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질문을 던지면서 나아가는 습관을 익히게 되면 한 걸음 나아간 독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다만 질문을 던질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속으로 질문을 하거나 회답하거나 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손에 연필을 가지고 하는 편이 실제로는 훨씬 하기 쉽다. 연필은 독자의 정신의 활발함을 표시하게 된다.

 예로부터 ‘행간을 읽어라’하고 흔히들 말한다. 독서의 규칙도 이것을 고친 말투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행간을 읽을’ 뿐만 아니라 ‘행간에 쓰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독서는 바랄 수 없다.

 책을 샀을 때 그 책은 분명 독자의 소유물이 된다. 옷가지나 가구를 샀을 때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책의 경우 이것은 겨우 일의 시작에 불과하며, 책이 정말로 독자의 것이 되는 것은 독자가 그 내용을 소화하여 자기의 피와 살로 만들었을 때다. 자기의 피와 살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그것이 행간에 쓰는 일이다.

 써넣기를 하는 것이 독자에게 꼭 필요한 것은 어째서인가? 첫째로 잠이 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각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머리를 분명하게 해둘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적극적 독서란 생각하는 것이며 생각하는 것은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안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정말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이 보통이다. 셋째로, 자기의 반응을 적어두는 것은 저자가 말한 것을 생각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독서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여야만 한다. 아마 저자는 그 문제에 대하여 독자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독자가 그 책을 일부러 읽거나 할 리가 없다. 그러나 이해한다는 작용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정말로 배우려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리고 나서 교사에게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사가 말하는 것을 알았으면 교사와의 사이에 논의를 일으키는 것도 사양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책에 써넣기를 하는 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독자가 저자와 의견을 달리하느냐 같이하느냐의 표현인 것이다. 이것은 독자가 저자에 대해 바치는 최고의 경의이다.

 

 효과적인 써넣기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방선(傍線)을 친다. 중요한 곳이나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곳에 선을 친다.(진/우맘의 주석:방선이 뭐지? 찾아봤더니 ‘세로쓰기에서, 어떤 부분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려 할 때 글줄의 오른편에 내려긋는 줄. ¶방선을 긋다.’랍니다. 가로쓰기에서는 그냥 ‘밑줄을 친다.’고 하는 게 낫겠죠?^^)

 2. 행의 첫머리 여백에 횡선을 긋는다. 이미 방선을 친 곳을 강조하기 위해서, 또는 밑줄을 치기에는 너무 길 때.

 3. ☆표, ※표, 기타의 표를 여백에다 한다. 이것은 남용해서는 안 된다. 그 책 가운데 몇 군데의 중요한 기술을 눈에 띄게 하는 데 쓴다.

 4. 여백에 숫자를 기입한다. 논의의 전개에 따라 요점의 변천을 나타내기 위해서.

 5. 여백에다 다른 페이지의 넘버를 기입한다. 같은 책의 딴 곳에서 저자가 같은 말을 하고 있거나, 이것과 관련되거나 모순되는 것을 말하고 있음을 표시하기 위해서, 각처에 흩어져 있는 같은 종류의 발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을 비교 참조하라는 의미로 cf.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6. 키 워드를 ○로 둘러싼다. 이것은 밑줄을 치는 것과 대개 같은 효과가 있다.

 7. 페이지의 여백에 써넣기를 한다. 어떤 곳을 읽다가 생각난 질문이나 대답을 기록하기 위해서, 또 복잡한 논의를 간단한 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주요한 논점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이것을 한다. 뒤표지의 면지를 사용하여, 나오는 차례대로 요점을 메모하여 자기 전용의 색인을 만들 수도 있다.

 써넣기를 하는 독자에게는 앞표지의 면지가 매우 중요하다. 공을 들인 장서인을 누르기 위해서 이 자리를 잡아두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경제적인 소유권을 나타내는 데 불과하다. 독자 자신의 생각을 기입하기 위해서 이 페이지를 잡아두는 편이 낫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뒤표지의 면지에 자기를 위한 색인을 다 만들거든, 앞표지의 면지를 이용하여 그 책의 대요를 써보는 것이다. 페이지를 따르거나 중점을 따라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대요와 부분의 배열을 파악한 빈틈없는 구성으로 쓰는 것이다. 이것은 그 책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측정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장서인과는 달라서 독자의 지적 소유권을 나타내는 것이다.

                                                      ------독서의 기술 48~50p '책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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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6-3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는 책에 흔적 남기는 거 싫어하는 관계로 메모지 옆에 두고 메모하지요. 가끔 잃어버리기도 하지만요... 딴 소린가???

메시지 2004-06-3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깨끗하게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즘 조금 나아저서 연필로 끄적거린답니다. 처음에는 책에 상처를 내는 것 같아서 망설여 졌는데 막상 해보니까 책을 이해하는데 도음이 많이 되고 애정이 더 생기더라구요. 조금더 세련된 기술을 연마해야겠군요.
"독서의 기술" 진/우맘님 어깨너머로 잘 보고있습니다.^^*

밀키웨이 2004-06-3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 책을 남에게 빌려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밑줄만 그어놓은 것이 아니라 갖가지 낙서로 범벅...
심지어 책읽다 받은 전화의 수다내용도 있고
전화번호도 있고..(나중에 그 전화번호 어디있지? 찾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죠. 끝내 못찾다가 오래오래 지난 어느날..어머? 여기 있었네? 한 적도 수차례...^^;;;)
별로 좋지않은 습관인거 같아 고치려고 했는데 음...안 고쳐도 될 듯...^0^


저, 이거 퍼가요 ^^

밀키웨이 2004-06-3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기 버튼을 잘못 눌러 추천이 되었네요.
뭐..어때요?
다 좋은 일이죠 ^^

진/우맘 2004-06-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그 소리 맞아요.^^ 우리 자랄 때는 '책을 사랑하는 법=깨끗이 보는 법'으로 배웠잖아요. 헌데, 그게 꼭 맞는 소리는 아닌가봐요.
메시지님> ㅎㅎ 워드치는 이유 중 50%는 메시지님이랍니다. for you~~~
밀키웨이님> 고치지 마세요. 저도 요즘 메시지님처럼 큰 맘 먹고 끄적이는데...그게 다 일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헌책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는 거, 굉장히 매혹적이지 않나요?

진/우맘 2004-06-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밀키님, 계속 마우스에서 손이 미끄러지시길!!

sweetmagic 2004-06-3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미끄러 졌어요 히힛

메시지 2004-06-30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빡했었네요. 저는 일부러 마우스에서 손을 미끄러뜨렸답니다.

1004ajo 2004-06-3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 갈께요. 좋은 책이네요.

진/우맘 2004-06-3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처음 뵙는 천사님, 반가워요. 이미지가....음....광학 현미경으로 본 세포 같네요.^^;;
손 미끄러지신 분들 모두 감솨~~~

tnr830 2004-06-30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두 퍼갈께요