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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부메의 여름
작가 : 교고쿠 나츠히코
출판사 : 손안의 책
가독력이 좋은 책은 아니다.
그건 책의 분량, 문체, 소재 등 작가의 문제는 아니었던 듯 싶다.
간단히 말하자면 작가와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는다는 것?
상식이라는 한계 아래 작가가 말하는 것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으니, 혹은 독자 스스로가 잘 이해하지 못하니 편안하게 읽혀지지 않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것은 작가 혹은 독자, 누구 하나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보여진다. 그냥 인식의 문제일라나.
뒤늦게나마 국내에 소개된 작가의 프로필을 보면 꽤나 화려하다. 데뷔작을 보면서 이런 프로필을 읇고 있는 것도 꽤나 모순적인. 훗.
화려하다는 의미는 그가 수상경력이 많다거나 책이 많이 팔렸다거나 하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프로필 상에 '요괴'라던가 '기담' 과 같은 익숙치 않은 단어들이 비일비재하게 드러나 있는 점들을 말하고 싶은것이다. 단어 선택이 적절치 않았다고 여긴다면 그 느낌이 이 책을 읽을 때 가독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길. 이처럼 상식적으로 그 인과관계를 인식하기 어려운 사실을 차근차근 논리를 뒷받침으로 이어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품의 매력이자 누군가에게는 책을 집어던지게 만들지도 모르는 가장 큰 특징인 것이지.
그런 이야기의 중심엔 4명의 친구가 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소설이니만큼 탐정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 존재하는데 이 작품에선 통칭 교고쿠도라고 불리우는 추젠지 아키히코라는 인물이 탐정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다른 세명의 친구, 삼류소설가인 세키구치 다츠미, 작품 속 진짜 탐정 직업을 갖고 있으나 전혀 탐정같지 않은 에노키즈 레이지로, 마지막으로 경찰인 기바 슈타로까지.
세명의 친구는 기본적으로 교고쿠도에게 사건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작품 속 탐정은 아무래도 조사라는 작업과는 그다지 친하게 보이지 않으니. 기본적인 구조는 친구들이 가져온 정보를 조합하고 더불어 자신의 원래 알고있던 지식을 양념으로 그 결과물을 낳는 형식이다. 이른바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것이겠지.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생각하면 비슷할 듯 하다.
다만, 이 탐정의 특징이자 미스 마플과의 차이점은 이 탐정이 엄청난 지식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 속의 안락의자 탐정들은 사건관련 정보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것에 그친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 관계는 비교적 상식선 안에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다루는 소재가 상식적이지 않다. 상식을 벗어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므로 문제의 해결을 꾀하는 것이 이 작품의 방식인데 그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비상식적인 관계를 설명하려니 일반적인, 즉 직접적이고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과는 분명 다르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설명이 어려우니 여러가지 비유라든가 상징적인 표현도 곧잘 사용하긴 하는데 빙 돌아가는 단계들을 쫓아가고 있노라면 집중하지 않고는 따라가기 벅찬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아무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과는 다른 것이니 그런 과정은 어쩔 수 없으리라.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것이 상당한 감칠 맛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거침없이 읽혀지는 통쾌함은 부족하지만 사색하게 만드는 구조와 표현은 깊이있는 독서를 이끌어내고 있다. 더불어 최근 지향하고 있는 독서방법과도 얼추 맞아떨어지니 개인적인 입장에선 금상첨화일 수 밖에.
덕분에 최근 몇 주간 본 작품을 비롯 다른 작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뭐, 이런 것들이 작품의 그리고 작가의 특성으로 보여지는 정도이고 작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어렸을 적 친분이 있던 어느 의사의 실종, 그리고 그 아내는 20개월째 임신 중인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실종사건에 관여하게 되고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현 사건을 상식적으로(혹은 논리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건 자체가 흥미로운 것은 본질인 실종이 아닌 20개월 동안 임신이라는 상식 밖의 현상 때문이며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보다 마음편히 독서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인식'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교고쿠도가 뇌와 마음의 관계를 지적하는데 이것이 마냥 궤변같이 들리지만 개인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하고나서 단순히 궤변처럼 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점을 얘기해본다. (본 미스터리의 결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구체적인 언급은 생략한다.)
기존 미스터리 형식에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논리적인 구조에 관심이 있다면,
주변 확신하기 힘들고 증명하기 어려운 실체에 관심이 있다면,
이 작품은 꽤나 흥미로운 작품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