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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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정의구현사제단) 이 책은 일종의 고백록입니다. 특정인들을 향한 원망이나 미움 때문에 만들어진 기록이 아닙니다. 공연히 남의 치부를 공개해서 망신을 주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함부로 더렵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부패상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로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독립과 민주주의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간절했던 꿈이 경제의 민주화로 열매맺는 날을 고대하며 기도합니다. -7쪽

민병훈 재판부가 삼성 비리 주범들을 봐주기 위해 억지논리를 짜낸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은 당시 판결에서 지난 2003년과 2004년의 조세포탈에 대해 징역 2년 6월과 벌금 140억 원, 2005년과 2006년, 2007년의 조세포탈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월과 벌금 600억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선고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징역 3년 이하"라는 기준에 억지로 꿰맞추기 위해 범죄 시기를 구분해 선고한 것이다. 3년 이하 징역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편법이다. 결국 이건희, 이학수, 김인주 등 비리 주범들은 아무도 실형을 선고받지 않았다. 매사에 정정당당해야 할 법관이 경제범죄자들을 위해 옹색한 논리를 짜내는 모습이 영 안타까웠다. 민병훈 판사는 삼성 비리 1심 재판 이듬해인 2009년 초 법원을 떠나 변호사가 됐다.-93쪽

입사한 이래 줄곧 이런 신호를 접하며 자란 탓인지 삼성 사장들의 행태는 가관이었다.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은 회의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물을 마시지 않는다. 소변이 마려울까봐서이다. 이건희가 화장실에 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도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 비리에 관한 검찰 수사가 안건으로 올라오면, 사장들이 일제히 충성맹세를 한다. 자신들이 회장을 대신해서 감옥에 가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범죄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손색이 없다. 푸른 꿈을 품고 삼성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이런 풍경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자부심에 상처가 날 게 뻔하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전하는 게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계속 덮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101쪽

(나훈아) 이건희 일가의 파티에는 연예인과 클래식 연주자 또는 패션모델 등이 동원된다. 가수의 경우,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2~3곡 정도 부르고 3000만 원쯤 받아간다. 이건희 집안 파티에 불렀을 때 거절하는 연예인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예외가 있는데, 가수 나훈하 씨다. 삼성 측에서 아무리 거액을 주겠다고 해도, 나훈아를 초청할 수는 없었다.
나훈아는 대략 이런 입장이었다고 한다. "나는 대중 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 한마디로 부잣집 애완견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28쪽

평범한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분 짓고자 하는 태도는 삼성의 고위 임원들의 공통된 특징이었다. 물론, 이런 태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은 이건희다. 삼성은 서울 도곡동에 타워팰리스를 지으면서 대단한 공을 들였다. 이건희의 지시 때문이다. 2002년 19월 타워팰리스가 첫 입주자를 받을 무렵, 이건희는 입주자 자격 심사를 하라고 했다. 황당했다. 타워팰리스가 군사시설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건희가 무슨 권한으로 입주하겠다는 사람을 막겠다는 것인가.
당시 이건희는 삼성 고위 임원,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으로 성공한 사람, 문화, 학술계 유명인사 등을 입주 자격으로 내세웠다. 이건희는 일종의 우생학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던 듯하다.
대중이 넘보지 못하는 성을 쌓고자 했던 까닭에, 외부인은 타워팰리스 입구에서 신분증을 보여줘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손님을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모욕하는 구조다. 이런 아파트는 한국에서는 처음이었다.-247쪽

(기사 확인) '천벌 받을 악덕 사채'(2009년 4월 10일자 <한국일보>) -416쪽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이 협력업체에게 간신히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것과 달리, 구글은 독창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지니고 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에게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한 수준의 이익을 보장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경영진이 유난히 착해서 그런 게 아니다. 안(철수) 교수는 "새로 창업한 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게 길게 보면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으로 이미 성공을 거둔 대기업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다. 신규 창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공간을 열어두고, 서로 협력해야 대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꾸준히 공급받을 수 있다. 이런 구조가 없으면, 산업 자체가 망한다. 결국 대기업도 함께 망한다." 안 교수의 말이다.-434쪽

(후기) 나는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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