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2 Miracle 3
강지영 외 지음 / 시작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2 (2009) 

글쓴이 : 배명훈 외 12명
출판사 : 시작
 

브라보, 청춘! - 강지영

얼굴이 커졌다 - 배명훈

낙오자 - 은 림

버지니아 울프는 없었다 - 김이환

지구의 중력은 안녕하시나? - 김주영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 - 임태운

나하의 거울 - 권민정

방문자 - 김지현

시간을 팝니다 - 정지원

1억 원 - 김두흠

쓰레기들의 왕 - 이수현

파랑새 - 양미현

댁의 아내는 안녕하십니까? - 이상민


말 그대로 '착각했다'.

'황금가지'에서 작년에 출간한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과 같은 라인으로 착각하고 국내 출판계에서 환상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 안도했다. 출판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만봐도 뻔한 것을. 멍청하긴. 이 책은 출판사 시작에서 독자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라인업으로 내가 본 것과 다른 전편이 있다. 물론 아직 못봤지만. 이렇게 책을 선별하게 된 것은 도서관에서 그렇게 갖춰놓았기 때문이다. 으윽.

'환상문학 단편선'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흥미롭고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여러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신선한 상상력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도 있지만 익숙한 옛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도 있다. '환상문학'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공통점으로 다양하고 각기 다른 느낌을 전하는 이야기가 열 세 편이나 실려있으니 주저말고 선택하자. 늘상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라도 단편의 장점을 살려 쉬엄쉬엄 보아도 좋다.
 

브라보! 청춘

- 주인공이 그렇게 쉽게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였기 때문인지. 간단히 요약하면 '어느 찌질남의 개과천선기'라고 요약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유치하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다. 부담없이 읽어넘기자.


얼굴이 커졌다

- 스코프로만 대상을 바라보던 주인공에게 갑작스레 얼굴이 커져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변화할 수 있던 계기가 사랑과 생명이었다는 것은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납득할 만하다. 그나저나 머리가 커진 것이 그렇게 우습다면 원래 머리가 큰 사람은 어쩐다냐. 긁적.

 
낙오자

- 단순하게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기 보다는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의 일방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여성들의 두려움도.

나는 다른 성의 인간이지만 그녀들이 동성의 인간들에게 편견도, 패배감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버지니아 울프는 없었다

- 김이환 작가에 대해선 작년에 출간되었던 책을 통해서 썩 좋은 느낌을 갖진 못했다. 하지만 이 글을 보니 이전의 편견을 충분히 쇄신할 수 있을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글쎄. 기복이 있는 작가인가. 씨익.


지구의 중력은 안녕하시나?

- 누구나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소속감을 지니고 산다. 그렇게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는 소속감을 부당하다 여길 때, 인간은 사실 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그들의 마음에 청량감을 안겨주는 글.


이빨에 끼인 돌개바람

- 어느 땐가 영화에서 보았음직한 이야기지만 식상한 느낌없이 즐길 수 있다. 새삼 느끼는 바이지만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아줌마는 위대하다.


나하의 거울

- 역사적 사실을 인용할 때 흥미를 더욱 북돋울 조건 중 하나는 언급하는 사실을 독자가 아느냐? 모르느냐? 에 대한 것이다. 아무래도 아는 사실에 대한 드러나지 않은(작가적 상상력으로 꾸며진) 사실을 다루는 것은 몰입을 좀 더 돕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작품 속에서 다루는 인물을 내가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역량을 떠난 문제이지만 어쩌랴. 하지만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자신의 일에 애착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 한 것이다.


방문자

- 두려움 앞에서는 모든 것의 가치가 퇴색하게 되는 것인지. 죽음이 기다릴지도 모르는 문을 열어버린 것은 인간성 회복의 첫 걸음이었는지도.


시간을 팝니다

-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듯 쓰여진 이 글은 얼핏 보면 지루한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언젠가 한 번 쯤 접해보았을 법한 이야기를 설정의 힘을 빌어 흥미롭게 기술하였다.

 
1억원

- 누구나 어느 과거에 매달려 몸서리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내용을 다룬 소동을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소동이다. 무언가 공감할 수 있지만 답답함에 속이 근질거리는 느낌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것이 제대로 도착했다는 증거일 듯.


쓰레기들의 왕

- 장편으로서 서사를 좀 더 갖춘다면 영상화시켜도 좋을 듯 싶다. 그만큼 비주얼에 대한 묘사와 설정이 괜찮은 느낌이다. 장르는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 


파랑새

- 개인적으론 파랑새라는 제목의 느낌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어렵지 않게 '오멘'이라는 영화가 떠올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을 정도. 천사와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로인해 주변을 몰락하게 만드는 점에 있어서 '오멘의 데미안'과 꽤 닮아있다. 독을 품은 아름다움이 주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지켜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단편이다.


댁의 아내는 안녕하십니까?

- 구미호에 대한 전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 너무나 뻔한 느낌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도 했으나 대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읽기를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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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 문학 단편선
김이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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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2008) 
 

글쓴이 : 배명훈 외 9명
출판사 : 황금가지

 

미소녀 대통령 - 김이환

크레바스 보험사 - 김주영

마산 앞바다 - 정소연

문신 - 박애진

윌리엄 준 씨의 보고서 - 백서현

서로 가다 - 이수현

할머니 나무 - 은 림

초록연필 - 배명훈

콘도르 날개 - 곽재식

몽중몽 - 김보영

 

열 명의 작가들에 의한 열 편의 단편소설을 실어놓은 단편집.
삼백여 페이지의 부담이 적은 분량으로 열 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을 가능케하지만 흔히 판타지문학, 혹은 환상문학이라고 부르는 특정 장르를 다룬 글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가볍지만은 않을 듯 하다.

요즘에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다양한 글들이 발표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인쇄된 책의 형태로 환상문학을 다루는 글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불어 환상문학을 지칭할 때 서점이나 책 대여점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판타지 소설을 쉽게 떠올리게 되는 현실은 더욱 환상문학의 입지가 좁혀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흔하디흔한 판타지소설 또한 환상문학이라는 장르가 포용하고 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드물지만 괜찮은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글들이 대량으로 쏟아져나오면서 환상문학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좁혀져 왔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런 현상은 환상문학이 가지는 가능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안타까울수 밖에 없었다. 좀 더 풍부한 상상력과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장르임에도 '검과 마법'에 갇혀 스스로를 제한해온 것이 사실이다. 뭐, 팔리는 글이 그런 글이었기 때문이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와같은 단편집이 출판된 것은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읽힐지, 그래서 기존의 고정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는 앞으로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발전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내년에 3권이 나오고 또 그 다음해, 그 다음해에도 꾸준하게 풍부한 상상력을 뽐내는 작가들의 글들이 나와준다면 훨씬 풍요로운 독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덧 : 같은 라인이라고 착각했던 책이 동일한 제목의 전혀 다른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어째 출판사가 다르더니......그래도 다수의 출판사가 이런 글에 대한 관심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야하나.)

 
미소녀 대통령

-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평행우주' 이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문근영', '다코타 패닝', '엠마 왓슨' 과 같은 미소녀들이 각국의 대통령 직을 맡고 있다는 등의 설정과 이야기는 나름 흥미를 자극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점에 있어서는 좋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몇 몇 문장들은 설정 상의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런 이유는 감성적으로 손 가는대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마치 습관적으로 관용어구를 사용하듯 쓰는 문장은 이해하기 쉽긴하나 자칫 남발하게되면 문장의 질이 떨어져보이고 미처 살피지 못한 다른 문장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데 있어서 알려지지 않은 정보와 작가의 의도하는 방향을 직접 서술하듯 나열하고 있다. 그런 방법은 독자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몫까지 침해하여 지루하게도 느껴지고 이 글의 경우 성급히 마무리를 지어버리는 느낌도 받게된다. 몇가지 에피소드를 더 첨가하여 좀 더 이야기를 끌어갔으면 좋았을 듯 싶다.


크레바스 보험사

- 깔끔하다못해 기능적으로 보이는 문장과 재미있는 상상력의 결합이 괜찮은 느낌이다. 실린 단편들 중에서 무난한 느낌의 작품. 실제로 이런 보험사가 있다면 가입하고 싶기도 하지만 보험료가 너무 쎄서 패스다. 후훗


마산 앞바다

- 마산 앞바다의 림보가 주는 느낌마냥 끈적이고 무겁게 잠기는 문장은 좋아보인다. 하지만 읽을 당시 이런 기분에 취해있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괜찮은 글이나 읽는 타이밍이 안좋았다고 해야하나. 허헛


문신

- 마치 작가의 자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아니, 작가 개인의 모습이라기보단 '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모든 이에게 해당되려나. 문신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단 여행기를 쓰는 주인공의 모습이 더 뚜렷하다.


윌리엄 준 씨의 보고서

- 이 글을 읽는 동안 번뜩이며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존 카펜터'가 감독한 '매드니스'.
물론 본질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설정 상에서 유사한 점들이 많아 읽는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재미있게 읽었다.

 
서로 가다

- 환상문학의 흥미를 극대화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일 경우 그 효과는 더 좋아진다. 환상문학의 묘미 중 하나가 환상과 현실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13세기의 아시아를 배경으로 이상향을 쫓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실존하는 배경을 차용함으로 이야기의 진지함과 흥미를 잘 구사한 듯 싶다. 다만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왠지 익숙한 것이어서 상상력의 참신한 맛을 즐기기엔 부족하다. 글이 안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의도의 방향 자체가 다른 것이다.


할머니 나무

- 기묘한 상상력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것이 꽤 좋은 느낌이다. 문장이 전달하는 느낌도 따뜻하고 안정적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단편집에 포함된 글 가운데 돋보이는 글 중 하나.


초록연필

- 이 글이 보여주는 내러티브는 매우 참신하게 느껴진다. 상상력 자체만으론 발군의 모습을 보인다. 좋은 문장을 원한다면 다른 작품에서 찾는 것이 더 좋을 듯 싶지만 전달하는 바에 충실한 문장들은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이 작가의 장편을 빨리 봐야 할텐데.


콘도르 날개

-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작가가 사용하는 어휘에 더 관심이 갔다. 8-90년대 익숙히 들어봤을법한 이름들을 자주 인용한 것은 글 내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는 B급 영화와의 연계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독자적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느낌도 좋다. 물론 공감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몽중몽

- 몽환적인 설정과 내러티브는 인상적이지만 집중해서 잘 따라가야 한다. 상황전환이 급진적이어서 저 멀리 도망가는 이야기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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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광의 공포 영화관 - 무섭고 재미있는 공포영화 재발견
김시광 지음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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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광의 공포영화관 (2009) 
 

글쓴이 : 김시광
출판사 : 장서가
 

딱 한 사람 있었다.
지금껏 직접 만난 사람 가운데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했던 사람은.
여름철이면 누구나 공포영화를 보곤 하지만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흔치 않다. 나 역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대상은 거의 없었다. 

공포영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서 꽤 외로운 장르처럼 보인다.
관객은 조용히 혼자서만 즐기기 쉬운, 혹은 즐겨야만 하는 상황이며, 단순 흥미를 위한 것이 아닌 작가주의의 일환으로 작품을 만들던 감독 또한 좀 더 많은 관객들과 의사를 공유하고픈 기대를 접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워낙 자극적인 비주얼을 특성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다른 장르의 감독들에 비해 관심 자체가 적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흥행과 무관하게 관객과 감독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원활하지 못하다는 현실은 안타깝다.)

그런 특성은 공포영화를 대상으로한 다른 매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포영화를 소재로 출판한 책은 국내에선 매우 희귀하다. 몇 몇 영화평론집에서나마 유명한 공포영화가 곁다리로 살짝 다뤄졌을 뿐이다. 그리고 영화전문잡지에서 여름철 반짝 등장하는 기획기사 정도가 팬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전부였다랄까. 그런 의미에서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책의 퀄리티를 떠나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소통의 출구임과 동시에(온라인과는 다른) 막혔던 체증을 내려보낼 카타르시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읽어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통쾌함이랄까.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았고, 내공있는 동류에게서 느끼는 선망도 있었다. 초점은 글쓴이가 말하는 영화에 대한 것이 아닌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를 말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었다.
글쓴이도 오랜시간 외로운 취향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지만 소수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사설이 너무 길었나.
 

전문적으로 글쓰는 이가 아닌 이상 좋은 문장으로 전문성을 드러내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이론적인 접근이 아닌 오랜시간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으로 쓰여진 글이다보니 오히려 읽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 일반인(공포영화 팬이 아닌)의 관점으로 봐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충실한(개인적인 기준으로) 내용과 더불어 책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도 이뻐(?)보일 수 있다.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 뿐만 아니라 책을 편집하고 인쇄의 질에 있어서도 나름 신경 쓴 것이 보이니 그 가치는 대폭 상승한다.

사실 영화에 대한 이해는 다른 장르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잔인한 장면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뿐이지 내부에 담긴 드라마나 긴장감은 타 장르의 영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차이라는 것이 결정적인 것이긴 하지만. 하지만 그런 고어 이미지에 대해서도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생각하는 것은 역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인가보다. 글쓴이가 남긴 아내에 대한 글을 보면 극복이 안되는 것은 역시 안되는 것인가보다. 그래도 그 글 가운데 보이는 애틋한 배려는 부럽기도.


취향에 대한 강요는 무리한 것이지만, 배려는 부득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추가적으로 글쓴이가 보여주는 공포영화 리스트는 정답은 아닐지 모르지만 좋은 가이드가 될 성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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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 그들에게 난세는 기회였다
우한 지음, 김숙향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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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 그들에게 난세는 기회였다 

엮은이 : 우 한
출판사 : 살림
 

옮긴이는 서문을 통해 정치계의 불안을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위하여 시선을 과거로 향해보길 권유한다. 지금보다 더욱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정치가들의 모습을 되새겨봄으로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보고 있다.


확실히 국민의 목숨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진 않더라도 부패한 정치가가 넘쳐나고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싸움질을 일삼는 상황은 현재와 유사하다. 물론 과거의 사례를 현재에 무조건 대입하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최소한 그 때 당시의 유능한 지도자들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공무를 수행해왔는지를 알 필요는 있을 듯 하다. 나와 같은 국민을 비롯해서 지도층 인사들 모두도.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 이기는 전쟁의 기획, 손무

인재의 목숨보다 중요한게 원칙이다 / 이유있는 원칙주의자 오기

이길 수 없는 싸움은 늦춰라 / 심리전의 달인 손빈

타고난 강점으로 위기를 극복하라 / 천재 지휘관 악의와 모략술의 귀재 전단

모르는 것은 전문가에 맡겨라 / 한나라의 전쟁 전문가 한신

융통성 없는 지휘관은 이길 수 없다 / 말 위의 영웅 항우

판단과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 게릴라전의 대가 이광

어떤 싸움이든 장기전을 염두하라 / 흉노족을 굴복시킨 완벽주의자 위청

상황에 맞게 병법을 응용한다 / 유연한 전술 운용, 천재 장수 곽거병

풍문과 비방에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 믿음의 통솔자 마원

신념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 서역의 백발노장 반초

목적이 같은 경쟁자는 아군이다 / 조나라의 두 기둥, 염파와 인상여

적은 잠재적인 내 편이다 / 안사지란의 영웅 곽자의


늘상 전쟁의 연속이었던 중국사 가운데서도 B.C 770년에서 B.C 221에 이르는 춘추전국시대만큼 혼란스러웠던 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다루는 15인의 명장들 중 대다수가 당시의 사람들이다. 어렸을 때 부터 익히 들어알고 있는 손무, 손빈, 오기, 항우, 한신을 비롯하여 조금은 낯선 곽자의, 위청, 반초, 마원 같은 장수들의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다.

책 전반의 내용은 각각의 인물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그에 따른 간략한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어차피 역사적 사실을 검증하는 시도가 아닌 기존에 알려져 있던 사실을 되새겨보자는 의미에서 접근할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 그래서 책의 저자에게도 단순히 엮은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유명 인물에 대해선 익숙한 에피소드를 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주목할 수 있었던 점은 그들이 이룬 역사적 위업에 대한 것이 아니다. 책에서 언급되는 '명장'의 기준에 부합되는 이들은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그들 모두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병법을 연구했다는 한계점은 있다. 그리고 장수라는 직분에 어울리는 자기관리가 철저했다는 점 또한 포함된다.), 군율을 엄격하게 다루었으며, 상벌을 평등하게 적용하였고, 청렴결백한 인물들이었다. (그 중엔 자신이 세운 공만큼 대접받지 못했다여겨 삐진 인물도 있었지만) 모든 이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정치가들의 모습이었다. 맞다. 모르진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특성을 지닌 지도자를 바라고, 지도자 역시 이런 특성을 갖추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인식할 것이다. 다만 그것을 올바로 실천할 수 있으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수천년 전의 그 인물들은 그런 점을 능히 실천했기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위명을 알릴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오늘날의 지도자는 그 이름을 수천년은 커녕 수백년 후의 후손들에게까지 알릴만한 인물이 있을런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은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오늘날의 지도자들 역시 그런 영향에서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물론 남모르게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행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얼마 전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보면서 사과할 수 밖에 없는 정치계의 현실이 얼마나 한심한지. 내가 잘나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이기 때문에 지적하는 이야기다. 그들에게 이 책을 백 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솔한 자기 아들을 직접 묶어 죄를 청하기 위해 왕 앞에 끌고 갔던 곽자의와 같은 지도자를 기다리기엔 내 삶이 너무 짧은가.

★★★☆


 

+ 본문의 이미지는 인용의 용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서 소유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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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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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Gene Waltz, 2008,2008) 1 
 

글쓴이 : 가이도 다케루
출판사 : 은행나무
 

책의 원제는 위에 써놓은 것처럼 'Gene Waltz', 유전자 왈츠이다. 유전자를 이루는 기본 아미노산의 조합이 세가지 조합으로 이뤄진다는 특성을 활용, 생명의 기본리듬은 3박자 즉, '왈츠'인 것이라고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그런 작가만의 네이밍 센스는 바다를 건너오면서 한국 특유의 네이밍 센스와 교접하여 환골탈태하게 된 것. 장하다.
 

전작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이 작품은 기존에 알려진 작가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르다.
여전히 이슈가 될 만한 의료계의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분명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캐릭터. 기존 작품들이 캐릭터로 인해 시선을 많이 빼앗겼다면 이 작품은 분명하게 네러티브에 무게가 실려있다.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일의 신문 기사를 인용한다던지 이야기의 흐름을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건의 변화에 기초를 두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캐릭터는 두더지 마냥 튀어오르지 않으니2 상대적으로 이야기 자체에 좀 더 시선을 두게된다.
 

Issue
이 작품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크게 '의료행정의 부조리함' 과 '대리모 출산'을 다루고 있다.
각각 사회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 발전하고 있는 의료행위에 비해 의료행정은 그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합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선 '산과'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그 대상은 단순히 한 분야만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작가는 이미 다른 작품을 통해서 행정과의 마찰을 충분히 언급해오고 있다) 시대에 뒤쳐지고 현실을 포용하지 못하는 행정적인 문제를 좀 더 직접적이고 자극적으로 지적하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한 숨이 절로 나온다. 더불어 예상할 수 없었던 의료과실로 인해 구속된 한 명의 의사로 인해 한 지역의 '산부인과'가 붕괴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옮긴이가 남긴 글을 통해 국내 실정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접하곤 경악스러웠다. 물론 일본은 지방의 한 예였고, 서울은 대도시이니 비교할만한 대상은 아니겠지만 이처럼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게 되는 이야기가 남 이야기같지가 않았다. 

이야기의 또 하나의 핵심은 대리모 출산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 리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작가는 본 이야기를 통해서 불임부부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대리모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전하고 있는 듯 하다. 소설 속 인물을 통한 간접적인 것이라도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모습은 아직까진 논란의 여지가 많을 문제이다. 국내에서도 체외수정은 인정하고 있으나(자연임신이 안되는 경우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서 건강한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하는 방법) 난자매매가 문제시 됨에 따라 작년 말 법적으로 여성이 평생동안 난자를 채취할 수 있는 횟 수를 3회로 제한하였다. 즉, 불임부부의 경우 세 번의 기회를 실패하였을 경우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얘기겠지. 그리고 대리모 출산과 관련되어서는 아직 관련 법조차 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뭐, 옛날부터 씨받이가 존재해 온 나라이니. 이와관련되어서 지속적인 윤리문제가 언급되고 있으니 어찌되었던간에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 법 개정이 시급할 듯 싶다. 
 

사회적인 문제든 윤리적인 문제든 별도로 구분지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발달된 의료기술로 인해 기존 윤리, 행정과 지속적인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이상, 개인적으로도 행정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작가의 의도에 어느정도 공감하는 바가 있다. 엔터테인먼트의 일환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가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진지하게 말하는 이 작품 또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이번 주 (9/21~9/27) 동안 진행되는 EIDF 2009, EBS 국제다큐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가운데 '구글베이비' 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대리모 출산'과 관련되어 현실적인 고찰을 하고 있는 작품이니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출품 된 작품들은 EBS 에서도 방영되고 있으나 '구글 베이비'는 어제 방영해버렸다. 고로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이와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관람할 수 있을 듯. 수요일 오전과 금요일 저녁에 상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스케쥴은 EIDF 2009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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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번역서적의 경우, 자국 내에서의 실제 출판년도와 국내에서의 번역출판년도를 이와같이 표기하고 있으니 참고바람. 물론 앞의 것이 자국출판년도이고 뒤의 것이 국내출판년도이다 [본문으로]
  2. 주인공인 리에가 '얼음마녀'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일반적인 여성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구치-시라토리 콤비에 비하자면 새발의 피다. 그리고 그녀의 독특함은 개인의 매력으로 활용되기 보단 사건의 변화와 흐름에 좀 더 기여하고 있는 느낌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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