기도연대는 100% 완전한 즐거움을 제공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뭐 힘있나.
그냥 빨리 다른 작품이 출판되기를 기다릴 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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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도연대 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백기도연대 - 雨

글쓴이 : 교코쿠 나츠히코
출판사 : 솔
 

교코쿠도 시리즈의 번외편.
스핀오프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뭐, 그렇다고해도 여전히 교코쿠도가 활약하는 것은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물론 비중은 다르다.

스핀오프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 작품의 중심에는 에노키즈 레이지로라는 인물이 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단지 교코쿠도의 친구로서 캐릭터가 갖고있는 독특함을 실제로는 잘 살리지 못하고 묻혀버린 느낌이 있었지만 본 작품에서는 당당하게 주연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워낙 기인의 특성을 갖고있는지라 등장 자체는 많지않다)

에노키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이끌고 있는 장미십자탐정단이라는 단체 자체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탐정단에 의뢰가 들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한다는 흐름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흐름이 꽤나 빠르고 흥미진진하다. (물론 기존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인 판단이다)
이유는 우선 작품의 이야기가 짧고(한 권안에 3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런! 가격대비 효율성이...!), 그로인한 영향으로 교코쿠도의 해설또한 간결하다.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경향이 교코쿠도의 다소 가학적인 논리를 즐긴다는 특성이 있는데 나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동일한 이유로 질려하는 독자들도 있는만큼 이 작품이 보여주는 구조와 흐름은 상대적으로 스피드있는 느낌이고 대중적이라는 결과를 낳게되었다)

그러므로.
기존 작품을 어려워하거나 질려했던 독자들도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이런 특성은 작가의 팬이든 아니든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을 듯하다.

본 작품의 또다른 특징 하나는 인칭의 변화다.
기존 작품이 3인칭 시점으로 관찰자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이 작품은 장미십자탐정단과 얽히게 된 모토시마라는 인물을 통한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점은 '백기도연대 풍' 에 가서도 동일하다)
1인칭 시점은 이야기의 서술에 있어서 3인칭보다 수월한 부분이 있다.
뭐, 작가의 부담이 덜 한다는 얘기다. 전지적 작가시점이라는 미명아래 모든 상황과 설정을 잡아내야하는 3인칭과는 달리 1인칭 시점은 작가의 시점을 캐릭터의 시점과 동일시해야하는 규칙으로 생략할 것은 과감히 생략할 수 있다는 이야기. (1인칭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독자적인 규칙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니 신경쓰는 것은 매한가지인가?)

하지만 1인칭 시점으로 인한 한계는 분명하다.
작가의 표현력 자체를 제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처음에 표현하기 쉽다고 1인칭을 시도하는 것은 후반에 이르러 작가 스스로 함정에 빠져드는 결과를 낳게 만들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가 있다.
그는 '후치'라는 캐릭터를 통해 1인칭으로 이야기를 서술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 제한을 감당하지 못해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드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쉽게 도전할 일은 아니라 이야기지.

그런 염려에 반해 이 작품은 그나마 호흡이 짧다.
분량으로 치자면 중편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러나보딘 1인칭 서술에 대한 부담이 좀 덜하고 그 서술 가운데 개성있는 캐릭터와의 관계와 사건을 설명하는 것에 할애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한 작품이 완성될 수 있게되었다. 미스터리 소설로써 1인칭 시점은 꽤나 잘 어울리는 것이라는 기본전제하에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여전히 전두지휘하는 것은 추젠지 아키히코, 교코쿠도의 몫이다.
그의 판단 아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기존 시리즈와 동일하다.
하지만 기존 시리즈가 그의 포스가 압도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그 가운데 살아나는 캐릭터, 즉 세키구치를 비롯한 친구들의 생존력을 생각하면 일반적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을지도) 이 작품은 교코쿠도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놀이공원같은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세키구치나 기바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진 않지만.

담겨져있는 3편의 이야기는 만족스럽다.
하지만 국내에 기존 시리즈를 출판했던 '손안의책' 출판사와는 다른 출판사인 '솔'이 출판함에 따라 번역물로써의 가치는 하락했나보다. 번역관련된 서평을 보면 좋은 이야기가 별로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 번역에 대해서 논할 정도의 실력도 없거니와 한 이야기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오타와 같은 점들은 번역에 문외한인 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제다. 이것은 작품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닌 출판사의 문제다. 책 자체만 고급스럽게 치장하면 독자의 손길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가? 오타 조차도 책임지지 못하는 편집은 개나 줘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본 책만 오타가 있었던가?
관련 서평을 보니 오타에 대해 지적하는 이야기있어서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안그래도 기존 시리즈와는 동떨어진 번역판이 나와서 의아해하고 있는데 (손안의책에서 작품 출판 순서대로 번역본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의 작품들을 건너뛰고 본 작품을 번역, 출판했다. 그런 결과는 본 작품 내용가운데 언급되는 사건들의 이해와 연관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출판권을 어떻게 취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순서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저해하고 독자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냥 출판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해야할 문제인가?) 책의 완성도 또한 떨어지니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기만한 결과이다.

분명 이 작가의 책은 번역하기가 수월치않은 작품이다.
워낙 곁다리로 들어오는 정보가 많고 한국인으로 알 수없는 문헌들에대한 정보가 많아 100% 이해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캐릭터도 개성있다.
그래.
독자 입장으로 이런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된 것에 감사하고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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