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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맛있는 여행
황교익 지음 / 터치아트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반도의 사계는 뚜렷하여 사람이 살기에 참 좋은 나라이며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따뜻한 봄,무더운 여름,서늘한 가을,매섭게 추운 겨울이 있고 계절에 따라 한반도의 산하는 자연의 섭리에 맞게 색상이 바뀌어 간다.그 중에 인간이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먹거리는 다채롭기만 하다.맛칼럼니스트 황교익저자가 떠난 한반도의 사계에 따라 어떠한 먹거리 재료들이 분포되어 있고 특징이 무엇인지를 따라가 본다.
봄이 오는 길목은 한반도 남단 서귀포에서 찾아 온다.밝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유채꽃의 향기는 봄의 전령사이다.겨우내 자고 있던 산하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면서 미각을 돋구고 싱싱하며 자연의 향을 그대로 전해 주는 것들이 있어 때론 행복할거 같다.죽순,딸기,가자미,미나리,멍게,매실,녹차,재첩,꽃게,전복 등이 미각을 살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까지 챙겨 주는 보양식이다.특히 딸기는 노지보다는 비닐하우스 재배가 성행하고 있기에 늦봄보다는 겨울과 이른 봄에 재배되는 딸기는 빛깔도 곱고 혀에 닿는 느낌도 최고이다.또한 이른 봄 논에 자라는 미나리는 건강 음식으로 그만인데 각종 탕에 넣어 먹으면 시원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맛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봄이 왔는가 싶으면 벌써 여름이다.기후 온난화로 인해 여름이 일찍 찾아 오는데 여름철 음식은 시원하면서도 허약하고 지친 심신을 달래 주는 것들이 최고일거 같다.수박,참외,자두,복숭아 등 과일을 비롯하여 남성들 스테미너에 좋다는 꼼장어와 여성들 입술 빛깔에 결코 지지 않을 빠알간 앵두의 탱글탱글한 모습,그리고 의령의 망개떡은 출출할 때 간식으로 그만일거 같다.해산물의 경우에는 난류와 한류 어종이 있는데 조기의 경우에는 서남 해안에서 주로 잡히며 법성포 굴비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밥 반찬 중의 하나이다.
복숭아 황도가 나올 무렵이면 이제 가을로 접어 든다.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크고 불청객 태풍까지 찾아 오기에 농민들은 날씨의 향방에 따라 마음을 안절부절할거 같다.가을의 대표적인 과일은 포도와 사과,호두이고 해산물은 대하,장어,전어,참게,우럭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이다.내가 거주하는 곳이 경기 북서부이다 보니 임진강 참게를 식구들과 가끔 먹게 되는데 참게 매운탕은 얼큰하면서도 건더기가 사라지면 야채와 수제비까지 얹어 주기에 참 좋다.가을은 날씨도 청명하고 여행과 산책하기에 좋은 계절인 만큼 시간이 되면 과일 산지를 찾아 싱싱하면서도 덤으로 더 주는 후덕한 인정이 있어 기대가 된다.
이제 서리가 내리고 가을걷이가 끝나면 아랫목이 생각나는 겨울로 깊게 들어 간다.날이 추워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건강 음식으로 몸을 챙겨야 할거 같다.뜨근뜨근한 순두부와 포장 마차에서 피어 오르는 대게찜의 수증기,데이트 시절 춘천 막국수와 황태 무침도 일미이다.특히 흐리게 나왔지만 인제 용대리 황태는 삼한사온의 기후 조건에 적격이라고 한다.말랐다 얼렸다를 반복하여 몸통이 누렇게 변해갈 때 비로소 상품으로 탄생한다고 하는데 어민들은 혹시라도 비라도 올까봐 조마조마한다고 한다.
농약,비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연 속에 바람과 물,토양의 힘을 빌어 탄생하고 있는 갖가지 음식군(群)들을 보면서 역시 '신토불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한국의 토양과 기후,한국인의 정성과 노력으로 생산된 먹거리는 빛깔도 곱고 육질도 알차고 건강까지 챙겨주는 건강 도우미이기에 재료의 특징과 체질,기호에 맞게 요리해 오감을 충족시켜 준다면 맛의 행복도 되찾을 수가 있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